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에는 국밥 배달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배달 대행 기사로 다른 가게 음식을 배달했었다. 그러다 울산 중구 성남동에 위치한 치킨집에서 음식을 실기 위해 음식을 기다리는 중에 갑자기 우리 가게에 주문이 3건 들어왔다. 빨리 가져다주고 가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자 음식을 싣고 성안동으로 배달 가는 길에 사건이 벌어졌다. 성안로를 달려 울산 지방 경찰청을 막 지났을 때쯤 포터 트럭 운전석 쪽에서 담배꽁초가 날아왔다. 고글을 쓰지 않은 상태였는데 불똥이 흩어지면서 왼쪽 눈 주위를 맞았다. 중심을 잃고 혼자 넘어질 뻔했다. 타이어 마모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위험했다. 사과를 받아야 마땅하니까 정신을 차리고 트럭 옆으로 오토바이를 바짝 붙여 말했다. “내려 보세요. 지금 제가 담배를 맞았으니까. 일단 내려 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차 안을 유심히 봤는데 사과는커녕 4인승 트럭 안에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자 4명이서 나를 비웃으며 비아냥 거리고 있었다. 담배 불똥을 맞은 것도 솔직히 화가 많이 나는데 정중하게 사과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 저런 태도를 보니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어이, 전체 다 내려보라고! 진짜 미쳤나! 사과를 정중하게 해야 할 것 아니오!”라며 강하게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오토바이와 트럭을 도로에 세웠는데 뒤에 탄 남자가 내리자마자 내 멱살을 꽉 잡았다. 십원 짜리 욕과 함께 “이게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어디서 처 깝치노? 죽고 싶나?” 라며 나를 위협했다. 우선, 진짜 주먹이 나갈 법도 했다.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와, 진짜 한주먹 거리도 안될 텐데 내가 배달원이라서 무시를 당하는 건가? 만약, 내 자동차를 몰다가 똑같은 일이 있었다면 이 사람들의 태도는 어땠을까?’ 내가 느끼기로는 최소 30초 이상 멱살을 잡혔는데 내 아노락 바람막이 지퍼가 고장 났을 정도다. 지금도 못 내리고 있다. 그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주저 없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법의 맛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112에 전화를 해서 경찰서 조금 위에 있으니 출동해달라고 말했다. 진짜 주먹을 한 방 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어이가 없는 것도 있었고 이 상황은 완벽히 내가 이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꾹 참았다. 그 와중에 배달이 3건 더 밀려왔다. 경찰은 출동하고 있었고 잠깐 생각했다. ‘아, 맞다. 치킨이 우리 가게 음식이 아니구나. 우리 가게 음식이었으면 우발적 일지 몰라도 전부다 주문 취소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우선, 이 치킨부터 가져다줘야 된다.’ 그리고는 배달 앱을 확인했다. 아직 치킨조차도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그다음 손님에게 우리 국밥이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고작 14분이었다. ‘하, 나는 지금 너무 억울한데 얼마나 세게 멱살을 잡혔는지 통증까지 느껴지는데 돌아가야 하겠지. 나는 그냥 정중한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나를 비웃었는지, 왜 하필 이 순간에 조용하던 배달이 밀려왔는지, 이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겠지. 너무 억울하지만 방법이 없다. 내가 먼저 사과하자.’라는 많은 생각을 하고는 스마트폰으로 밀린 주문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후, 저는 솔직히 많이 억울하고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담배 불똥을 맞았고 사과를 받으려다 멱살까지 강하게 잡혔습니다. 상식적으로 이게 맞습니까? 아이고, 아무튼 언성을 높인 제가 죄송하게 됐습니다. 멱살 잡으신 분 아무리 화가 나도 멱살은 잡지 마세요. 만약 제가 지금 배달원이라는 책임감을 내려놓고 이 순간만 보고 법대로 움직인다면 이미 끝난 게임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한 방 맞으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어요. 거짓말 아닙니다. 진짜 조심하세요.”라고 말하자 남자 4명도 아니꼬운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치킨을 마저 가져다주면서 출동한 경찰관님께 전화를 했다. “제가 배달원인데요. 배달이 너무 많이 밀려서 자리를 떠났습니다. 너무 억울한데요. 방법이 없네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경찰관님은 이런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인지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잘 아는 듯한 말투로 “괜찮습니다. 나중에 민원으로 고소하셔도 효력은 같으니 나중에라도 고소하시면 됩니다. 수사하면 다 나옵니다.”라며 상냥하게 말씀해주었고 전화를 끊고 손님께 치킨을 가져다 드리고는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나는 내 직업에 대해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내 직업이 정말 밉다. 서럽다.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 앞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배달원의 인식이 바뀌려면 한참 걸리거나 불가능하겠구나. 저 남자들도 건설업 종사자 같은데 그들조차도 배달원을 무시하는구나.’ 조금 우울했다. 나는 건설업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알려진 형틀 목수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건설업 종사자들을 존중하는 편인데 견해의 차이는 역시나 굉장했다. 돌아와서 밀린 배달을 모두 해결하고는 멱살 잡았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타인과 다투면서 상대가 무언가 안타깝고 가엽다고 느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필이면 그 남자가 쓸쓸한 우리 가게 단골 두 명의 모습을 합쳐 놓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 느낌이 맞다면 그는 아마도 나쁜 사람은 아닐 거다. ‘그냥 용서하자. 용서하자.’ 나 또한 분명 불같은 면모가 있지만 오늘은 내 책임감의 승리다.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나를 총 7건의 주문이 말린 거다. 오늘 사건을 통한 경험은 분명 결정적일 때 내 지혜가 되어 줄 거다. 단언컨대 그 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 7건의 배달을 포기한 것보다. 후회가 덜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