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야생. 그곳의 이름은 아프리카
걸어서 야생 속으로. 오카방고 델타
by George Chung Jan 31. 2021
너무 추운 밤이었다. 잠결에 눈을 떴는데 별이 보이길래 꿈인가 했는다. 안타깝게도 꿈이 아니었다!
천장을 안 막았다니. 어쩐지 너무 춥더라. 보통 아프리카 하면 덥기만 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이집트처럼 적도에 가까운 곳은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일교차가 극단적이다. 건기에는 0도에서 낮에는 20도 중후반까지 올라간다. 사계절을 하루 만에 느낄 수 있다. 근데 벌레는 또 어찌나 많은지. 얘들은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궁금하다. 덜덜 떨면서 텐트를 나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한다. 다행히 어제 주워둔 마른 나뭇가지와 건초는 충분하다. 불씨만 남은 모닥불을 살리기 시작한다. 야생에서 모닥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멋은 사실 부수적인 사항이고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보온을 해준다는 기능 외에도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아준다. 가이드가 어젯밤에 나 혼자 남겨두고 근처 형이랑 자고 온다고 가면서 했던 이야기가 있다. 모닥불 때문에 동물은 안 올 거니 걱정 말란다. 하지만 만약 밤에 텐트에서 나올 경우 동물과 눈이 마주치면 그대로 뒷걸음질 쳐서 텐트로 들어가란 이야기를 해줬다.
맙소사!
아침에 일어나 언 몸을 녹이고 있으니 가이드가 온다. 난 대충 씻고 아침도 먹고 난 후였다. 야생에서는 물티슈가 매우 유용했다. 초원이다 보니 조금만 나갔다 돌아와도 옷과 양말 사이사이 모래로 가득하다. 씻을 곳도 마땅치 않고 밤에는 추우니 들고 간 물로 가볍게 씻고 마무리는 물티슈로 하곤 했다. 날 좋을 때는 그냥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다르지 않다.
가이드와 가벼운 대화 후 바로 투어를 시작한다. 오늘은 워킹 사파리로 초원을 걸어 다니며 동물을 본다. 운이 좋았던지 가이드가 동물을 잘 찾아간다. 집안 대대로 사냥꾼 집안이었는데 지금은 가이드일을 한다고 한다. 발자국만 보고 동물을 찾아가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모코로를 타고 조금 가다가 큰 섬에서 내린다. 섬 입구에는 집채만 한 흰개미집이 먼저 보인다. 높이는 2미터는 넘어가는듯했다. 심지어 저런 게 엄청 많다. 다행인 점은 흰개미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신기했다. 언제 흰개미를 보겠는가.
저 멀리 누 떼가 보인다. 누는 와일드 비스트로도 불리며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모티브가 된 동물이다. 가이드 말로는 바람을 맞보고 가야지 동물이 나의 냄새를 맡고 도망치지 않는단다. 얘들이 겁이 많아서 1킬로미터는 넘게 떨어진 거리에서도 우리를 발견하면 도망쳐 버린다고 한다. 조금 더 다가갔더니 누들은 우리를 보고는 도망갔다. 문득 육식동물들 참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멀리 얼룩말도 보인다. 얼룩말도 우리가 신기하긴 마찬가진가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개체가 계속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참으로 넓은 초원이다. 섬인 만큼 주변은 전부 얕은 물이다. 동물들의 낙원이란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길을 걷다가 꼬리가 끌린 자국이 보인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사자 꼬리란다. 그가 가볼래 라고 묻기에 당연하지 라고 답해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자는 결국 못 찾았다.
저 멀리서 무리 지어 뛰어가는 바분들도 보인다.
기린도 있다. 목이 길어 느릴 줄 알았는데 엄청 빠르다. 시속 6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도 있다고 한다.
한참을 걷다 보니 섬의 끝에 도달했다. 많이 걸은 탓인가 출출하다. 간식으로 챙겨 온 빵이랑 과일을 먹는다. 가이드한테도 빵을 절반 잘라주니 고맙단다. 각자 먹을 것을 들고 흰개미집에 걸터앉는다.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코끼리 가족을 만났다. 오늘 경험했던 장면 중에 제일 무서운 장면이었다. 촬영하면 자극할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지도 못했다. 몇백 미터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어미가 우리를 계속 바라보며 경계를 하면서 지나간다. 우리도 몸을 낮추고 천천히 뒷걸음질 친다.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갔다. 식은땀이 흥건하다.
가이드가 빵과 어제 줬던 통조림에 대한 보답이라고 전통요리를 해주겠단다! 나야 고맙지.
모코로를 타고 텐트로 돌아오는 길에 어부와 이야기를 하더니 물고기 2마리를 받아온다. 통통해 보이는 게 맛있을 것 같다.
내가 지냈던 곳에서 한 10분을 걸어가니 캠핑장이 나온다. 어제오늘은 사람이 없어서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솥을 좀 쓰기로 했다. 잠시 앉아있으니 가이드가 차를 준다. 밀크틴데 매우 맛있다. 이 날 이후로 여행 중에 버릇 하나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서 밀크티 한잔을 하고 식사 후에도 밀크티를 한잔씩 하는 버릇이다.
왼쪽에는 이 지역의 주식인 싸자란 음식이다. 싸자는 말린 옥수수 가루를 물에 넣고 끓여주는 음식으로 식감은 으깬 감자 같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달고 맛있다. 생선찜이랑 같이 먹는다. 생선찜은 소금이랑 생선만 넣고 삶았다. 정말 훌륭하다. 부드럽고 담백하며 단맛까지 느껴진다.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녹듯이 으깨진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 맛도 없고 깔끔하고 비리지도 않다. 깨끗한 자연에서 막 잡아서 먹는 생선이라 그런가 보다. 결국 뼈만 남았다.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새들이 지저귄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는가.
밥 먹었으니 좀 쉬어야지. 텐트로 돌아와 누워서 밖을 보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노을이 질 무렵 가이드가 하마를 보러 가잔다. 야생의 하마라니! 너무 설렌다.
다들 하마를 보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다.
저 멀리 하마 무리가 보인다. 하마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수풀조차도 없다. 우리가 조금만 다가올 기미만 보여도 우리 쪽으로 다가오면서 울음소리를 낸다. 우리도 슬금슬금 뒤로 이동하면서 지켜봤다. 더 이상 다가오진 않는다. 구역이 확실하다더니 이런 의미였구나.
하늘은 노을에 의해 불타오른다.
구름 한 점 없는 노을은 환상적이다.
물이 너무 맑아 거울 같다. 반사되는 풍경이 아름답다.
다시 돌아온 텐트. 오늘도 모닥불에 앉아서 가이드랑 술 한잔과 통조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새 별빛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에 은하수가 고고히 흘러간다. 넘칠듯한 별들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밤마다 제일 많이 했던 일은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 그곳이 어디든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직도 그때의 감동은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