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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Feb 09. 2020

사장은 하고 싶은 일만 하나요?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사장을 하지 말기를

작년 말, 회사 창립이래 최대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거물 인재 영입'이다. 아, 영입이라는 말보다는 '합류'라는 말이 적합하겠다. 그는 이쪽(모터스포츠, 튜닝)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수년간 챔피언을 휩쓸었던 운전 실력은 기본이고, 그의 전문분야에서도 대한민국 최고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의 특징을 굳이 표현하자면 '외유내강'이지만 이 단어도 그의 전부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내적으로 정말 강인한 사람은 맞지만 외적으로 유하지는 않다. 외적으로 강함을 뽐내지는 않지만 내면의 강함이 밖으로 넘쳐 나올 정도의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런 그가 그의 인생을 다 바쳐 일군 사업을 정리하고 우리 회사의 비전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월 17일부로 우리와 함께 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람을 위한 자리 마련하기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면 그 사람을 위한 자리, PC, 기타 업무를 보기 위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자리만 채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의 합류로 인해 자리가 변동되면 '이사'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사무집기를 이동해야 하고, 새 자리 및 기존 자리의 청소는 필수다. 이때, 자리를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정리'이다. 평소에 좀 잘해놨으면 좋았을 것을, 나름 정리를 하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온갖 서류를 산더미처럼 폐기하고, 잊히고 미뤄졌던 업무들을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것 하나만으로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은 누가 해야 할까?

"김대리, 새로운 이사님이 공장장으로 오시게 되니, 공간 마련을 위해 자네는 저쪽으로 이동하고, 이사 원은 이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그리고 공장장님이 오시면 사용할 PC 구매와 소프트웨어 세팅을 마쳐놓도록 하게."라고 사장이 시킬 수 있을까? 물론 경우에 따라 시키는 사장님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환갑이 넘었다든지, 다른 능력은 출중하지만 PC에 관해 서는 부족하다든지 하는 경우면 저런 지시도 생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브런치 자기소개에도 쓰여있듯이 '청년 사업가'이다. 회사 내에서 가장 실질적 퍼포먼스를 잘 내는(돈을 가장 많이 벌어오는) 대표가 자리 이동, 청소, 컴퓨터 세팅 같은 것을 하고 있으면 굉장히 큰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그 생각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저 김대리의 입장이 되어보면 미칠 노릇일 것이다. 인터넷 망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새로운 자리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PC 구매도 진행해야 하고, 집기는 무엇을 놓아야 할까, 기존 사람들의 자리 이동은 언제 해야 할까, 자리를 이동하면 일을 못하는데 야근을 해야 하나, 하다가 잘못해서 제대로 설치를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등등등. 김대리는 이 일을 계기로 퇴사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 중소기업에서 이 모든 일은 '대표자'가 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 남들이 다 쉬는 주말에.


'솔선수범'은 사장의 '기본'덕목

어떤 일이든 숨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은 대표자의 '필수'덕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신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거나, 일을 선택적으로 하게 되면 그 모습은 곧 회사의 '문화'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회사의 성과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매출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은 '스스로 먼저 변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베어버린 나쁜 습관은 좀처럼 바꾸기가 어려울 것이다. 때로는 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의 사장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시작한다면 반드시 그 선택을 다시 고민해보길 바란다. 대표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자리다.


그렇게 주말 이틀을 새벽 3시에 마치는 강행군을 거쳐 1명의 새 자리를 만들고 2명의 기존 자리를 이동했다. 해당 인원들은 월요일에 오면 깨끗하게 청소된 자리에서 바로 직무를 시작하면 된다. 나는 오늘도 솔선수범 했지만 대표자는 그 누구에게도 칭찬을 받을 수 없다. '솔선수범'은 대표자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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