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2월 17일 02:10
어제 막바지 배달 중에는 공동현관이 없는 오피스텔이 있었다. 벨을 눌러도 손님이 나오지 않길래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도 않았다. 3분에서 4분 정도를 기다려도 반응이 없어서 문 앞에 두고 ‘잠수 타시면 곤란해요.^^ 음식 두고 갑니다. 맛있게 드세요.^^’라며 문자를 보냈다. 5분을 기다리는 것은 무리다. 우리 가게에서 끝과 끝 두 개의 배달이 남아 있었고 시간이 간당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선불 결제였음에도 돌아설 때 찝찝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카드 결제나 현금 결제라면 다시 가게로 들고 갔다가 연락이 오면 다시 새롭게 해서 완벽한 음식을 전해줄 수 있지만 선불 결제는 손님이 결제를 먼저 해버렸기 때문에 어학원 셔틀 도우미 사건처럼 집 주소가 다르다거나 초인종 소리와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음식이 다 식었다고 우겨 된다면 굉장히 피곤해지고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 중 불행으로 그 손님의 문자 답장이 오늘 오후 16시쯤에 왔다.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더니 초인종 소리를 듣고 불과 3분 있다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초인종 소리와 전화벨 소리도 들었다는 말이 된다. 알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 3분이 바쁠 때는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고 대충 사과를 받았다. 나도 이런저런 소리와 ‘잠수’라는 표현을 써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끝난 줄 알았는데 별 두 개짜리 리뷰가 달렸다. 그 손님이었다. 그 손님은 나와 배달원은 전혀 다른 사람인 줄 알고 평범하게 나누었던 문자 내용 중 본인이 유리한 부분만 캡처를 하여 사진으로 첨부하였고 제차 화를 표출했다. 분명히 좋게 마무리가 됐는데 그 손님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잠수’라는 표현에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였을 거다. 그렇다면 나도 잘못이 있다. 유머러스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건데 역효과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3줄을 인용하고자 한다.
‘제가 목숨을 위태롭게 했습니까??
뭐 골든타임 있어요? 의사세요?ㅋㅋㅋㅋㅋㅋ
배달 서비스 많이 당황스럽네요ㅋㅋㅋㅋㅋ’
분명 모든 손님과 약속된 골든아워가 있기 때문에 나머지 두 개의 배달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으므로 목숨을 위태롭게 한 것도 맞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절대 자격지심이 아니다. 약속된 시간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설명할 필요 없이 누구나 공감할 거다. 우선 속상함을 뒤로하고 이 손님이 다른 가게에 남긴 리뷰를 보니 거의 다 두 세 개짜리 리뷰들이었는데 저러한 리뷰는 매출에 영향을 미치므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다. 다행히도 몇 번 시도 끝에 연결이 됐다.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성이었다. ‘손님 제가 국밥집 사장이자 배달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내용들은 편집해 버리시고 저렇게 리뷰를 써버리시면 저는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환불해드릴게요.’라고 말했더니 칼같이 계좌번호를 보내왔다. 그래서 깔끔하게 환불해줬다. 무언가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만 리뷰를 지웠으면 그것으로 된 거다. 내가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리뷰 문화를 통째로 없애는 것은 무리고 제삼자 고객이나 잠재 고객 다수가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삭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싶다. 리뷰가 주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에 없애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이 방법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작성자 외에는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리뷰라는 게 뭔지, 어떠한 순간에도 상인이 을이 되어야 하는 현대 사회가 조금은 밉다. 전화기가 있는데, 악성 댓글로 수많은 유명인이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리뷰도 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