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예측 불가능

by 책방 잇다

며칠간 궂은 날씨가 계속됐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흩뿌리는 날. 그러다 눈이 쏟아지던 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그 추위가 더 심하게 느껴져 몸을 잔뜩 웅크리게 되는 그런 날.


그런 날에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한 주이다.


화요일,

아무도 올 거 같지 않은 날이었는데 추위를 잠시 피하고 싶었던 걸까.

책을 사러 오는 분들보다 잠시 머물며 커피나 차를 마시고 갔던 분들이 몇 분 계셨다.

한두 시간 앉아 있다 가시는 분들 덕분에 혼자 있는 지루한 시간을 면할 수 있었다.

매출이 높지는 않았지만 시간은 금방 갔던 하루.


그날이었다.

몇 번 책방에 책을 사러 오신 손님이 다시 책방을 찾은 날은.


인스타 댓글도 몇 번 남겨 주셔서 어떤 분인지 궁금해 그분의 인스타도 들어가 봤다.

컨츄리인형과 프랑스 자수로 된 작품을 만드는 분이셨다.


책방에 있는 방에서 뭔가 활동을 하고 싶은데 시작을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책방을 찾은 그분께 용기 내 말을 건넸다.

“날씨가 추워지면 방바닥 따뜻하게 해 놓고 바느질하고 싶어요.”

용기 내 건넨 그 말에 선뜻 시간을 내주셨다.

이런 궂은날에 직접 책방에 오셔서 어떻게 진행될지 설명해 주시고 더욱이 수강료도 받지 않으시고 재료비만 받으시며 모임을 진행해 주신다고 하셨다.


자! 드디어 책방에서 하는 첫 모임이다.

내가 진행하는 건 아니지만 내 책방에서 하는 거니 설레면서 긴장된다.

모집인원 4명인데.. 모집 안 되면 어떡하지..


수요일,

어제는 비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눈바람이 분다.


우박같이 내리다 비와 섞여 내리다 그렇게 종일 내린다. 쌓이지는 않고 강한 바람에 눈이 허공에서 춤을 춘다.

서울 지역은 이례적인 첫눈 폭설이라는데 첫눈을 기다렸지만 첫눈이 재난이 된 곳들 뉴스가 들려온다.

첫눈에 마냥 설레다가 뉴스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알게 되니 마냥 설렐 수만은 없게 됐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


이런 눈보라에 이 책방까지 와 주신 몇 분의 손님이 참 감사하다.


오랜만에 온 청년문화센터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

저 앞 사거리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신다는 젊은 사장님,

밀란 쿤데라 책을 찾던 청년,

급히 떠나야 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드리며 편할 때 천천히 가져다 달라했는데 오늘 출근하니 닫힌 문 앞에 우산과 텀블러와 함께 커피 하나가 놓여 있다. 오늘은 왠지 출근길에 커피 마시기 싫더라니 덕분에 카페인 충전했다.

그리고 문 닫기 한 시간 전쯤 오셨던 아마 건축 관련 일을 하시는 거 같은 두 분의 손님까지. 커피를 드시며 설계도를 가지고 한창 상의하다 가셨다.

떠나실 때 출입문이 내려앉아 잘 열리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본인 일처럼 이리저리 살펴봐 주셨다. 이런 보수는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몰랐는데 덕분에 정보를 알았으니 더 내려앉는 거 같으면 그때 조치 해야겠다.


목요일,

오늘 어쩐지 느낌이 싸하다.

해가 쨍하니 났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를 쏟아내고, 바람까지 강하게 분다.


가게 앞 농협에 드나드는 사람은 많은데 책방 문을 여는 사람은 없네.

오늘은 진짜 매출 0원을 기록하는 날이 되려나.


가게 전면이 전부 통창이라 겨울에 춥기는 하겠지만 덕분에 풍경 감상하기에는 그지없다.

계속 멍 때리며 창밖을 보게 된다.


해가 난지 10분도 안 됐는데 다시 깜깜해지며 오늘 중 가장 많은 비를 쏟아내고 있다.

음악 소리를 줄이고 빗소리를 들어봐야지.


오늘은 출근길에 겨울 냄새를 맡았다.

계절마다 풍기는 고유의 냄새를 좋아하는데, 오늘 올해의 첫겨울 냄새를 맡았다.

건조한 땅과 차가운 공기가 뒤섞여 나는 겨울 냄새,

냄새가 변한 걸 보니 본격 겨울의 시작이다.


다른 곳의 겨울 풍경이 궁금해 물어보니 속속 풍경 사진이 도착했다.

폭설이 내린 서울은 겨울왕국이 되었고,

조금 더 남쪽인 광주는 아직 가을이 지나지 않은 듯 단풍이 풍성했다.

더 남쪽인 부산은 무채색의 겨울 느낌이 나는 풍경이었다.


다들 어떤 풍경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고 있을까.

지나가는 사람들 보며 들어와라 주문 그만 외우고 어제 읽다 만 급류를 마저 읽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