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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Jun 24. 2021

배달원의 유서 - 54화 -

2021년 06월 24일 01:51

  며칠 전에는 재료 준비 시간을 틈타 강아지 사료를 사러 가는 길에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며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노란 리본형 장식을 길에서 주웠다. 나는 길가에 쪼그려 앉아서 제법 긴 시간 동안 그 장식을 봤다. 버려지지는 않았을 거고 누군가 흘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장식이 떨어져 있던 곳에서 머지않은 전봇대에 잘 보이게 걸어 뒀다.

  사람이 죽으면 언젠가 잊힌다. 이를테면 역사 속 위인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 1000년 전에 살았다고 하더라도 알 수가 없는 것과 같을 거다. 이 에세이의 제목이 《배달원의 유서》임에도 그동안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다루었던 것 같다는 생도 조금 든다. 어차피 책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고 삶의 줄거리를 쓰는 공간으로 정했으니 상관없다. 아무튼, 사료를 구매하고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11년 전 죽은 내 친구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나와 같이 굶주렸던 친구다. 병명은 급성 백혈병이다. 그 후로 나는 그 친구보다 무려 11년을 더 살고 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리고 때로는 내 심장이 뛰고 있음에 대하여 하늘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한다. 유상철 감독이 얼마 전 췌장암으로 하늘의 별이 됐다. 향년 50세의 나이다. 내가 만약 50세가 된다면 잊었던 유상철 감독을 떠올릴 거다. 2002년 월드컵 때 폴란드를 상대로 시원한 중거리 골을 넣었던 그 모습을 말이다. 건강, 건강이 모든 것이다. 건강에는 눈이 멀어도 된다. 사실 다른 것은 터무니없는 것에 가깝다. 보험료 낼만큼 일하고 식습관 잘 챙기고, 건강상 운동을 하고, 분야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조금의 노력은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위의 삼박자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식습관도 운동도 아니다. ‘스트레스’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손님의 갑질과 쿠팡 이츠의 이중 공세로 분식점 사장님이 쓰러졌고 3주 만에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달원의 유서》에서 괴로움을 종종 다루었던 내용과 흡사하다. ‘악성 리뷰를 장착한 손님의 갑질’ 말이다. 저서에서도 ‘엄지는 칼이다.’라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앞서 다른 화에서 다루었듯 몇 화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나는 또 다른 이유로 쿠팡 이츠는 사절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몰랐지만, 쿠팡 이츠에서는 손님이 리뷰를 남기면 사장님이 댓글을 달 수 없다. 그 손님의 마음은 이미 되돌릴 수 없어도 리뷰를 보는 잠재 고객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없는 거다. 뉴스를 보던 중에 어머니는 눈물을 소리 없이 흘리셨고 한 마디 하셨다. “엄마가 저 마음이다.” 분식점 사장님이 쓰러지는 순간에는 쿠팡 이츠 직원과의 통화 중이었는데 오롯이 손님 편에 있었고 너무 억울한 사장님은 분통이 터져버린 거다. 이 고통은 말로는 절대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모든 배달 앱 관계자에게 제시한다. 리뷰를 사장님이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만큼이라도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을 만들어서 고객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게 해 주고 ‘싫어요.’ 버튼이 10개 이상 넘어가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 지난날 갑질에 시달릴 때면 달려오는 덤프트럭에 때려 박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잠 못 이루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쳐서 싱크홀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나 또한 쓰러지거나 우발적으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알린다. 분식점 사장님은 2,000원짜리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하나의 나무에서 자란 여러 개의 사과도 색깔이 다르고 인종 또한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 국민 또한 염색채에 따라서 피부색이 다른데 2,000원짜리 새우튀김이라고 같을 수가 있겠는가?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고 식자재도 최대치로 올랐다. 고기 값은 말도 못 할 지경이고 음식을 포장하는 용기 값도 치솟고 있다. 이때, 이렇게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음식의 가격을 그에 맞게끔 마진율을 맞춰 올려 버리면 고객이 뭐라고 하겠는가? 물론 이해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와, 이 시국에 가격을 낮추지 못할망정 올리는 게 말이 되나?”다. 롯데시네마도 얼마나 손실을 겪었으면 요금을 인상하겠는가? 이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평소에 영화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마스크 꽁꽁 싸매고 롯데시네마에서 문화 활동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이 살 방법을 각자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우리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금의 이타심에서 비롯된다. 혼자 잘 먹고 잘 산다고 해서 선진국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요즘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다. 나이겠는가? 그렇지만 하루 중 날씨가 흐린 날을 제외하고는 지는 노을이라도 바라볼 여유는 가져보자. 아주 잠깐이지만 멍하니 하늘만 보는 그런 시간 말이다.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정말 극소수의 독자에게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든다. 여유가 되면 자주 찾아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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