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살기 Jan 02. 2020

처참한 중소기업의 복지현실

더 노력해서 아예 1등을 해야겠다

매주 월요일 나는 직원들에게 짧은 미니 강연을 해준다. 그것이 마냥 좋은 소리일 때도 있고 반대로 마냥 쓴소리 일 때도 있다.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며 강연을 할 때도 있지만 낙관적일 수 없게 하는 비참한 현실에 쓴소리도 하게 되더라. 2020년 1월 2일은 참 특별한 날이다.


새해 첫 출근을 맞아 강연 대신 당부의 얘기로 시작했다. 

1. 정리정돈, 정위치 체계를 개선할 것.
2. 1번의 사항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할 것
3. 정량적 재고관리를 통해 당일 출고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 

사실 위 내용은 회사가 창업해서 폐업하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가꿔나가야 할 내용인 것이란 것을 실무자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만큼 잘 안되지만 하지 못했을 때 회사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위 사항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다.


나는 새해 첫 날 부터 이런 딱딱한 얘기만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마침내 공장 내 직원 전용 휴게실을 완성했고, 앞으로 실컷 이용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사실 인테리어 공사비 몇천만 원을 중소기업에서 지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직원 휴게실 신설은 나 역시 몇 번을 도전했다가 실패한 목표 중 하나다.


그러던 중 경상북도 경제진흥원에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지원사업'에 대한 공고를 발견했다. 지원 내용은 '근로 환경 개선'에 관한 내용으로 아래와 같다.


모집 대상 및 선정 기준이다. 우선 모집 대상은 다음과 같았다.

- 신청일 기준 전년(12월 말) 대비 고용인원을 유지하고, 전년도 신규 채용된 근로자 재직률이 50% 이상이며, 금년도 고용지수가 5점 이상인 도내 중소기업 65개

- 제조업, 보건의료/서비스업 등 심의위원회에서 지원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업존

- 본사 및 공장이 경상북도에 소재한 기업으로 공장등록 후 2년 이상 정상 가동 중인 중소기업 

- 교용 지수 산식 : 청년 신규채용(1점/1명)+중장년 신규채용(0.5점/명)


중소기업의 복지를 늘릴 수 있는 이런 최고의 기회가 있음에도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처참한 현실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1. 모집 대상 및 선정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모집 대상에 적합한지 보고 선정기준을 살펴 우리 기업이 해당하는지 생각해볼 사람이 없다. 처참한 문해력으로 글자가 너무 많으면 귀찮아서 읽고 계산해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처참한 회사의 처참한 직원은 '이런 건 대표가 해야지'라고 하고 처참한 회사의 처참한 대표는 '이런 건 직원이 해야지'라고 한다.


2. 진짜로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가 많이 없다.

'선정'이라는 게 있는 것은 경쟁이 존재하며 그 기준에 부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진짜 실력 있는 회사만이 이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3.  서류를 쓸 인력이 실제로 부족하다.

이러한 서류도 처음 써보는 곳 혹은 비슷한 종류의 서류를 써보지 않으면 적합성을 검토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는데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제조업 기반으로 형성되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서류를 쓸 능력을 갖춘 인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많은 컨설팅 업체들이 이런 일을 대신해주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4. 회사에 현금을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대표가 관심이 없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직원들을 위함인데 그것을 위해 노력하려고 하는 대표가 안타깝게도 잘 없다. 사후 지원이기 때문에 선정, 지출, 공사 모든 것이 끝나고 현장 실사까지 받은 후 돈은 지급된다. 게다가 자부담금도 있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이 정도를 지출할 마음을 먹는 대표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를 설득하려는 직원도 없다.

"이런 거 해봐야 대표가 고마운 줄 모른다", "대표 배만 불려준다."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희망이 없는 회사에는 희망을 잃어버렸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있을 확률이 높다. 대표가 설득이 안될 것 같으니 아예 시도도 안 하게 되는 것이다.


6. 실력 있는 중소기업은 정말 많이 없나 보다.

아직 우리 회사도 갈길이 멀고, 이제 막 복지라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채용 및 복지 분야 수상만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만큼 우리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 회사 정도가 수상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이 모자란 우리가 선정된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현재 잘하고 있고 더 잘하라는 의미로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으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그런 기업으로 승승장구해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일조해 보려 한다.


2017년 수상한 강소기업 인증서. 그리고 이번에 수상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인증서.

대기업처럼 멋들어진 공간은 아니지만, 우리만의 따뜻한 공간을 소개해 보았다.

https://brunch.co.kr/@wnsaud524/6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