반가운 손님이 왔다

by 책방 잇다

기다리던 손님이 있었다. 내 책방은 아직 단골보다는 한번 다녀가는 사람이 더 많다.

같은 골목길에 유명한 카페가 있어 그 카페를 가던 손님들이거나 지나가다 책방이 생긴 걸 보고 호기심에 들어와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재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가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종종 방문했던 손님이 있다.

근처 중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손님인데 그 정도 어린 연령대의 손님이 없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가오픈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책방에 온 첫날이 기억난다.

책방에 한강 작가님 책이 있다며 엄마에게 전화해 책을 사도 되는지 묻던 손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한 친구는 책방에 왔을 때 책을 사갔고, 다른 친구는 집에 갔다 저녁에 다시 와서 책을 사갔다. 아마 집에서 용돈을 받아 다시 오지 않았을까.


그 후에도 두 번 정도 더 책방에 왔었다.


사고 싶은 게 많을 텐데 얼마 되지 않을 용돈을 모아서 책을 사러 오는 게 너무 고마워 뭐라도 주고 싶었다. 다음에 오면 간식이라도 쥐어 주려고 간식거리를 챙겨 온 날이면 그 학생들이 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챙겨 온 간식거리는 전부 내 입으로 들어가고 ‘이제 오지 않으려나.. 책방에 읽을 만한 책이 없나..’ 그런 생각들을 하며 또 오기를 기다렸다.


유난히 손님이 없던 어제 5시가 다 돼 가는 시간 기다리던 그 손님이 왔다.

이번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오늘 손님이 너무 없어 이대로 공치나 싶었던 날이라,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 오늘 챙겨 온 과자 거의 다 까먹었는데.

남아있는 군것질 거리를 살펴보니 귤 한 개, 견과류 한 봉지, 에이스 과자 한 봉지, 저녁에 먹으려고 챙겨 온 단백질 바와 단백질 음료가 전부였다. 아까 과자 한 봉지 덜 먹을 걸…


단백질 바는 안 좋아할 거 같고, 견과류도 안 좋아하겠지..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세명의 친구 중 한 명이 책 한 권을 들고 계산대로 왔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지폐와 동전을 부끄러운 듯 내밀었다.


만 원짜리 한 장, 천 원짜리 네 장, 오백 원 동전 두 개.


꼬깃한 돈이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는다.


돈을 받고 귤 한 개, 에이스 과자 한 봉지, 견과류 한 봉지를 들고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간식을 챙겨 온 날 오면 주려고 기다렸는데.. 이것밖에 없어서.. ” 말끝을 흐리며 하나씩 먹으라고, 손에 한 개씩 쥐여줬다.

그 간식이 너무 약소해 부끄러운데 너무 고마워하며 받는다.


“감사합니다. 돈이 없어서 못 왔어요.

다음에 돈 모아서 또 올게요.”


인사하며 가는 학생들에게 책 안 사도 되니까 책 읽으러 또 와요.

그렇게 말하며 배웅했다.


계산대로 돌아와서 학생이 주고 간 돈을 보는데 왜 이리 울컥하지.

책 선물로 줄 걸 하는 후회도 들고,

책방에 오려고 용돈을 모았을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져 울컥했다.


이런 감정이 드는 건 비가 와서 감상적이 되어 그런 걸까.

종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반가운 손님이 와서 그런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 돈을 보는데 왜 눈물이 왈칵 났는지.


감상적이 된 김에 그 돈은 부적처럼 지갑에 갖고 다니려고 그대로 지갑에 넣어뒀다.

용돈을 모아 책을 사러 오는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다.


다음에 오면 책 한 권씩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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