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창업은 처음이라 3.

돈에 대한 단상

by 책방 잇다

돈에 큰 욕심이 없는 편이었다.


한 달에 한번 받는 월급에서 쓰고 싶은데 쓰고 저축하면서 살았다.

정해진 돈에서 먹고 싶은 많은 것 중 가장 먹고 싶은 몇 개만 먹고, 사고 싶은 많은 목록 중 몇 개만 엄선해서 샀지만 원하는 모든 걸 전부 먹지 못하고, 사지 못한다고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연차가 쌓일수록 연봉도 오르니 작년보다는 더 비싼 음식도 사 먹을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하며 살았다.


이런 나는 어쩌면 사업이라는 것과는 맞지 않는다 생각했다. 사업은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한데 돈에 대한 욕심도 사업에 대한 수완도 없으니까.


그런 내가 창업을 준비하니 돈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보증금 잔금을 치르고 인테리어가 시작되니 본격적으로 돈이 숭숭 나가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비용만 지출하기 위해 인테리어도 목공과 도장만 했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작지 않은 돈이었다.

들어오는 수익은 뚝 끈긴 상태에서 나가는 돈만 생기며 잔액이 훅훅 줄어드는 걸 보면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야 할 집기와 물품은 왜 이렇게 많은지.

텅 빈 가게를 채우는 건 전부 돈이 들어간다.

화장실에 놓을 휴지까지 전부 사야 하니 큰 거부터 작은 거까지 구매 목록은 계속 길어졌다.


인테리어도 예산이 초과됐고,

물품구매에 정해 놓은 예산도 초과됐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계속 발생하며 돈은 계속 들어갔다.


돈돈돈 하면서 살지 않았는데,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렇게 살았는데.

한 달에 한번 들어오는 고정적인 월급이 얼마나 소중했던 건지 회사 다닐 때는 이렇게까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월급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기 위해 시작한 거지만 돈은 곧 현실이었고 먹고사는 문제였다.

이번달에 이만큼 썼다고 다음 달에 받는 월급으로 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번달에 쓴 건 그냥 쓰고 사라지는 거였다.

돈이 줄어들면 가게가 자리 잡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날이 줄어드는 거니 잔고가 줄어들 때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주변에서 나와 가장 다른 성향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세 살 터울인 오빠다.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랐는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신기할 정도로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사업만 한 오빠가 직장만 다니던 내가 사업을 한다고 하니 걱정되는 마음에 하는 조언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빠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나는 오빠와 생각이 달라’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전부 피로하게만 느껴지던 오빠의 말들이 인테리어 하는데 보태라며 주는 돈에 '듣기 싫은 티 조금만 낼걸' 하는 마음이 드는 내 모습이 웃기고도 슬펐다.


책방이 비싼 취미 생활은 아니다.

이건 나에게 엄연히 본업이고 생업 수단이다.


준비하며 한동안 돈에 대한 생각에 온통 사로잡혀 있다 보니 즐겁지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돈이 없으면 즐겁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돈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우선은 재밌게 하고 싶었던 대로 해보려 한다.


돈에 울고 웃던 어느 날의 생각을 기록하며, 책방을 하며 부자가 된 1호가 되고 싶다는 망상으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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