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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Dec 31. 2019

회사의 1억짜리 과자 10억 원의 책

마음이 전해질까요

2018년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던 것 같다. 올해는 조금 따뜻한 듯했지만 12월 31일과 함께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추울 때는 생산성도 떨어진다. H빔과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공장을 온기로 가득 채우기란 쉽지 않다. 우리 회사에는 고객이 쉴 수 있는 고객 휴게실은 있지만 정말로 있어야 할 '직원 전용 휴게실'이 없었다. 


매번 '조직문화', '성과', '내적 동기'를 외치면서도 직원들이 맘 편히 쉴 공간 하나 없었다. 물론 각자의 근무 자리에서 쉬기는 하지만 집에서 공부가 안되듯이 업무공간과 휴게공간은 나눠져야 더 집중력 있게 근무할 수 있다.

처음부터 만들었다면 모를까,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들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특히나 시내 중심가의 빌딩도 아닌 공장 내에 직원 휴게실을 만드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잊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직원 휴게실을 만드는 것은 내가 2017년부터 간절히 바라던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공사를 위한 돈이 필요했고 때마침(?) 회사의 매출은 자동차 부품 불경기의 흐름 속에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내 바람의 실현도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순간도 그 목표를 잊지 않고 있었고, 시시 탐탐 휴게실 공사의 기회를 노렸다. 


마침내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실력이다.
간절히 바라니 기회가 보였고 실력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다.

2019년 7월, 한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 모집 공고문'. 천천히 읽어보던 나는 "바로 이거다!" 생각했다. 공학을 전공했던 나는 사업을 하는 동안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학 전문가가 아닌 '사업'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평소 젊은 기업을 지향하는 나는 실제로 젊은 청년들을 많이 고용했고 그 덕에 일자리 창출 지수가 꽤 높았다. 그리고 국가 기술개발 R&D 및 각종 지원사업을 10개 정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이 정도 지원사업의 사업계획서 작성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시기의 '운'과 노력의 결과인 '실력'이 '기회'를 맞았다. 그렇게 우리 회사는 <2019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 지원사업의 혜택으로 휴게실과 탈의실 공사를 위한 금액의 일부를 보탤 수 있게 된 것이다.


1억짜리 과자

지난주 최종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기존의 탈의실 및 샤워 공간을 휴게 및 샤워공간으로 바꾸었고, 탈의 공간은 2층에 별도의 공간으로 마련했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할 수 있도록 냉난방 겸용 에어컨을, 요즘처럼 추울 때 잠시 동안이라도 뜨끈히 지질 수 있도록 전기 필름으로 전체 바닥을 시공했다. 일하느라 수고하는 직원들을 위해 '간식 선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도 새로 구매했다. 오는 1월 2일부터 정식 오픈을 할 수 있게 어제 새벽 1시에 퇴근을 하고 24시 마트에 과자를 사러 갔다. 직원들이 근무 중에 편하게 쉴 수 있고 맛있는 과자와 음료를 먹으며 '당 보충'을 할 수 있는 것은 업무의 능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이 과자들은 '권장 소비자가'만큼이 아닌 미래에 1억 원의 가치를 해 줄 것이다.


10억 원의 책

소파 위에는 직원들의 부를 늘려 주고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책들을 비치했다. 이 책들은 내가 읽은 책 중 직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과 국내 최고의 자기 계발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체인지 그라운드'의 대표이사인 이웅구 이사님께 추천을 받은 책들이다. 책을 통해 실천하는 경영을 하고 있고 많은 발전을 이룬 나는 직원들에게도 그 힘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나 많은 책이 읽힐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 권의 책이 읽히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각오로 비치했다. 직원들이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도록 이끌지 못한 내 잘못이니 말이다.


직원 휴게실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에 1억이니 10억이니 마음대로 가치를 갖다 붙이는 게 한심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가 그리고 우리 회사가 아직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고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 앞에는 오로지 '더 나은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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