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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Nov 27. 2021

배달원의 유서 - 60화 -

2021년 11월 27일 02:35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60일 동안 글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그간 되도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들려주고픈 많은 이야기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데스크톱에 앉고 싶지도 않았다.


  코로나 영업제한이 풀렸다. 풀렸는데 가게가 동네에 위치해 있다 보니 매장 매출이 더 줄었다. 짐작컨대 억압되어 있던 고삐가 풀려서 시내로 나가고 싶어서였을 거다. 그러자 배달 매출도 크게 줄었다.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집에 사람이 없어서였을 거다. 소상공인 지원금은 1차 이후로 한 차례도 받아보지 못했고 이후로 어차피 단념했다. 그냥, 빠른 템포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회복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가게에 다녀간 적도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신속하게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전부 음성이었는데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잘했기 때문일 거다. 마스크가 백신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확진자 중에서는 단골도 있었는데 가게를 뒤집어 놓고 오랜만에 찾아와서는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본인도 피해자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우리 가게에 밥을 먹으러 온 그날 그 손님은 보건소에서 연락을 받고 검사를 받았던 당일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지나간 일이고 대수롭지도 않다. 태도에서 아주 조금의 실망을 했을 뿐 이 또한 감흥 없다.     

  11월 초에 가게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돈이 없는데 국밥 두 그릇을 해주실 수 있냐는 음성이었다. 수육과 음료까지 추가해서 문 앞에 두고 벨 누르는 것까지 완벽하게 배달해줬다. 며칠이 지나자 또 전화가 걸려왔다. 15일에 월급인데 한 번 더 해줄 수 있냐는 음성이었다. 또 해줬다. 그리고 오늘은 배달 앱으로 주문이 들어왔다. 전화마저 끊겼다 세트 메뉴에 단품 그리고 공깃밥까지 알차게도 시켰다. 물론 요청 사항에는 돈이 없음을 알렸다. 또 해줬다. 나는 세 차례 모두 돈을 받지 않았고 이것이 선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손님은 밤에 한 번 낮에 두 번 부탁을 총 세 번 했고 그중에는 평일이 두 번 주말이 한 번이었다. 거의 백수라는 말이다. 지금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전화가 끊길 정도라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다. 오늘 sns에 업데이트 한 글귀를 그대로 인용한다.      


  ‘게으른 사람이 되면 절제력을 잃게 되고 가난한 사람이 되거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는 잔머리를 굴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타인에게 지속해서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이나 수면한다고 가정했을 때 16시간을 도대체 어디로 증발시켰는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노동의 결정적 이유 그 첫 번째는 내가 잘 사는 것과 도움을 주기 위함보다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음을 반드시 잊지 말라.’     


  이처럼 일터에서도 물론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다. 적어도 새벽에 집을 나와 인력사무소를 어슬렁거릴 용기조차 없다면 그 인생은 망한 인생이다. 나가서 불법 전단지라도 붙이고 건설현장에서 심부름이라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현재 외국인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 실태를 깨달아야 한다. 배운 것이 없다면 16시간을 쪼개어 시간으로 조져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의 삶은 나날이 어려워지겠지만 노력하는 자에게는 역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겉멋을 내려놓고 뛰어들어 시작해야만 내면이 멋있어지고 머지않아 자연스레 겉모습 또한 멋있어진다. 겉멋을 내려놓지 못한 시간은 결국 무의미한 시간으로 증발된다. 잔머리를 굴리는 것은 자신을 갉아먹는 기생충이 된다. 당신이 백수라면 “생각을 많이 하지 마라. 나와서 말단의 일이라도 노동을 하면서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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