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창업은 처음이라 2.

임대차계약과 인테리어

by 책방 잇다

가게 자리만 구하면 그 뒤부터는 모든 게 순조로울 줄 알았는데, 그건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

드디어 내 공간을 만났으니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구나! 하늘 위로 들떴던 마음은 이내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창업 준비를 하며 새로이 알게 된 내 모습은 돌다리도 여러 번 두들겨 보고 건넌 다는 거, 사기당할까 의심이 많고 걱정도 많은 사람이라는 거.


생애 처음으로 하는 상가 임대차계약 전 걱정이 되어 ‘임대차계약 전 주의사항’을 샅샅이 살펴봤다.

먼저 믿을 수 있는 부동산인지 공인중개사 등록번호 조회를 해서 중개사의 자격 및 신뢰성을 먼저 확인했고, 음료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라 휴게음식점 영업신고가 가능한 매물인지 사전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영업신고가 가능한지에 대해 크게 살펴볼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불법건축물이 없는지

2. 정화조 용량은 이상 없는지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이 있는지도 확인 필요)

3. 상하수도, 지하수 사용 여부 (*지하수를 사용할 경우 수질검사도 받아야 함)


나중에 인테리어까지 끝내고 영업허가가 나지 않으면 너무 난감한 상황이 생길 테니 임대차 계약을 완료하기 전 시청과 보건소에 연락해 영업허가가 가능한 건축물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했다.


지자체마다 확인하는 부서가 조금씩 상이해 어디에 확인해야 되는지조차 몰라 업무 조직도를 보고 전화 걸어 설명하고, 담당 부서 확인해 주면 연결하여 다시 설명하고, 그렇게 3, 4번의 설명 끝에 담당 부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부서에서 모든 걸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수도, 하수도, 위생과 등 여러 부서에 다른 항목을 확인해야 한다.


나의 경우 아래 부서들에 확인을 했다.

1. 불법건축물 여부: 허가 건축과

2. 정화조 용량, 상수도, 지하수: 상하수도과

3. 그 외: 보건소 위생과


허가받는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듣고 신청 전 필요한 서류를 갖추기 위해 위생교육 수료증 (신규는 집합교육 6시간)과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진단서 (구. 보건증)를 발급받아 무사히 영업허가를 받았다.

보건소에 방문해 영업신고를 하는데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던지.. 진짜 뭐든 처음은 어렵다.


영업허가를 무사히 받았으니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셀프, 반셀프,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는데 내가 계약한 상가는 일반적인 상가가 아니라 한쪽은 오래된 구옥이고 구옥 옆으로 증축한 신축이 함께 있고, 화장실은 외부에 별도로 있는 공간이 여러 개가 나뉘어 연결되어 있는 곳이었다.

인테리어 센스도 없고 손으로 하는 건 죄다 망하는 똥손이라 셀프는 생각도 안 했고, 반셀프와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하는 방법 중 많이 고민하다 전체적인 틀은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고, 세부적으로 채우는 건 내가 하기로 결정했다.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하면 알아서 제안해 주는지 알았다. “여긴 이렇게 하고, 저기는 저렇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하고.

처음 미팅한 업체에서 어디를 어떻게 인테리어 해주길 바라냐고 질문했을 때 아무 생각이 없던 나는 순간 멍… “업체에서 그걸 제안해 주시는 거 아닌가요?”

몇 번 미팅을 해보니 내가 원하는 컨셉의 레퍼런스를 찾아서 보여주고 예산에 맞춰 진행할 항목들을 선택해야 했다. 물론 통으로 다 맡기면 좋지만 인테리어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크게 목공과 도장 공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인테리어 업체도 무려 6곳의 미팅을 하고 선택했으니 뭐 하나 선택하는데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게 된다.


여기까지 오는데 순탄한 것 같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나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뎠기 때문에 알아보고 이해하고 실행하는데 이미 에너지 소모가 컸는데 나를 걱정해 주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한마디가 더해질 때마다 나도 내 결정을 의심하게 됐다.


‘상가 위치가 너무 안 좋은 거 같다. 계약 파기 할 수 있으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게 어때?’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 건데? 업체에 맡기지 말고 구옥 감성 살려서 직접 해보지 그래’

‘그래서 너는 뭘로 수익을 낼 건데?’

'진짜 생각 잘해라'


내 선택이 잘못된 걸까..

A가 아니라 B를 선택했어야 하는 걸까..

이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구나..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일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 생활만 해본 나로서는 A부터 Z까지 온전히 내가 알아보고 선택해 가는 과정에서 주변의 걱정스러운 한마디가 더해질 때마다 계속 흔들렸다.

내 선택이 모두 부정당하는 거 같아, 응원의 말보다는 걱정의 말들을 더 깊게 흡수하던 때라서 아직 시작도 전에 마음이 많이 지쳐가고 있었다.


인테리어 공사가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멈출까.

계약금은 인생 공부 레슨비로 생각하고 그냥 다 파기할까.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마음은 계속 가라앉았다. 먹는 게 힘들어 먹다 쉴 정도로 체력도 정신도 바닥이었다.


시작도 전에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가 왜 시작을 했는지를 되새기며 마음이 심연에 가라앉기 전에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걱정해 주는 마음 또한 너무 감사하나, 그 말들에 흔들려 따라가지 않고 참고할 건 참고해서 내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그렇게 차근차근 천천히 준비해 보려 한다.


내가 왜 책방을 하려고 했는지,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어떤 공간으로 만들지 그것에 대해 나만큼 깊게 고민한 사람은 없을 테니.

그래! 하고 싶었던 거 한번 해 보는 거야! 최소한 죽기 전에 후회는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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