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01일 03:08 - 1화 -

by 임주형

나는 자그마한 국밥집 사장이자 단 한 명의 배달원이며 다른 가게의 음식까지 배달하는 배달 대행 기사다. 우리 국밥집 직원은 두 명이다. 주방장이신 김희선 여사인 나의 어머니와 배달원인 임주형이다. 3시간 전만 해도 2020년이었는데 2021년으로 넘어와 새해가 밝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잠을 선택하기로 했다. 중천에 떠 있는 해를 보며 소망을 빌면 되니까 말이다. 나는 하루에 약 300Km 정도의 오토바이 운행을 하기 때문에 이 시간이면 몸이 녹초가 된다. 지난 일 년간 두 차례의 사고가 있었다. 한 번은 실수로 빠져먹은 공깃밥을 재빠르게 가져다 주려다가 골목길에서 초보운전자가 타고 있는 자동차에게 오토바이 뒷 타이어 머플러 쪽을 치였던 적이 있었고 다른 한 번은 아주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한 자동차를 피해 가려다가 발을 헛디뎌서 일방적으로 자동차를 긁어먹은 적이 있다. 다행히도 두 번의 사고로 인해 몸을 다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언제 다칠지, 죽게 될지는 알 수 없다. 2020년 12월 31일 자정이 다 되어갈 때쯤 울산 학성교 다리를 남구 방향으로 건너는 길에 내 오토바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말도 했다. “고맙다. 너무 고맙다. 아직까지 살아있게 해 줘서.” 이 날 점심에 어머니께서 오토바이 사고가 크게 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겁에 질려하셨다. 그 말을 듣고는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러면 더 신경 쓰여요.”라고 대답했었다. 12시간쯤이 흘렀었지만 뇌리에 맴돌았던 것 같다. 그리고는 지금 생각했다. “유서를 남기자.” 사실 나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글 쓰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어쩌면 일기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아가 책이 될 수도 있을 거다. 물론, 매일 쓸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에피소드나 사진까지 담아보려 노력할 거다. 주로 새벽에 유서를 쓸 텐데 따지고 보면 하루가 지났지만 편하게 오늘이라 표현해야겠다. 따라서 내일은 폴라로이드 사진기 하나를 구입하고자 한다. 하루 중 왠지 모르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장면을 담아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 비상사태다. 21시 이후에는 매장에서 식사가 불가능하다. 물론, 테이블은 4개뿐이지만 나름 줄 서서 먹던 집이었다. 현재 하루 확진자는 평균 1000대에 이르렀고 사람들의 웃음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예민함이 늘어남에 따라 갑질 또한 늘어났다.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결국 이 또한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이러한 시절이 있었다고 훗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내일은 임신 9주 째인 친누나와 친한 친구 한 명에게 내방 데스크톱 컴퓨터 바탕화면에 유서가 있다는 사실을 장난 삼아 알릴 거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내 전재산이 소년 소녀 가장에게 쓰이기를 바란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작년 7월 에는 두 번째 저서의 저자 수익 전액으로 라면 100박스를 구청에 기탁했다. 약 160만 원 상당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하니 한 끼 급식으로 배를 달래던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거들어 말하자면 나도 그만큼 가난했기 때문이다. 내 직업은 배달원이지만 좋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소신은 끝까지 지킬 계획이며 다짐이다. 타인과 제법 다툼이 많지만 그러한 내용들도 면밀하게 다루어 보려 한다. 도로에서 고라니나 멧돼지를 만나는 내용도 만나기만 한다면 다루어 볼 거고 물론, 작년에는 만난 적이 있다. 슬프지만 고양이나 강아지의 죽음과 죽음의 순간까지 다루어 볼 거다. 마찬가지로 작년에는 동물의 죽음의 순간을 만난 적이 있지만 가장 다루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 날이 없기를 소망한다. 우선, 잠은 보약이다. 현 시각 03:59 보약을 잡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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