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1월 27일 01:34 - 26화 -
요즘 날씨가 장마와 다를 바 없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비가 오면 마스크가 젖는데 굉장히 불편하다. 우의를 입어도 비가 안으로 새어 들어온다. 하루가 축축해지는 거다. 비가 오는 날이면 2,000원짜리 우의를 걸치고 커다란 우산 하나 들고 바다낚시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냥 원터치 텐트를 비를 막아주는 타프도 없이 펼쳐 놓고 빗방울이 들어가든 말든 버너에다 라면을 끓여 먹었었다. 또 보조 배터리에 스마트폰을 충전시키면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했다.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지만 동네 가까운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때면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사 와주는 이성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들 모두 예쁜 얼굴을 가졌었다. 한 명은 진정성 없이 자꾸만 나를 헷갈리게 했었고 다른 한 명은 멍한 표정으로 방파제 가로등을 바라보기만 했었다. 물고기를 낚으러 와 놓고는 여자를 낚을 수는 없었으므로 진정성 없는 친구에게는 그저 그런 수다를 떨어줬고 가로등을 바라보던 친구에게는 나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적어도 그녀들은 의리 있는 여자들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생일날 신발을 선물해줬고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비싼 술값을 몰래 계산해줬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우의를 입고 장화를 신고 제2의 고향에서 신나게 비를 맞는 배달원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니다. 항상 자신감이 꽉 차있다. 그냥 일에 몰두할 뿐이고 여러 가지를 못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못하는 내게 오래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독자 한 분이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고민 내용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였다. 그 말에 ‘두 마리의 토끼는 한 번에 잡을 수 없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한 마리를 잡고 그다음 한 마리를 잡는 방법뿐입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독자는 무언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심어 줬었는데 한 날은 먼저 대화를 걸어 놓고는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 길래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시죠? 한곳에 집중하시는 방법부터 아셔야 할 것 같네요.’라며 쓴소리를 했더니 나이도 비슷한데 인생 혼자산 것 마냥 재수 없다며 구시렁거리길래 그냥 차단을 했었다. 이 사람과 대화를 더 이어나가다가는 나도 상처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민 내용 중에도 타인의 미움을 산다는 내용이 있었고 그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것처럼 타인을 돕는 것도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지 불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때로는 만인에게 원만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거다. 좋은 관계의 타인은 많을 수가 없을뿐더러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관계에서 잘라내야 할 사람은 반드시 잘라내야 하며 승낙보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이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이 원하지 않는 일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해야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타인에게도 솔직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러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거다. 행복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마음에 없는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원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에 있다. 얼마 전 7화인지 9화인지 모르겠으나 도로변에서 죽음을 맞이한 고양이를 커다란 봉지에 담아 도로변으로 옮겨 놓은 것도 내 마음이 원했기 때문에 처음이었음에도 용기 낼 수 있었던 거다. 또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하여 학교에서 급식으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학생에게 라면 100박스를 기탁한 일도 마찬가지다. 내 나름 160만 원이라는 거액을 쓰면서도 너무 행복한 나머지 날아갈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비를 맞으며 배달하는 것도 위험한 업종이기는 하지만 행복한 사람이 아닐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