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Wadhwa의 부동산 보유·운영 방식
부동산은 분양이 아닌 운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문화예술은 증여나 장식의 수단이 아닌, 독자적인 수익의 원천이 될 수 있는가?
한국의 기존 시행사들과 차별화하여 부동산을 보유·운영하고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채워 넣는 시행사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던 시절, 제가 늘 품고 있던 질문입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저에게 예술은 때로 '그들만의 리그'이거나, '돈을 쓰기만 하는 가난한 분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문화예술 콘텐츠로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일상에 영감을 주는 동시에, 공간을 만드는 이들도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회사의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깊은 허탈함은 저의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비록 지금은 부동산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인간은 공간이라는 물리적 세계를 벗어날 수 없으며 머무는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는 제 믿음은 확고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공간의 정성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까지 극대화한 사례는 정말 없는 것일까?
그 답을 찾던 중 유학 시절 런던에서 마주했던 강렬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료지 이케다(Ryoji Ikeda),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Everything at Once> 등 제게 충격을 주었던 굵직한 전시들은 모두 180 The Strand라는 한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대체 이런 공간은 누가 운영하는지 추적하다 발견한 이름, 바로 마크 와드와(Mark Wadhwa)입니다.
그는 디지털 음원 시대에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던 영국 마지막 LP 레코드 공장(EMI)을 인수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LP를 단순한 음반이 아닌 '하이엔드 수집품'으로 재정의하여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고, 이를 기반으로 음악 레이블, 매거진(Fact Mag), 예술 출판을 아우르는 복합 미디어 그룹 The Vinyl Factory를 성장시켰습니다. 그는 여기서 확보한 자본과 콘텐츠 파워를 바탕으로 런던 소호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문화예술계의 핵심 인물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공간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의 네트워크는 공적인 비즈니스와 사적인 삶을 넘나들며 견고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의 아내이자 큐레이터 알렉스 이글(Alex Eagle)은 WNM(FOCUS) 인스타그램 콘텐츠 '우리는 이런 여자를 멋있다고 한다 - 일할 멋을 아는 여성들(영국 1탄)'에서도 소개되었던 인물입니다. <Dazed and Confused> 잡지로 유명한 Dazed Media 공동 창립자 제퍼슨 핵(Jefferson Hack), 그리고 Soho House의 창립자 닉 존스(Nick Jones)는 마크 와드와의 단순한 협력자를 넘어 파트너이자 공동 투자자로서 함께 움직입니다."
재무 구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멤버십 수익과 티켓 판매 같이 공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The Vinyl Factory의 미디어 광고 수익도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거대한 규모를 고려할 때 결국 핵심은 콘텐츠에 의한 자산 가치(Asset Value) 상승에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Brewer Street Car Park (Soho)
2004년 런던 소호의 낡은 주차 빌딩을 인수해 외형은 유지한 채 내부를 패션쇼와 현대 미술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런던패션위크가 열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Ryoji Ikeda 전시가 열렸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180 The Strand
1970년대 브루탈리즘 양식의 건물을 매입해 예술과 비즈니스가 결합된 허브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틱톡(TikTok) 유럽 본사, 데이즈드 미디어(Dazed Media), 소호하우스(Soho House) 등이 입주하며 공간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Alex Eagle이 운영하는 대형 스튜디오와 전시 공간도 위치해 있습니다.
180 Quarter
2020년부터 180 Thames라는 프로젝트를 추가적으로 진행하며 180 The Strand 일대를 거대한 크리에이티브 구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아들 가브리엘 치퍼필드가 설계를 맡고, 하이엔드 주거와 럭셔리 호텔(St. Clement)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 변동성 속에서도 이러한 모델이 영원히 지속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에 과감한 예술적 실험을 투영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풍경을 바꾼 그의 시도는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유학 시절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가장 값진 영감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