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9일 02:12
02월 13일 설날 연휴 이후로 지금까지 그리고 둘째 주 일요일이 오기까지는 휴무가 없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배달원의 유서’를 쓰다가 포기하고 쓰다가 포기했다. 오늘은 끝까지 써보기로 결심하고 찬물로 샤워를 마치고 데스크톱에 앉았다. 얼마 전에는 삼일절이었는데 태극기가 2월 말 정도인 일주일 전부터 계양됐다. 문득 태극기를 보는데 군 시절 훈련병 때가 생각났다. 나눠줬던 삼색 볼펜 때문이었는데 훈련소 수료식이 가까워 올 때쯤 일기장에 ‘군대에서는 삼색 볼펜을 나눠주는데 그 색깔은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이다. 세 가지 색이 가진 의미는 아마도 태극기가 아닐까?’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눠준 아니, 보급해준 커다란 소나기라는 수첩 겸 일기장에 캘린더가 있어서 하루를 보낼 때마다 표시 겸 태극기를 그렸다. 태극기를 바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사방 모서리 대각선에 검은색 건·곤·이·감의 사괘가 헷갈리기 때문일 거다. 시간 날 때 태극기의 형태를 보고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 전에는 고양이가 차를 살피더니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봤다. 무서워서 그랬겠지만 영리하다고 생각을 했고 모든 고양이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얼마 후 또 다른 고양이는 도로를 마저 건너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앞전에 큰 비닐봉지와 위생 장갑으로 치워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치우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치워주지 못했다. 1분 1초를 타툴 만큼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제는 할 수 있는데, 운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돌아갈 때도 자동차 바퀴에 몇 번이나 더 밟혔는지 처음에 있던 자리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수없이 고양이의 죽음을 보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
비가 몇 차례 쏟아졌다. 빗길에 미끄러져 크게 다쳐 엠블런스에 실려가는 배달원을 봤다. 파편이 멀리에서도 발견되는 걸 보니 제법 오래 미끄러졌을 거다. 오토바이는 앞바퀴가 미끄러지면 답이 없다. 따라서 맑은 날에 앞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비가 오는 날은 저속 주행하며 뒷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더 안정적이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신호를 기다린다고 정차해 있다가 옆 차선이 더 비어 있는 걸 보고 갑자기 튀어나와 차선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살짝 놀래서 브레이클 잡아도 미끄러진다. 알고도 미끄러진다는 말이다.
어제는 악성 리뷰 하나에 시달렸다. 원룸에 사는 손님이었는데 ‘공동현관 비밀번호 #0000# 문 앞에 부탁드려요.’라는 요청 사항이었다. 나는 그래서 문 앞에 뒀다. 그랬는데 별점 한 개짜리 리뷰가 달렸다. 음식이 왔는지 몰랐다는 말이었다. 배달 업체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가게는 출발할 때 알려주고 도착해서도 알려주는데 여기는 왜 이렇냐, 벨을 누르든 노크를 하든 최소한 문자라도 줘야 할 것 아니냐. 말 끝마다. ‘아시겠어요?’라며 나를 기분 나쁘게 했다. 배달원은 벨과 노크를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자던 아이가 잠에서 깨거나 강아지가 짖기 때문이다. 그래서 걸려오는 클레임이 엄청나게 많다. 또한 ‘문 앞에 부탁드려요.’, ‘문 앞에 놔둬 주세요.’ 같은 요청 사항은 보통 손님이 퇴근 중이거나 집에 없을 때 주로 쓴다. 정상인은 아니다 싶은 생각에 그 손님 닉네임을 클릭해서 들어가 봤다니 어휴, 온갖 가게에 리뷰 테러를 해놓은 것이 아닌가? 그 이후로 문 앞에 부탁드린다거나 놔둬 달라는 손님에게 음식을 놔두고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그랬더니 전부 다 하는 말 “요청 사항 남겨뒀는데, 그냥 두고 가시면 됩니다”였다. 그렇지만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바빠도 문자는 남기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요약하자면 퇴근 중일 때는 '문 앞에 놔둬 주세요.', 단순히 비대면을 원할 때는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 문 앞에 두고 노크해주세요, 문 앞에 두고 문자 주세요, 문 앞에 두고 전화 주세요.'라고 남겨야 오해가 없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주로 가끔 비대면 수령을 원했는데 요즘은 비대면 수령이 많이 늘어났다. 이 모든 게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이다. 어서 빨리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