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21일 01:18 - 20화 -

by 임주형

사람들이 많이 빈곤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매장에서 식사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요즘 배달 대행 동료 기사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주로 하는 말은 “콜이 없어서 큰일이에요.”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정말 힘들고 괴로운 시기다. 우리 가게 2층에서 노래방을 운영하시고 계신 사장님의 얼굴을 까먹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수칙을 어기는 사람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많다. 나는 사춘기 청소년보다 50~60대 분들이 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진짜 말을 안 듣는다. 한 번은 가게에 침을 뱉고 욕을 퍼붓는 손님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다음에는 이러시면 안 된다고 돌려보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가게에 침을 뱉으며 들어와서는 또 욕을 퍼부었다. 그때는 나도 진짜 참 교육을 했다. 정수기로 물통에 물을 담고 있었는데 물통 하나를 박살내고 100kg쯤 돼 보이는 손님의 허리띠를 잡고 여러 차례 집어던졌다. 가게 밖으로 던지고 나가서도 던지고 또 던졌다. “어이, 한 번만 내 눈에 더 보이면 진짜 죽을 줄 아소.” 저런 사람들은 경찰도 이미 그의 편이 아니다. 그 이후로 가게 앞에서 한 번 더 마주쳤었는데 “뭐고?” 이 한 마디로 그 사람을 돌려세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린다. 지금 저러한 일이 있었다면 그냥 경찰관님을 불렀을 거다. 아무튼 지금 이 시국에도 편의점 테라스에 여러 명이 모여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담배 냄새가 편의점 안으로 흘러 들어갈 텐데도 마구 피워대는 사람들이 있고 불법 오락실에서는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몇 십만 원 돈뭉치로 모니터 화면을 도깨비방망이처럼 두드려대는 사람들도 있다. 수칙을 지키는 사람만 지킬 뿐 모여서 지내는 사람들은 어디든 모여 있다. 나뿐만이 아닌 모든 상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국밥 장사의 계절인 겨울이 이대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점심 장사도 조용했고 저녁시간 전에 시간을 내서 어머니와 울산 북구에 위치한 신흥사라는 절에 다녀왔다. 그 절에는 강아지 오복이가 있다. 오복이는 항상 마중은 나오는데 만지려면 물어버리는 강아지다. 작년에 호되게 물려서 절대 만지지 않았다.

울산 북구 신흥사 오복이

그리고는 강동 해변에 위치한 감성적인 수많은 카페 중 한 곳에 들러 커피를 주문했다. 포장 주문한다는 말을 실수로 하지 못해서 직원을 한 차례 귀찮게 했다. ‘아, 이거 진상 짓인데’ “죄송합니다. 수칙이 변경돼서 매장에서 커피를 취식해도 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곧 장사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라 가게로 돌아가야 했다. 포장 컵에 옮겨 담아달라고 말하고는 받아 나왔다. 주로 주방에 계신 어머니는 가스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면 항상 공기 좋은 곳으로 모시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매일 마다 내가 불효자라고 느낀다. 그렇지만 어머니만 한 고급인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수십 년의 내공을 지닌 사람이라서 그렇다. 아무나 따라 할 수가 없다. 내가 못 벌어가도 한국에서 월평균 급여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서울 강남구 보다 조금 더 드린다. 어머니 급여 날은 치킨 한 마리를 얻어먹을 수 있는 날이다. 우리 가게의 단골 중에는 요식업에 몸담고 있는 상인이 많다. 그래서 가능한 그중에 한 곳을 골라 주문을 한다. 나는 우리 가게 음식을 다른 가게에서 주문했을 때는 그 가게의 음식을 비슷한 가격으로 따라 주문한다. 이유가 있다면 상인 중에서도 못된 상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악성 리뷰를 예방할 수 있고 또한, 흉보고 있던 상인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서다. 빵집을 운영하는 단골 사장님이 한 말이 기억난다. 그것도 리뷰로 별점 한 개와 “오늘 국밥이 마음에 안 드네요. 기분이 상해서 음식 다 버립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이 있듯 같은 음식을 파는 사람이라고 해서 서로 이해해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단언컨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보다 안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눈을 얻을 수 있다. 작년 여름에 매장을 다녀갔던 손님 중에는 식당을 하고 있다면서 하는 말이 “이 집에는 소주 냉동고 없어요? 술이 미지근하면 안 되는데”라며 텃세를 부리더니 결국 나갈 때 남은 수육에 빨간 다진 양념을 골고루 아주 예쁘게 퍼 흩이고 갔다. 재탕을 할까 싶어서였을 거다. 또 다른 손님은 어머니가 실수로 소주 한 병을 추가로 계산한 적이 있는데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고 장사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어찌나 성질을 내던지 그 과민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알고 봤더니 그 손님은 노래방 여사장님이었는데 그 또한 본인이 그러한 사람이었을 거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그것을 자신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장단점을 타인에게서 볼 수 있는 거다. 이 시야의 폭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고 긍정적으로 사용하면 비로소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거다. 이 말은 유언이다.

작가의 이전글배달원의 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