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1월 08일 00:30 - 8화 -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서 인지 오후 11시쯤 준비해둔 음식을 모두 다 팔았다. 우리 동네에는 여성 배달 대행 기사님이 몇 명 있는 편이다. 그녀들을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전 실력도 굉장히 터프하다. 맨홀 뚜껑 피하기는 기본이다. 맨홀 뚜껑을 피하는 이유는 미끄럽기 때문인데 빗물이 묻어있을 때는 굉장히 미끄럽다. 차선 같은 경우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쉽다. 나는 여성 배달원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팬티만 입고 음식을 수령하는 남성 손님도 많이 줄어들 테고 여성 손님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 같아서다. 솔직히 말해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를 예로 들어 보자면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되지만 무언가 배달원과 같이 타는 것을 꺼려하는 뉘앙스를 품기는 젊은 여성들이 있다. 그럴 때는 10층까지는 계단을 이용하고 더 고층일 경우에는 계단으로 가는 척을 해준다. 그렇게 해주면 아니나 다를까 엘리베이터 문을 얼른 닫아 버린다. 물론 아닌 경우에는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그때는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래도 계단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은 예외다. 어지간하면 열림 버튼을 눌러 기다려주시거나 뛰어 오시면서 같이 타자고 부르기도 하신다. 나아가 상냥한 예절이 몸에 익어 계신다. 오래전에 “여제가 아이를 낳으면 비로소 여신이 된다.”라는 글귀를 쓴 적이 있는데 그러한 어머니들은 보게 되면 마음속으로라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가 되면 배달할 때 굉장히 괴롭다. 산을 깎아 만든 성안동이라는 동네를 한 번 갔다 오면 종아리가 딱딱하게 굳어 버릴 정도다.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음식이 식을까 봐 겁도 조금 난다. 겨울철에는 어지간해서 내가 직접 배달하려고 노력한다. 늦더라도 어머니와 나의 고유의 타이밍으로 식지 않게 전해주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국밥을 배달해오면서 식었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우리 가게는 소량을 정성껏 만들어 마진율이 상당히 낮아도 뿌듯함을 보고 힘을 얻는 가게다. 따라서 단골이 많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날씨가 굉장히 추운 날에는 단골의 주문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를 생각해주기 때문일 거다. 날씨 때문에 배달하기 힘든 날에는 찾아와서 포장 구매해가는 손님들이 장사 초장기 보다는 많이 늘었다. 그럴 때는 뭐라도 더 챙겨주게 된다. 마음이 감동을 하게 되면 그냥 돈 안 받고 줄 수도 있다. 또 요청 사항에 친절한 말투를 보내주는 손님에게도 식혜 하나를 더 넣어 보낸다. 말 한마디는 갈라진 땅에 촉촉하게 내리는 단비가 되어준다. 내 장사 철학은 당당함이다. 적자를 보지 않는 선에서 더 좋은 재료를 찾고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찾아 미세한 변화를 이어가는 거다. 양심과의 동행인 거다. 저마다의 양심은 광범위 한데 그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자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레 점진적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줄어드는 만큼 당당함도 비례하여 줄어든다. 후회하는 삶인 거다. 후회 없는 삶이란 내 순간과 하루에 대하여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손님에게 정말 잘못한 일이 아니고서야 빌빌 기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손님이 생각한 무언가가 아닐 때 내게 불만을 나타내면 나는 그 즉시 “손님, 저는 가끔 오토바이의 힘을 빌려 순간 이동은 합니다만 인간의 머릿속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그러니 손님이 원하는 생각을 저에게 말씀을 해주셔야 제가 이해하고 알 수 있고 만족에 가까울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사과라는 것도 죄송할 때 죄송하다고 말하는 거지 죄송하지 않은데 죄송하다 말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갑질은 타인의 배려를 바라기 전에 자신이 먼저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같은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평생 느끼지 못할 눈치 없는 사람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