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31일 02:16
3월이 끝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매 하루마다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고 살아서 그럴 거다. 하루의 소중함을 잊고 오늘이 며칠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또 무슨 요일인지를 자각하지 못해서 그럴 거다. 이점을 알면서도 신경 써야 할 일들은 끊임없이 숙제처럼 다가오고 어떨 때는 풀어도 풀어도 쌓일 만큼 밀려올 때가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가 원하는 보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를 하며 답을 거의 다 찾았다가도 결국 찾지 못하고 갑작스레 찾아오거나 밀린 무언가에 의해 고뇌를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한다. 나뿐만이 아닐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고뇌에 종종 빠진다. 지극히 정상적인 거다. 열심히 달려가다가도 목표가 갑작스레 사라졌다거나, 쌓아 올리던 자신의 주관이 타인의 영향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요즘 부쩍 어떠한 분야를 담아내는 것에 열중하기보다는 비워내고 온전히 내려놓거나 과감하게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결국 실전이다. 그만큼 흘러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간만큼은 리허설이 없다. 지금 내 나이가 스물아홉 마지막 이십 대 이지만 곧 서른이 된다고 해도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고 비교적 젊은 나이는 맞지만 달리 느끼기에 몇십 년 후인 미래에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갑갑하다. 지난 몇 년간 글쓰기를 온전히 내려놓고 장사에 전념을 해 왔지만 돼지 열병과 코로나 19를 빌미 삼아 장사 또한 내려놓을까 하는 조금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장사를 붙들고 시간을 투자하는 게 미련함과 시간 낭비 일지, 인내심을 통한 승리가 될지 솔직히 모르겠다. 아무튼 며칠 내내 고민해보도록 하겠다. 얼마 전에는 부추에서 아주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나왔다는 리뷰가 달렸다. 오래된 단골손님이었는데 죄송하다며 문틈 사이에 현금을 꽂아두고 돌아섰다. 그다음 날 손님이 가게 문틈 사이에 편지와 함께 그 돈을 다시 돌려준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리뷰에 댓글을 하나 더 달았다. “손님, 따듯한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미 신뢰가 깨졌습니다. 그 돈을 손님께서 좋은 의도로 돌려주셨으나 앞으로 손님께 음식을 팔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현금이 든 봉투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신뢰라는 것은 유리와 같아서 한 번 깨지면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거다. 설령, 그 손님이 우리 가게의 음식을 주문한다고 하더라도 달팽이 생각이 떠오를 거고 의심부터 하게 될 거다. 그러나 환불해준 그 돈을 받아줬다면 마음에 불편함은 남겠지만 그나마 전해줄 수 있었을 거다. 알다가도 모를 미스터리 한 이점에서 내가 장사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마도 자존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다. 아무튼 이미, 장사에 대한 미련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당당한 장사를 하고 싶다. 이를테면 고춧가루 한 톨이 양파에 앉았다고 치자 그래도 나는 전체 주문 가격이 10만 원이라도 10만 원 전액 환불해준다. 당당해야 하니까. 그렇게 환불을 해주면 다음에 또 주문하는 손님보다 아무리 단골이었다 하더라도 주문하지 않는 손님이 조금 더 많다. 장사라는 것은 돈만 남겨서도 사람만 남겨서도 되는 게 아니라 돈과 사람 둘 다를 같이 남겨야만 이어갈 수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앞으로의 소상공인은 큰돈을 벌 수 없을 확률이 높을 것이고 소상공인이 급격하게 줄어들 거다. 그리고 장사를 떠나 사람은 남길 수도 모을 수도 없다. 다만, 사람 저마다의 기억을 남긴다면 모를까. 그래서 가끔은 내가 먼저 손님을 떠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거다. 대신 가능한 좋은 기억을 남겨 주면서 말이다. 열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미련할 만큼을 남겨두고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달릴 수 있다. 죽자고 달리면 빨리 지친다. 그리 되면 미련이 소멸되고 그 분야를 끝내게 되는 거다. 최선을 다한 죄밖에 없겠지만 마음이 그만하자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끝내 수긍을 하게 된다. 열정에 연료가 있다면 아마도 미련일 거다. 믿음만으로는 열정을 끝까지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는 남기지 않는 장사를 하지만 이미 손해 보는 장사가 지속되어 왔다. 향후 며칠간은 선택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이다. 최선은 기본이며 모든 것은 운에 달렸다. 그 까닭은 세상의 변화를 미리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