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우리나라는 세금이 너무 세다. 1월, 5월, 7월은 솔직히 두렵다. 알뜰하지 못하고 흥청망청 돈을 쓴 사람은 세금 낼 때 대출받아서 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랜만에 비가 왔다. 본격적으로 배달하기 전에는 비를 엄청 좋아했었다. 비 맞으며 낚시도 하고 축구도 하고 촉촉한 숲 속 카페를 찾아가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는 했었다. 배달원인 지금도 비는 좋다. 다만, 장마철은 제외한다. 요즘 날씨가 건조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비는 내려줘야 마땅하다. 일반적인 강수량의 비가 내릴 때는 감성을 느끼면서 비를 맞는다. 가로등 불빛과 약간의 안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물론, 비가 오는 날이 가장 위험하지만 저속 운행과 상당한 집중력으로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애쓴다. 또한, 배달 앱 주문 요청 사항에 빨리 가져다 달라는 손님이 있으면 가차 없이 주문 취소를 날린다. 그런 사람한테는 음식을 안 주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비가 와서 인지 택배 아저씨도 고된 일을 마치고 탑차 짐칸으로 들어가 누워서 비의 감성을 즐기는 것만 같았다. 기회가 되면 나도 꼭 해보고 싶다. 탑차에는 침대 매트리스 정도는 거뜬하게 들어가고도 남을 테니까 말이다. 혹여나 나중에 애인을 만나게 되더라도 이러한 감성을 지닌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곳으로 가서 캠핑을 즐기는 거다. 술을 싫어하지만 그럴 때는 맥주 한 캔 정도는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비가 많이 쏟아지면 사실 괴롭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빗방울이 매우 따갑다. 그렇지만 자기 주문을 거는 편이다. ‘나는 지금 여름 바다에서 폭우를 맞으며 제트 스키를 타는 중이다.’ 오토바이는 진짜 제트스키가 되고 나는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거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개인적인 통계로는 비 오는 날에 좋지 않은 리뷰를 받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래도 배달 주문이 늘어나고 저속 주행을 해야 하므로 도착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리뷰를 확인하고 힘이 많이 빠지고는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2월부터는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려고 했었다. 매장 영업은 이어가면서 배달 대행 기사로 넘어가 유동적으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코로나 19 때문에 매장 영업이 힘들어져서 더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 가게 단골은 좋은 손님이 정말 많은 편이다. 리뷰 하나는 방전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럴 때마다 글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오늘도 좋은 리뷰를 보고 많은 힘을 냈다. 그런 손님은 제발 많은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벌써, 2월이 다가오는 것 같다. 코로나 19 탓인지 하루가 몽롱하다 못해 몽환적으로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어머니와 재료 준비시간에 조용한 식당에 들러 음식을 먹고는 실수로 손을 헛디뎌서 사기로 만들어진 컵을 깨트렸다. 또 남의 가게에서 진상짓을 한 거다. 죄송하다고 변상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사장님은 흔쾌히 마다했다. 하필이면 물을 마스크에다 쏟아서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마스크가 더 걱정이었다. 어머니께서 여분의 마스크를 들고 다니셔서 다행이었다. 원래는 마스크 여분을 넉넉하게 클러치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오늘은 가방을 가게에 두고 와서 많이 당황했다. 마스크는 여분을 챙겨 다니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어머니와 시내에서 떨어진 바다 근처 카페에 간 적이 있었는데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이 마스크가 없어서 전부 돌아 나오는 것을 보고는 여분의 마스크를 나누어줬었다. 네다섯 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그중 단 한 명도 마스크가 없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먼 곳에서 온 것 같아서 아쉬워하는 모습이 눈에 밟힐까 봐 나누어 줬던 거다. 올해 안으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는 손님들이 줄 서서 먹던 우리 가게를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