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야생. 그곳의 이름은 아프리카
야생 속으로. 오카방고 델타 모코로 투어
by George Chung Jan 31. 2021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에 눈이 떠진다. 개운하게 일어나 문을 나서자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조금은 쌀랑한 바람은 머리를 맑게 해 준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샤워실로 이동을 한다. 오카방고 델타로 떠나는 날이 밝았다. 아프리카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오카방고 델타 내에서는 모터를 이용한 보트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모코로 선착장으로 모터보트를 타고 이동해서 거기서부터 모코로를 타고 내부를 구경하게 된다. 투어는 당일, 1박 2일, 2박 3일 투어가 있다. 난 간 김에 2박 3일로 선택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참으로 잘했다 싶다.
아침을 먹으며 멍하니 강을 보고 있으니 선장이 우리를 부른다.
이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델타로 이동한다.
난 텐트 하나만 챙겨가는데 불안함이 밀려온다. 다들 물이랑 음식으로 한가득이다.
드넓은 초원 사이에 난 강을 타고 델타의 선착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준다. 저 멀리 이름 모를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보인다. 화려한 색감이 내가 있는 곳이 아프리카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소떼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선장이 한쪽을 가리켜 바라보니 악어 한 마리가 한가롭게 햇볕을 죄고 있다.
엄청 큰 도마뱀도 있다. 워낙 잘 숨어있어 얼핏 보아서는 알아채기 쉽지 않다.
뱃소리에 놀란 새들이 날아오른다.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든다.
30분 정도 지나자 저 멀리 선착장이 보인다.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델타로 떠나는 사람의 긴장감과 돌아오는 사람의 고단한 만족감이 교차한다. 선착장과 델타 사이에는 철조망이 쳐져있다. 이제 저 안에서 아무런 문명의 도움 없이 2박 3일을 지내게 된다. 기대감 반 걱정 반이다.
난 가이드와 함께 둘이서 돌어다니기로 되어있다. 대부분 1박 2일 투어라 2박 3일은 오늘은 나뿐이란다.
가이드가 마중 나오면서 물어본다.
"물이랑 음식은?"
맙소사... 어쩐지 다들 짐이 많더라. 안에는 동물 말고 아무것도 없어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챙겨 와야 한단다!
심지어 씻을 물도 없으니 참고하란다. 안 가져왔다고 하니 가이드가 그럼 지금 저 배가 다시 마운으로 돌아가는 배이니 저걸 타고 갔다가 오후 1시에 다시 타고 돌아오란다.
다행이다. 그렇게 다시 마운으로 돌아와 장을 보러 바삐 도심으로 이동한다.
도심에는 매우 큰 마트가 있고 그 옆에 환전소도 있다. 달러를 필요한 만큼만 바꾸고 물 10리터 하나랑 통조림, 빵을 사고 나온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 데다가 상하수도 시설도 잘 갖춰져있지 않아서 그런가 5L, 10L 단위 그 이상의 물을 많이 팔고 있었다.
근처에 KFC가 있기에 치킨 몇 조각 뜯는다. 아프리카에는 다른 패스트푸드점은 거의 없는데 KFC는 어딜 가든 보인다. 짐바브웨에서 돌아다닐 때 KFC와 그 나라 체인점인 치킨 인과 피자 인이란 식당을 자주 애용했다. 문명에서의 마지막 식사라 생각하니 더욱 소중해지는 닭다리이다.
다시 돌아온 오카방고 델타. 가이드가 환영해준다. 출발하기 전에 마을 구경을 시켜준단다. 마을을 들어서니 흙벽과 갈대로 만든 지붕으로 만들어진 집들이 가득하다. 여전히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은 동네 마트의 작은 냉장고뿐이다. 마실 것 좀 사갈 생각 있냐고 묻길래 맥주 한 병을 고르고 다른 술 하나를 추천해달라 했다. 그러자 사이다를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산음료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사이다는 사과 발효주이다. 어제 처음 먹어봤던 사이다랑은 다른 종류지만 맛있다고 하니 한병 사본다. 그렇게 술 2병을 사들고 모코로를 타러 간다.
우리 말고도 모코로를 타고 가는 사람이 많다. 모코로는 나무속을 비우고 긴 장대로 바닥을 밀며 가는 배다. 요즘은 플라스틱 같은 재질로 만든 것도 많아 보인다.
늪이다 보니 바닥이 훤히 보인다. 맑은 물 사이로 수많은 수초가 보인다.
수많은 벌레들이 날아와 부딪힌다. 모기 기피제를 가져오길 잘했다.
모로코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매우 아름답다.
앞으로의 2박 3일 동안 소중한 집이 되어줄 텐트. 주변에는 나랑 가이드 말고는 아무도 없다.
텐트를 치고 나니 가이드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한다.
텐트를 칠 때 실수를 했다. 천장에 나있는 구멍을 막았어야 했다. 어쩐지 외풍이 심하더라. 게다가 깔개까지 챙기겠다는 생각도 못해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도 무시 못했다. 진짜 몸이 언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직접 체험해보는 3일이었다. 밤에는 거의 0도까지 내려간다. 꼭 따뜻한 옷을 챙겨가자. 이왕이면 침낭도 챙기자. 3일 동안 너무 추워서 매일 5시에 잠이 깼다. 그 길로 텐트에서 나와서 모닥불을 피우고 해가 뜨는 것을 바라봤다. 초원으로 뜨는 태양은 황홀하다.
텐트를 치고 모닥불도 피웠으니 섬을 구경하기로 한다. 꽤나 섬이 크다. 텐트 뒤쪽 수풀을 지나 너른 초원으로 걸어간다. 거대한 발자국이 있다. 무슨 발자국인지 물어보니 코끼리 발자국이란다. 정말 밤마다 코끼리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저 멀리 코끼리가 야자수를 따먹고 있다. 방금 본 발자국의 주인인가 보다. 야생에서 보는 코끼리는 매우 사납다. 수백 미터 밖에서 우리를 주시하며 경계하는데 가이 드말로는 허튼짓하다가는 밟혀 죽기 딱이란다. 야생에서 코끼리를 만날 때마다 조심히 뒷걸음질치곤 했다. 사람의 욕심으로 밀렵당한 코끼리가 많은 탓이겠지.
다시 텐트로 돌아와 사이다를 마시기로 하고 안주 겸 저녁식사로 햄 하나를 굽는다. 정확히는 캔 채로 모닥불에 넣는다. 식사 전 맛을 볼 요량으로 사이다 한 모금을 머금는다.
음! 맛있다. 달달한 맛 사이에 톡 쏘는 탄산이 청량감을 준다. 은은히 올라오는 사과향도 향기롭다. 사이다로 유명한 Somersby가 생각나는 맛이다. 여기서 나가면 실컷 먹어야지. 근데 양이 너무 많다. 일단 마실 수 있는 만큼 마시고 뚜껑을 닫아둔다. 이제 배를 채우기 위해 모닥불에서 햄을 꺼낸다. 스팸을 생각하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고기 맛은 적게 나면서 짜기만 하다. 순간 콩고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많이 사기에 따라 샀는데 실패다. 앞으로 이것만 먹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다른걸 더 사 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너무 간편함만을 추구한 우민의 최후다.
모닥불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니 마운에서 보던 별보다 더 많은 별이 보인다.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반대쪽은 어둠만이 가득하다. 포근한 어둠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