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09일 02:31 - 9화 -

by 임주형

고양이 한 마리가 또 하늘나라로 갔다. 유독 겨울철에 더 많이 죽는 것 같다. 며칠 전에 다짐한 것을 지켰다. 위생 장갑을 끼고 커다란 봉지에 담아 도로변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스틱형 간식 두 개를 봉지에 넣어 두었다. 아마도 담당 환경미화원께서 치워 주실 거다. 잘 가라고 말했다. 왼쪽 가슴 호주머니에는 소독제가 있어서 세 번 펌프 해서 손을 소독했다. 가게에 들어와서는 손부터 꼼꼼하게 씻었다. 오른쪽 호주머니에는 소독 스프레이가 있는데 음식을 손님에게 전할 때 봉지 손잡이 부분에 뿌려준다. 나의 이러한 행동은 도로에서 죽은 고양이가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를 결정적인 어떠한 순간에 혹여나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바람인 거다. 부모보다는 오래 살고 싶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좀 이기적인 손님 집에 배달을 갔다. 오피스텔이었는데 공동현관에서 아무리 호출을 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전화를 했더니 받자마자 “잠시만요.”라며 몇 분간 장난치는 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전화를 끊고 공동현관 근처에 있는 테라스 테이블에 음식을 올려두고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냈다. “음식 두고 갑니다. 맛있게 드세요.^^” 정말 개념이 없어도 저렇게 없으면 굉장히 곤란하다. 음식은 빨리 식을 테고 나도 춥다. 결정적인 것은 배달이 밀려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통화 중인 상태로 남은 장난을 마저 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한참 동안을 말이다.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현재까지 21시 이후로 매장에서 식사를 할 수 없고 5인 이상 집합이 불가한 상태다. 그런데도 몰래 영업을 하는 술집이나 식당이 있다. 문만 잠가 놓고 손님을 받는 거다. 웃긴 것은 당당히 배달 주문을 한다는 거다. 그런 업소가 생각보다 많다. 5인이 훌쩍 넘은 사람들이 어울리고 있는 거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이 규칙을 지키고 있는데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일을 낸다. 나도 상인이지만 술집에서 집단 감염이 많이 생겨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웃고 떠들다 보면 비말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조차도 못 먹겠지만 정신을 차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주에는 계획했던 즉석카메라를 구입하지 못했다. 장사가 시원치 않아서 그런지 20만 원에 고개 숙인 겁쟁이가 된 거다. 유튜브로 사고 싶은 그 모델을 지켜만 볼 뿐이다. 내가 사고 싶은 모델은 즉석카메라 기능도 있고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까지 인화할 수 있는데 글귀나 이름 시 같은 것을 뽑아낸다면 정말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예쁘겠는가? 글귀는 그렇다고 쳐도 이름 시는 책갈피로 썼을 때 정말 특별해질 텐데 다음 주에는 구입을 해서 어머니 사진부터 예쁘게 찍어볼 수 있도록 반드시 결단하겠다. 이번 주 일요일은 쉬는 일요일이다. 독서를 해보고 싶다. 배달이 많을 때는 간간히 독서조차도 못한다. 나는 속독보다는 천천히 글자를 눈으로 찍어 누르듯 읽기 때문에 하루에 두 권 이상은 읽기 버겁다. 소설책 한 권을 읽을지 자기 계발서를 한 권 읽을지 내일 짧은 고민을 해봐야겠다. 아니면 근처 책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해보니 임신한 누나를 보러 가는 게 예의다. 과일이라도 사서 가져다주고 와야겠다. 누나는 부산에 있기 때문에 휴무일의 하루도 쏜 살같이 지나갈 거다. 그래도 하나뿐인 내 누나고 태어날 아이까지 포함하면 두 아이의 엄마다. 자랑할 수 있는 국밥집 배달원이 돼야 한다. 사고 없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유서를 빌어 누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누나 정말 사랑한다.” 이 시간이 되면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어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글을 쓸 수 없지만 내 생에 마지막 페이지라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얼마 전에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둔 상태다. 안 될 확률이 높다고 보지만 안 돼도 상관은 없다. 이미 친한 친구 한 명에게 장난 삼아 말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웃고 넘겼지만 까먹을까 봐 한 번 더 말했다. “내 방 노트북 말고 데스크톱에 유서가 있다. 기억해 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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