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2월 23일 02:11 - 39화 -

by 임주형

21시 제한 이후 매장 손님이 끊기자 매출 3분의 2가 줄었었는데 제한이 풀리자 되레 그마저도 반 토막이 났다. 추측컨대 국밥은 식상하기 때문에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식탐과 욕망이 풀려 시내로 나가서 사람이 분비는 술집이라든지 횟집 또는 고깃집을 가고 싶어서일 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 명절 때문에 금전의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매장 장사가 회복되는 기점을 이르면 3월 중순 이후쯤으로 짐작하고 있는데 걱정인 것은 그 사이 확진자가 늘어나 다시 제한되는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것 같다. 날씨가 따듯해지고 나아가 더운 여름이 오면 국밥은 아무래도 비수기다. 올겨울은 비축해도 모자랄 판에 허둥지둥 버티다가 일을 다 봤다. 때문에 코로나 19를 맞고 있는 상인이라면 가짐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적자만 보지 말자.’라든지 ‘가능한 코로나 19에 맞서 적극 동참하자.’와 같은 식상한 마음가짐 말이다. 괴롭지 않은 상인이 어디 있으랴. 며칠 전에는 매장 매출이 만 원짜리 한 장이었는데 정산을 하다가 너무 웃겨서 웃음보가 터졌었다. ‘와,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팔아도 만천 원인데’라며 말이다. 만 원은 동료 배달 대행 기사님 두 분이서 식사를 하고 계산한 금액이다. 동료 배달 대행 기사에게는 국밥 한 그릇 당 이천 원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두 그릇 해서 만원인 거다. 코로나 19 시대를 겪어보니 가장 이로운 대처가 ‘아무 생각 안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아무 생각 안 하는 게 이롭다. 생각할수록 조바심이 들고 불편하며 마음이 괴롭기 때문이다. 낮에는 배달을 갔더니 30대 주부로 보이는 손님이 딸기 맛 단지 우유 하나를 내게 건넸다. 이런 자그마한 선물을 받을 때면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재료 준비시간 1분을 남기고 들어온 주문이라 속으로 ‘한 10분 정도만 일찍 주문해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투덜거렸었다. 배달을 다녀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흘러버리기 때문에 재료를 준비할 때 시간이 모자라거나 여유 없이 분주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와 재료 준비 시간을 틈타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갈 때면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을 먼저 살펴본다. 직원이 식사를 하고 있거나, 재료를 준비하고 있거나,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하면 차라리 다른 식당을 찾는다. 돈도 돈이지만 매우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딸기 맛 단지 우유와는 바꿀 만했다. 속으로 투덜거리며 갔지만 아파트 단지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동안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봤고 참새와 이름 모를 새의 날갯짓과 지적임을 들을 수 있었다. 선한 사람은 옷차림과 외면 그리고 표정처럼 겉모습에서 오는 아우라가 있다. 항상 그랬다. 선한 사람은 가식의 가면 없이 그냥 선한 사람이다. 존재만으로 아름답고 그 모습만으로 향기가 되는 고마운 사람이다. 선한 사람이 되는 연습은 간단하다. 타인에게 사소한 감동과 기쁨 그리고 힘을 어떻게 나누어 줄지 자주 생각하는 것, 비로소 이 생각들이 자신의 마음에 온전히 안착하게 되면 누가 느껴도 선한 아우라를 뿜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다. 이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나도 아직 한참 멀었다. 천성이 선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아우라를 뿜어내게 될 때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사실 참으로 어려운 거다. 그렇지만 이점을 알고 매 순간 자각하고 천천히 노력해볼 수 있도록 하자. 가뜩이나 모든 사람이 예민한 세상이다. 부처도 사람이었고 예수도 사람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벌써 2월이 저물어간다. 곧 꽃이 핀다. 맞다. 꽃이 피든 잎이 피든 나비가 날아들든 결국은 풍진 세상 대한민국의 사계절 안에 있는 거다. 그래 곧 봄이다. 봄날만큼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 기분 좋고 상쾌한 것들만 보고 듣고 즐기고 느껴라. 이미 이렇게 된 거 마스크 꽁꽁 싸매고 바다에도 가보고 산에도 가보고 강에도 가봐라. 적어도 사계절만큼은 식상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기에 알맞게 다가오지 않던가? 비관에 끝이 없듯 낙관 또한 끝이 없다. 일단 행복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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