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가 이어졌는데 어제도 말했듯이 비가 오는 날에 빨리 가져다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가차 없이 주문 거부를 한다고 했었다. 요청 사항에 ‘리뷰 가능 빠른 배송’이라는 문구가 적힌 주문이 들어왔었는데 어머니께서 감자탕을 해주셔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 상태라 주문을 받았다. 그렇지만 빨리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것이 있다. 빨리 가져다 달라고 하는 손님 때문에 먼저 들어온 손님의 주문을 뒤로할 수는 없다. 우리 가게는 리뷰 이벤트가 없는데 요청 사항에 ‘리뷰 이벤트 참여 탄산 주세요.’, ‘리뷰 이벤트 참여 공깃밥 주세요.’, ‘리뷰 이벤트 참여 빠른 배송 해주세요.’ 등 말도 안 되는 요청하는 손님들이 있다. 이런 손님들은 대부분 받아먹고 리뷰를 써주지 않는다. 써주는 사람은 개인적인 통계로 봤을 때 10명 중 2명 정도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좋아하는 간식을 사달라고 말하고는 사 오기를 바라며 이불 안에 숨어서 기다렸던 심리와 같은 거다. 타인을 먼저 이해하려 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손님에게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따듯하게 배달을 가도 항상 문제가 많았다. 오늘 이 손님은 공동현관 벨을 몇 차례 눌러도 응답이 없었고 안심번호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몇 자 안 되는 문구 안에 손님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신은 이해받기를 바라면서 타인의 시간조차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인 거다. 그곳에서 시간을 지체하면 다음 주문은 밀리고 다른 손님과의 도착 시간 약속 또한 지키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결제가 완료된 음식일 경우에는 그냥 공동현관 벨 밑에 두고 가면서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내고 만나서 결제해야 할 경우에는 그냥 실고 돌아간다. 배달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다른 주문을 처리하는 게 가장 이롭다. 물론, 돌아서면서 문자를 남겨 놓는다. 그리고는 한참 있다가 손님이 연락이 와서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하는데 그때는 말한다. “손님, 이러한 행동은 굉장히 잘못된 행동입니다. 다시 가져다 드리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전화기 손에 쥐고 계시고요. 식은 음식은 데워 드세요.” 이러한 말을 전할 때는 상냥하게 하지 않는다. 이 말투에 기분이 나빠 본인 잘못도 모르고 악성 리뷰까지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영업의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 마냥 웃어줄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가게의 포장법이 보통 음식점 하고는 달라서 많이 식지는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알겠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괴롭다. 하필이면 갑자기 배달 주문이 더 밀려오기 때문이다. 오늘 ‘잠수’를 탄 손님은 결제 완료 건이라서 공동현관 벨 밑에 두고 돌아 섰다. ‘안녕하세요. 손님, 다음번에는 전화 좀 받아주세요. 공동현관에 음식 두고 갑니다.^^’라는 문자를 남기고 돌아섰는데 가게로 전화는 오지 않았으니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자를 확인했을 거다. 그리고는 죄송하다는 답장도 없다.
나는 항상 수평적인 관계를 좋아한다. 손님이라고 해서 우위에 있고 내가 사장이라고 해서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이 바람은 아마도 혼자만의 바람으로 남을 거다. 누구나 알겠지만 한국 사람은 성격이 매우 급하고 부인할 수 없을 정로도 이기적인 사람이 많다. 전체 인구 중 소수의 사람만이 책을 찾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한다. 어떠한 사람이든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잘못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뉘우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화낼 수 있다. 갑질도 할 수 있다. 욕 도할 수 있고 이기적일 수도 있다. 이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 차이는 큰 차이가 있으며 반성하려는 사람은 타인으로 하여금 오래 보아도 빈틈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단언컨대 내가 먼저 배려하면 배려를 바라지 않아도 받게 되어있다. 따라서 고쳐질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에게 물들어갈 필요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