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 46화 -
2021년 04월 01일 01:56
장사를 한다는 게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친절함이란 빌빌 기는 것을 뜻하고 지나친 물가 상승에 따라 마진율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얼마 전 달팽이 사건의 손님은 오늘 부로 본인이 남긴 별 다섯 개 리뷰를 모두 다 삭제시켰다. 내 장사 철학에 큰 반성과 변화를 가져왔지만 아침 일찍 가게까지 찾아와 문틈 새로 편지와 함께 돈을 다시 돌려준 마음씨 고운 그 손님을 놓쳤고 되레 그 손님의 마음에는 우리 가게의 대한 증오가 남아 이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후 폭풍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 있었던 일을 개제한다던지 입 소문을 퍼뜨린다던지 말이다.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염두 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에는 진상 손님을 과감하게 대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요즘은 매우 달라졌다. 손님 한 사람에게 빌빌 거리지 못하면 잠재 고객을 최소 100명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앞서 다루었지만 향후로는 소상공인이 급격하게 줄어들 거다. 돈은 돈대로 못 벌고 업무량은 직장인들의 비해 두 배 가까이 되고 세상에 노예가 된 것 마냥 모든 사람들에게 빌빌 거려야 하니까 말이다. 심지어 이번 소상공인 4차 재난지원금 또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더 오래 일했고 휴무일을 없앴을 뿐인데 말이다. 요즘 나는 솔직히 괴로운 상태다. 세상이 어려우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예민해질 거고 결국, 그중에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하면 내가 더 예민할 텐데 그들의 예민함을 다독여주는 것에 상당히 지쳤다. 나도 같은 사람이고 감정이라는 게 있는데 침을 한껏 모아 억누른다는 의미에서 짚어 삼키고 또 삼키다 보면 어떤 날은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날도 허다하다.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타인에게 평가받는다는 게 아주 큰돈을 잃었을 때와 심적 대미지가 흡사하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것은 당연 ‘리뷰’라는 말이다. 내가 연구하고 공부하기로는 분명 좋은 방법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리뷰라는 것은 상인에게 절대 이로울 수 없다. 기업에게 이로운 거다. 쇼핑 앱이라던지, 배달 앱이라던지 소비자에게 주문을 받고 상인에게 수수료를 받는 그러한 기업들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네이버’라는 아주 대중적인 포털 사이트를 칭찬하고자 한다. ‘스마트 플레이스’에 등록된 가게는 손님이 직접 방문하여 계산된 영수증을 통해 리뷰를 남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 '영수증 인증 리뷰' 또한 악성 리뷰와 리뷰 작업을 근절하기 위해 시행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악성 리뷰를 근절하지 못했고 이점을 개편하여 리뷰 자체를 없애기로 한 거다. AI 기술로 제공되는 ‘태그 구름’처럼 이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기업이 아닐 리 없다. 나도 오늘 처음 알았지만 매장에서 식사를 아주 여러 번 하고 스마트 플레이스에 악성 리뷰를 꾸준히 남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정말 좋은 대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칭찬한다. 나아가 장사를 떠나 모든 것에 접목되는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간은 갑과 을이 없으며 수직적인 관계 또한 없고 수평적인 관계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리뷰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상인은 무조건적인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린다. 물론, 리뷰의 편리함도 만만치 않게 큰 장점으로 다가오겠으나 사람들은 부정적인 것에 신뢰를 얻으므로 손님 개개인에게 다르게 느껴질 그 기회가 상인에게서 사라지게 되는 거다. 리뷰를 없애 달라고 하소연하는 게 아니다. 잠재 고객 10명이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해당 리뷰를 삭제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든지, ‘네이버’가 지금 도입하고 있는 리뷰어의 평균 별점을 나타낸다던지, 다수의 상인이 특정 리뷰어를 신고하면 그 리뷰어 명의로 된 계정에 제재를 가한다던지 무수한 방법이 있다. 아무튼 적절한 비유로 오늘의 유서를 마친다. “왕이 기업이라면 신하는 상인이며 백성은 손님이다. 왕이 신하를 다스리지 못하면 공평할 수 없을뿐더러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