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카메라가 왔다. 고기를 썰고 계신 어머니를 찍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이 너무 좋아서 거기에 비하면 화질은 떨어지지만 감성적인 취미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설레었다. ‘라미’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며 6.25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찍고 선물하는 정말 대단한 작가다. 그가 말했다. “학교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사진이라는 것은 상업적 수단으로도 쓸 수 있지만 미래 세대에게 업적과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라고요.” 그가 참전 용사에게 사진을 전하면 참전 용사는 액자의 가격을 묻는다. 그때마다 라미 작가는 말한다. “당신은 이미 69년 전에 액자 값을 지불하셨습니다.”라고 답한다. 이 작가는 사명감이 있는 작가다. 본인 사비로 이 업적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사진을 단순 취미와 추억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 마디 한다. “국가 유공자 즉, 한국 참전 용사나 외국 참전 용사를 본다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주세요.” 나도 배달을 가면 ‘국가유공자’라고 배지가 붙은 집을 종종 방문하는데 음식만 주고는 다른 말 없이 돌아섰었다.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긴다면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빈말도 지키려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행동으로 반드시 옮길 거다. 오늘은 유독 배달음식을 주문한 손님이 대부분 집에 없었다. 음식을 주문했을 때는 반드시 집에서 대기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고층에 사는 경우에는 공동현관 벨이 울리고 난 다음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려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엘리베이터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고층에서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손님은 사람이 달라 보인다. 모습에서 빛이 난다. 요즘 정말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소상공인들의 폐업이다. 장사가 잘 되던 가게도 피해 갈 수가 없다는 말이다. 건물 통째로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기도 한다. 나도 살짝 두려운 면은 있다. 매장 매출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마진율은 적지만 그나마 배달보다는 매장 마진율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분식점에서 튀김과 떡볶이를 포장 구매한 적이 있는데 분식점 사장님이 물었다. “가슴에 뭘 이렇게 차고 있나요?” 내 조끼에는 소독 스프레이와 소독 젤이 있는데 “이거는 소독 스프레이인데요. 음식을 전할 때 봉지 손잡이 부분에 뿌려주고요. 또 엘리베이터 버튼 같은데 한 번씩 뿌려요. 또 이거는요. 소독 젤인데 손님 손에 뿌려드릴 때도 있고요. 주로 수시로 제 손에 뿌려서 소독을 해요. 저는 개인이 결국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꼭 있는 법이기 때문에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코로나 19 사태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기다릴 게 아니에요. 우리가 지나가야 해요. 그리고 그게 더 빠르다고 확신합니다.”라며 설명해 줬다. 소상공인이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 여기서 더 길어진다면 굉장한 일들이 벌어질 거다. 물론, 코로나 19로 인해 득을 보는 업종도 제법 있다. 배달과 택배의 증가로 포장용기 업체나 쇼핑몰 같은 비대면 서비스 업종 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이 균등하게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에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나라에서 지원금을 준다고 기뻐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요즘 따라 단골들의 생각이 많이 난다. 근처 초등학교 축구부 학부모들부터 음식물 쓰레기 미화원 삼촌까지 발길이 끊겼다. 우리 가게 평수는 작아도 참 시끌벅적한 가게였는데 불과 얼마 전이 그립긴 그립다. 어차피 나는 돈을 좇는 장사꾼이 아니지만 어머니 인건비는 드릴 수 있어야 한다. 은퇴할 나이에 더 열심히 하고 계시니 말이다. 돈을 좇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시기는 힘든 시기다. 쫓을 돈이 없으니까 말이다. 마스크도 쓰기가 귀찮지만 길을 가다가도 본능적으로 눈이 예쁜 여성을 보면 나머지도 예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는 궁금증 때문에 조금 아쉽지만 마스크를 껴야 하는 결적적인 이유가 있다면 타인에게서 감염의 우려보다 내가 보균자 일수도 있음이 더 크다는 것을 꼭 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