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2월 27일 02:12
어젯밤에는 악몽을 꿨다. 주로 다니는 도로에서 띄엄띄엄 줄줄이 배달원이 죽는 꿈이었다. 죽음 뒤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마치 내 차례를 두려움으로 기다리는 것 같았다. 깨어나려 해도 깰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도로를 계속 달렸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올 때까지 반복됐다. 그날 어머니께 오늘 꿈자리가 굉장히 괴롭고 좋지 않으니 실수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 하루 종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배달 주문 절반 정도가 실수였다. 콜라를 빼먹고, 순대 국밥에 순대를 빼먹고, 추가 공깃밥을 빼먹는 등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환불이 몇 건이나 됐다. 오후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정신을 바짝 차렸음에도 정차해 있다가 발을 헛디뎌서 쓰러지면서 오토바이를 옆으로 던져버릴 번 했다. 다행히도 미끄러지던 발바닥에서 제동이 걸려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났지만 참 알 수 없는 꿈이다. 단순히 꿈자리가 좋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아마도 내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두려움이 꿈으로 나타난 거겠지. 인간에게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거다. 두려움이 없으면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다. 죽음이 두렵고 실패가 두렵고 불행이 두려운 거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양질의 음식을 찾아 먹으며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거다. 다시 말해서 두려움을 잘 이용하면 되레 약이 된다는 말이다. 두려움이 자신을 집어삼키지 않게 자신이 두려움을 집어삼키기를 바란다. 벌써 3월이 보인다. 이 말은 곧 여름이 온다는 말인데 가게에 약한 스탠드형 에어컨이 걱정이 돼서 스탠드형 에어컨 교환과 벽걸이 에어컨까지 추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주문을 해둔 상태다. 코로나 19 탓에 장사가 주춤하고 있지만 우선은 여름을 준비해야 한다. 안 그래도 여름은 국밥 비수기인데 식당 안이라도 살짝 추운 듯이 시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오토바이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여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짐작되는데 주인 잘못 만나서 충분히 고생했다. 수없는 장거리 운행에 많이 지쳤을 거다. 어쨌든 오토바이가 수명을 다하면 결국 새 오토바이를 사야 한다는 뜻인데 에어컨에 오토바이에 머리가 살짝 아프다. 이미 답은 나왔으니 미리 걱정 않고 그때 가서 생각해야겠다. 며칠 전에는 어머니와 조금 다투었는데 마음에도 없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어머니를 속상하게 했다. 입이 잘못했다. 마음이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명령 불복종이다. 좋은 아들이 되고 싶어도 부모 자식은 가정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부모는 늙고 아파오는데 자식은 같은 시간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산다. 결국에는 영원한 것은 없고 영원할 것 같을 때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작년 여름 외조모를 마지막으로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세상을 떠나셨다. 내 부모님도 마지막 외할머니가 떠나실 때 ‘다음은 이제 우리 차례구나.’라는 생각을 하셨을 거다. 가족에게는 좋지 않은 말을 하지 마라.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도 억지로 눌러 담아라. 장점만 생각하고 칭찬만 말해라. 그리고 또, 더 좋은 말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좋은 말만 전해라. 내뱉은 말이 귀에 들어가면 다시 꺼내올 수 없다. 글 또한 이미 눈으로 읽은 후에는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때문에 아무리 미워도 가족에게는 무조건 좋은 것만 이야기할 수 있는 구성원이 돼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원할 수 없다. 곧 봄이 오면 적어도 3월 한 달만큼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모르겠다. 바다에도 가고, 좋은 식당에도 가고, 다 같이 옷도 한 벌 사 입고, 제일 중요한 사진도 많이 찍으며 많은 기억을 남겨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가능한 많이 매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