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20일 01:47 - 19화 -

by 임주형

자정이 조금 지나자 가게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받았다. “지금 가면 먹을 수 있나요?” 그냥 무시하고 끊으려다가 한 마디 했다. “손님, 지금은 울산 어디를 가시더라도 21시 이후에는 매장에서 취식이 불가합니다.” 그랬더니 “아니, 그러면 불은 왜 켜놓은 거예요? 다른 국밥집은 24시간으로도 하던데 지금 제가 잘못됐다는 거네요?” 그냥 끊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 만약 21시 이후에 불 켜놓은 가게가 있다면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업주 벌금 300만 원 손님 벌금 10만 원입니다.” 처음에는 놀리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는데 말투를 들어보니 진짜 모르고 한 전화 같아서 그냥 설명해주고 말았다. 조금 있다가는 배달 주문이 한 건 들어왔는데 요청사항에 ‘밥 좀 더 주세요. 공동현관 비밀번호 0000# 올라오셔서 꼭 벨 누르시고 두고 가세요.’라고 적혀 있길래 분명 메뉴에 추가 공깃밥이 있을 텐데 왜 저런 말을 할까? 고민하면서도 챙겨주지 않으면 별점 하나를 줄 것 같은 직감이 들어 하나 더 챙겨서 배달을 갔다. 그리고는 벨을 누르려고 보니 벨을 막아 놓고는 ‘택배, 배달 절대 벨 누르지 마시고 문자 남기세요. 바닥에 두고 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럴 때는 ‘뭐 어쩌라는 건가요?’라며 한 마디 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지만 그냥 전화를 걸어서 “손님, 벨이 막혀 있네요. 음식은 문 앞에 두고 갑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게 가장 깔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했다.

KakaoTalk_20210120_025438356.jpg

어제 집주소를 잘못 남겼던 손님은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별 다섯 개 리뷰를 남겨 놓았다. 배달 팁 3,000원과 내 스트레스를 리뷰와 바꾼 셈이다. 그래도 별 다섯 개 리뷰는 사랑이다. 어제오늘 지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방금도 데스크톱을 켜놓고 옷을 홀라당 벗고 팬티만 입고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바닥에 누워 있다가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가게 근처의 주문이 많은 날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적은 반면에 먼 곳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날은 체력적인 부담이 커서 빨리 지친다. 울산 태화강 강변도로를 왕복으로 몇 번 달리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지 처음 느낀 감정이다. 독자들에게 ‘점을 찍듯 기억에 남는 하루를 살라.’라는 말을 남겨 놓고서는 정작 본인이 그 말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에피소드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글귀를 자주 올리지 않고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느낀 점이 과거의 인스타그램은 소통을 하면서도 홍보를 할 수 있는 SNS였지만 지금은 소통만 가능한 SNS가 되었다는 거다. 업데이트가 된 건지 내 계정이 터진 건지 알 수 없지만 예전에는 콘텐츠 하나를 올리면 조회수가 십만 명을 넘어가고는 했다. 지금은 천 명 정도가 평균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귀를 쓰고 브런치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기로 했다. 언젠가는 세 번째 저서를 집필하겠지만 유시민 작가님이 글쓰기 근육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그 근육이 손실되더라도 솔직히 지금은 글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냥 대충 쓰는 거다. 그리고 ‘거다’라는 표현을 브런치를 통해 처음 써본다. 딱딱할지 몰라도 나는 무조건 ‘것이다.’를 사용했었다. 신기한 것은 몇 안 되지만 브런치에서 내 글을 보는 작가님들이 있다는 거다. 솔직히 아무도 안 볼 줄 알았다. 그리고는 2021년은 내게 더 진솔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독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다. 결국, 글에 가식이 묻어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글, 멋있는 글, 감성적인 글 물론, 좋다. 그 분야는 내가 자신 있는 분야다. 나는 약, 천 명 이상의 이름으로 이름 시를 써주기도 했다. 한 명의 이름으로 이름 시를 쓰는데 많게는 1시간이 넘게 걸린 적이 있을 정도로 모든 정성을 쏟아붓고는 했다. 그리고 그중 1% 만이 내 저서를 구입해주고는 했다. 나는 배우는 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므로 브런치 알고리즘 또한 서서히 익혀 나갈 수 있을 거다. 아무튼 오늘은 잠이 굉장히 쏟아지는 관계로 줄인다.

작가의 이전글배달원의 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