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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Jul 07. 2021

배달원의 유서 - 55화 -

2021년 07월 07일 01:41

  7월 들어 데스크톱에 처음 앉았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거리에 아스팔트 도로가 마를 새 없이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벌써 7월인데 1월의 내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글 쓰는 빈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내가 느끼기로는 배달 앱 악성 리뷰에 대한 언론 보도가 늘어날수록 악성 리뷰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다. 얼마 전 별점 3개짜리 리뷰에서는 ‘고기가 텁텁하고 국물은 깊은 맛이 없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손님 같은 경우는 내 기억으로 4~5차례 정도 주문했었던 손님이다. 별점 총점이 4.9점일 때는 리뷰를 달지 않다가 5.0점이 되자 갑자기 이런 리뷰를 다는 심리가 뭘까? 정말 알 수가 없다. 궁금한 마음에 닉네임을 클릭해서 다른 가게에는 어떻게 남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스크롤을 내려 봤더니 별점 3개면 선방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가관이었다. 그냥 넘어갔다. 어떻게 마음을 돌리려 해도 지워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금 최악이 리뷰를 받았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우리 가게는 두 그릇부터 배달 주문이 가능한데 이점을 메뉴 안내 사항에 남겨두었는데도 국밥 한 그릇과 소주 두 병 또는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 그리고 반찬 팩을 추가하여 주문한다던지 추가 메뉴를 이용해서 15,000원이라는 금액을 맞추어 주문하는 손님이 더러 있다. 그럴 때는 모르고 주문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끔 배달을 해드린다. 그러면서 음식을 전해줄 때 조곤조곤 설명을 하는데 “손님, 메뉴 안내 사항에 남겨두었는데요. 사실은 두 그릇부터 배달이 가능한데 오늘은 모르고 주문해주신 것 같아서 만들어 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어조다. 오늘 정확히 한 그릇짜리 배달이 두 건 들어왔는데 첫 번 째 주문은 손님이 잘 알아들었고 두 번째 주문에서 손님의 표정이 매우 안 좋았다. 그 낌새를 느끼고 더 조심스레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알아듣는 듯했는데 돌아서면서도 매우 찝찝함을 느꼈다. ‘아, 쐐 하다.’ 아무래도 폭우가 쏟아지고 배달이 밀리다 보니 다음 배달이 우선이므로 오토바이 운전과 배달 주문에 신경을 돌렸다. 그렇지만 계속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리뷰 창을 확인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악의 리뷰를 확인하게 됐다.  

'와, 하, ' 그 순간에도 배달 주문이 밀려 있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머지 주문은 동료 기사님들께 오더를 내려주고 배달 앱을 잠그고 그 손님의 집으로 향했다. 손님이 아무리 열 받게 해도  ‘절대 가면 안 된다.’ 손님 주문한 곳에 다시 방문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나는 갔다. 경찰이 오든 싸움이 일어나든 대화로 풀든 너무 억울했고 이 리뷰를 혈압이 높으신 어머니가 보면 쓰러질 확률이 있다고 느껴서다. 업주가 찾아가서 문을 부숴버린 사례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안 나오면 전부 다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폭우를 뚫고 125cc 오토바이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로 달려 손님 집에 도착했다. 똑똑똑 노크를 세 번 했는데 역시나 나오질 않았다. 한 번 더 했다. 그래도 나오질 않자 주먹으로 두 방 갔다 꼽았다. 그러자 “무슨 소리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손님의 목소리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그 손님의 어머니 아버지였다. 화가 많이 차있었지만 놀라셨을 손님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현관문 옆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손님에게 이야기했다. 방이 하나 있는 것 같았다. “손님, 대화를 조금 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화나셨는지 제가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가시라고요. 경찰에 신고할까요?”라는 말만 들려왔다. “아니, 손님 도대체 제가 뭘 잘못했나요? 원래는 안 되는데 모르고 주문하셨을 수도 있으니 오늘은 음식을 해 왔다고 상냥하게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한 번 더 말했음에도 그 손님은 “아, 그냥 가시라고요.”라는 말만 남긴 채 창문 창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손님의 부모님이 리뷰는 지워보라고 말해볼 테니 이만 가보라고 했다. 아버지도 나를 다독이셨고 어머니는 계단 앞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와 다독여주셨다. 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사람임에도 어머니께 무릎을 꿇고 말을 이어나갔다. “어머니, 이 리뷰를 저희 어머니가 보면 굉장히 괴로워하실 겁니다.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요즘 장사 죽을 듯이 힘듭니다. 저는 욕을 한 적도 없고 아드님에게 기분 나쁘게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15,000원 환불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실은 아까 전에 아드님에게 음식 전해드릴 때도 배달 팁 1,000원 빼고 드렸습니다. 혹시나 싶어서요.” 어머니는 환불은 안 해줘도 된다고 말하시며 얼른 돌아가 보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는 돌아섰다. 그리고 머지않아 리뷰가 지워졌다. 지금도 너무 속상하지만 좋은 리뷰를 달아주는 손님이 월등하게 많기 때문에 며칠 지나면 분명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다. (또 한 번의 손님과의 통화와 사과로 일은 잘 해결됐다.)

