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by 책방 잇다

요즘 안부를 묻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그 친구는 하루 두 번 책방을 찾아오고, 몸집이 작고 아주 날쌔다.

늘 주변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경계하고, 작은 기척에도 쏜살같이 사라지는 내 새로운 친구는 동네 길고양이이다.


이 동네는 길고양이 친화적인 동네인 듯 길고양이가 많이 있다.

밥이라도 챙겨주고 싶은데 섣불리 밥을 챙겨줘도 될지 처음에는 망설였다.

내 한 번의 호의가 길고양이들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생각했다.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밥만 주는 게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길고양이들에게 더 안 좋은 건 아닐지. 생각이 많은 나는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여러 생각들에 주저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분께 여쭤보니 “밥을 챙겨주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하시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캔사료와 종이 일회용 그릇을 하나 주셨다. 그걸 시작으로 몇 번 밥을 챙겨줬다.


바람이 강했던 어느 날 출근했더니 밥을 주던 밥그릇이 사라져서 한동안 그 고양이도, 밥을 챙겨주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이곳에 오면 밥이 있다는 걸 인지했는지 아무것도 없는 책방 앞을 왔다 갔다 하다 돌아가는 뒷모습을 목격하고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렇게 몇 번 하다 말 거면 처음부터 챙겨주지 말던가. 나를 책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다시 밥그릇과 사료를 사 와 하루에 두 번씩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밥그릇이 바람에 또다시 날아갈까 싶어 바람 영향을 조금 덜 받을 만한 곳으로 밥그릇을 옮겨줬더니 내가 주로 앉아 있는 곳에서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채워 놨던 밥그릇이 비어져 있는 모습으로 고양이의 안부를 챙기고 있었다.

오늘도 다녀갔구나 하고.


그러다 이틀 전이었다.

밥을 다 먹은 녀석이 내가 앉아 있는 곳 유리 앞으로 오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한동안 나랑 눈을 맞추고 서로를 바라보다 돌아갔는데, 그때의 이 녀석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


그 눈빛은 무슨 의미였을까.

밥을 챙겨줘서 고맙다?

더 맛있는 밥을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누가 밥 주는 인간인지 그냥 얼굴 확인?


의미를 해석해 보려 한들 알 수 없겠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밥 한 번을 편히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거 같다.


어제는 녀석이 오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밥을 먹기 시작할 때를 기다려 밥을 먹고 있는 고양이의 앞으로 다가가 유리 너머 밥 먹는 모습을 몰래 지켜봤다. 고양이와 나 사이에 유리가 있고 나는 안쪽에 고양이는 바깥쪽에 있지만 그래도 내가 오면 밥 먹다 도망갈까 얼굴만 내민채 지켜봤다.

귀를 쫑긋 세우고 밥을 먹다 사람의 기척이 조금만 느껴져도 후다닥 도망갔다 다시 와서 밥을 먹기를 반복하니 밥 한 그릇을 편히 못 먹고 최소 5번을 왔다 갔다 하며 먹는다.

늘 그렇게 경계하고 긴장한 채 지내려면 힘들겠다. 밥이라도 편히 먹었으면 좋겠는데.


어릴 때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 말고는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다. 그때는 마당에 풀어놓고 키웠고 밥을 챙기고 돌본 건 엄마였으니 내가 한 생명체를 온전히 돌본 적은 없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섣불리 들이지 않고 있었는데 책방을 하고 조금의 책임감을 갖게 된 친구가 생겼다.


종이로 된 일회용 밥그릇이 마음에 걸려 인터넷에 고양이 밥그릇을 검색해 보니 높이가 좀 있는 것이 좋다고 해서 오늘은 출근 전에 다이소에 들러 새로운 밥그릇과 물그릇을 사서 출근했다.

새로운 그릇에 밥과 물을 담아 내놨는데 5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까지 오지 않고 있다.

왜 오늘은 오지 않니.


오늘은 다른 곳에서 밥을 먹은 걸까.

아니면 무슨 사고를 당한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누군가의 안부를 챙기기 시작한다는 건 그 대상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동반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배는 곯지 않고 다니길.

돌아다니다 험한 일은 겪지 않게 되길.

계속해서 안부를 전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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