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창업은 처음이라 1.

공간 찾기

by 책방 잇다

책방을 열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공간 찾기였는데, 어디에 책방 공간을 마련할지 그 지역을

먼저 정해야 했다.

가족과 함께 지내려는 마음도 고향에 내려와 책방을 해야겠다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으니 지역은 고향집에서 다니기 가까운 곳 이어야 했고 고향인 논산부터 근처 지역인 부여, 공주, 대전이 후보군이었다.


보통의 사업가라면 어디가 가장 수익성이 좋을지를 먼저 따져보겠지만 그때까지 감상적이고 이상적이었던

나는 내가 좋은 곳이 먼저였다.


논산, 부여, 공주, 대전을 모두 둘러봤지만 사실 처음부터 마음속에 가장 끌렸던 곳은 공주였다.

언젠가 날이 너무 좋았던 가을에 공산성으로 1박 2일 여행을 온 적이 있었는데, 높고 푸른 하늘, 울긋불긋한 단풍, 적당히 시원하게 불던 바람, 자전거 타고 달렸던 동네 길, 동학사 가다 너무 맛있게 먹었던 장어,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 무엇 하나 좋지 않았던 게 없었다. 그때의 좋았던 느낌이 그대로 남아서 이유 없이 공주가 끌렸던 거 같다.


그래도 바로 공주부터 부동산을 보러 다니지 않고 고향인 논산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논산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성인이 되고부터는 논산을 떠나 있었고 어릴 적의 기억은 많이 사라져 고향이지만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역 정보에 대한 지식은 논산 또한 다른 지역과 동일했다.

임장을 다니며 근처 상가를 운영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해보고, 논산에 희소하게 있는 동네책방 사장님과 얘기를 나눠본 후, 나의 얕은 시야로 판단했을 때 논산은 다른 분야에 대한 소비는 모르지만 문화에 대한 소비는 낮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논산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다음으로 가본 곳은 부여였다. 역사를 좋아해서 도보 여행을 자주 갔던 곳이어서 나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가게를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봤을 때는 인적이 거의 없는 동네가 너무 침체되어 보였다. 아마 방문했을 때의 계절이 겨울이라 더 그런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부여 다음으로 공주를 왔을 때 잘 정비된 제민천과 천을 따라 늘어져 있는 아기자기한 상가들, 정감 어린 골목길들을 마주하고 마음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이곳이다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고, 시기에 따른 동네 분위기를 보기 위해 평일에도 가보고 주말에도 가보고 숙박까지 해보며 동네를 돌아다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던 그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간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 많은 도시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처음에 염두에 두지 않았던 대전까지 후보지역으로 추가하게 됐다.

대전으로 임장을 다니며 나름 상권분석을 해보겠다며 통계청의 통계지리정보서비스(https://sgis.kostat.go.kr)와 소상공인마당의 상권정보분석(https://sg.sbiz.or.kr/godo/analysis.sg#) 사이트를 들어가 보며

어설프게 상권분석도 해봤다. 결국은 그냥 끌리는 곳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여름 폭염이 한창이던 6월~8월까지 한 지역을 정하지 못하고 ‘여기다!' 싶은 곳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공주와 대전으로 임장을 다녔고, 바로 구해질 줄 알았던 가게는 생각만큼 빠르게 구해지지 않았다. 이곳은 이런 이유로 저곳은 저런 이유로 조금씩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8월에는 오픈하고 싶었는데 가게 자리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는 찾을 수 있겠지, 내 인연이 되는 곳이 있을 거야 마음을 다독이며 딱 한 곳만 더 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본 곳이 내 가게 자리가 되었다.


책방, 잇다는 골목길 재생프로젝트를 통해 재탄생한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동편으로는 중동초등학교, 호서극장, 양조장이 서편으로는 회생병원, 공주사범대학, 공주우체국, 법원으로 통하는 지름길이어서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골목길 안쪽에 책방, 잇다를 시작으로

예전 방직공장에 자리한 커피창고 사진스튜디오,

1964년에 지어진 한옥집에 자리한 루치아의 뜰,

그 옆으로는 1987년 석화장이라는 여관을 열었다가 지금은 아들이 이어받아 국밥집으로 바뀐 식당 등

공간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로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곳들이 자리해 있다.


책방, 잇다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어린 시절 추억과 옛 감수성을 떠올리게 하는 정감 어린 골목길의 모습과 골목길에 자리한 이야기 가득한 공간들을 지나 제민천까지 따라가며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을 얻어갔으면 한다. 내가 이곳을 봤을 때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


*추신 (매물 확인하는 방법)

1. 발품: 가게를 얻고자 하는 동네를 무작정 돌아다니다 임대가 붙어 있으면 전화해서 물어보기

2. 부동산: 미리 동네에 있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원하는 조건 (평수, 예산-보증금, 월세)을 말하고 부동산에서 매물을 추리면 함께 보러 다니기

3. 네이버 매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와 있는 매물 확인

4. 당근: 의외로 당근을 통해 부동산이 많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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