진짜 리뷰 문제는 제발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문해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다음에 또 시킬 거고 맛없으면 다음에 안 시키면 되는 건데 배달 앱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상인보다 월등히 많고 소비자의 지갑에서 돈이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칼을 쥐어줘야만 할 거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리뷰, 먹을 사람은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으면 되는데 그게 어려운 걸까?     


  이후로 가게로 돌아왔더니 동료 기사님이 수육백반 하나를 포장하러 가게에 들렀다. 이 이야기를 하다가. 더 웃긴 이야기를 들었다. 육회 배달 장사를 하는 사장님이 가끔 집에서 다른 집 음식을 주문하는데 벨을 누르자 문을 매우 강하게 열어서 문에 부딪혔다고 했나 부딪힐 뻔했다고 했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렇게 나와서는 한 말이 “인사 안 하나? 싹수없네.”였다는 이야기였다. 육회 사장님은 나이가 많아봤자 40살 정도고 동료 기사님의 나이는 44살인데 말이다. 그 말을 듣고는 정말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배달 장사에 대해 언제 다루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룬 적이 있다고 가정하고 말을 이어나가자면 배달 장사 창업을 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본인이 직접 배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배달 기사의 고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좋은 업소가 될 수 없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배달 대행 기사로써의 마인드를 가지고서 배달 장사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아이디어와 고충을 몸소 체득해야 한다. 나아가 상권 조사는 자연스레 익혀지겠지. 따라서 배달 기사로써의 경험이 없다면 배달 장사의 자질이 없다는 것과 같다는 거다. 배달이라는 것은 2021년 기준으로 아직은 인간이 수동적으로 음식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때문에 배달 앱 주문 예상 시간을 주로 30분에서 주문이 많이 밀리거나 배달 대행업체 콜 수가 밀리는데도 40분 이하로 띄우는 가게 사장님은 결코 배달에 ‘배’자도 모른다고 볼 수 있다. 장사는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광범위한 개인의 인성에서 비롯되며 판가름된다. 이 사실을 알고 일에 임해야 진짜 좋은 가게를 이어갈 수 있다. 배달 장사를 하고 있는 사장이 배달 기사에게 대하는 태도가 저렇게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 가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뿐더러 절대적으로 이로울 수 없다. 배달 장사를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독자가 본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배달 기사님을 귀하게 대하라. 간식거리를 아끼지 마라. 절대 험담하지 마라. 실수해도 사람이 먼저다.’ ‘배달 대행 기사’라는 직업은 개인이 사장이다. 또한 가게 사장님에게는 귀한 직원이다. 내가 자격지심을 가지고 하는 말 같아 보일 수는 있겠지만 기본 중에 기본이므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봐 하는 말이다. 장담하는데 배달 기사는 아무나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오래 하지 못하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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