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야생. 그곳의 이름은 아프리카

마운과의 마지막 인사. 하라레로.

by George Chung

오늘도 추위와 새들의 지저귐에 눈이 떠졌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추위다. 가이드는 아직 자는 중인가 보다. 가이드가 일어나기까지 모닥불을 피우고 해 뜨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에 가이드가 일어난다. 가이드는 나에게 밀크티를 끓여주고 비스킷을 좀 준다. 우리나라의 에이스 같은 과잔데 달지 않고 차랑 정말 잘 어울린다. 기분 좋게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다시 마운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2박 3일의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모코로를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하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며칠 전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준 선장이다. 다시 캠핑장으로 안내를 해준단다. 여전히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많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하다. 내 얼굴도 마찬가지겠지. 몇몇 사람들과 함께 모터보트에 몸을 싣는다.

2박 3일 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우리 가이드! 좋은 가이드를 만나 알찬 2박 3일이 되어서 다행이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샤워부터 했다. 아무리 물티슈와 들고 간 물로 씻었다지만 찝찝함이 가시진 않는다.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함과 함께 배고픔이 밀려온다. 문명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니 두근거린다. 고작 3일인데 이 정도라니. 역시 나는 도시에 살아야 하나보다. 멀리 나가기 번거로워서 버거를 시켰는데 너무 맛있다. 같이 시킨 음료수도 시원하다. 행복은 멀지 않다.

밥도 먹었으니 그동안 찍은 사진도 정리할 겸 노트북을 켠다. 연락 온 게 없나 확인도 해본다. 야생에서는 모든 현대문명과 단절되기에 더 평화로운 나날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휴식을 방해하는 전자기기들과의 거리감은 내 뇌에게도 큰 휴식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기말고사 끝나고 바로 APPS를 갔다 왔다 보니 나만의 휴식이 필요했다. 내심 모든 연락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나 보다.

사진 정리를 마무리하니 해가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하루의 마무리는 사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마신 술이 아닌가 싶다.

저녁식사도 버거를 시켰다. 여기 캠핑장은 버거나 팬케이크류만 판다. 버거는 수제다 보니 패티에 육즙이 상당하다. 빵도 고소한 게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만족스러운 한 끼다.

내일이면 이 도시를 떠나 보츠와나의 수도인 가보로네로 이동한다. 벌써 이곳에 온 지 거의 1주일이 지났다니, 시간의 흐름이 야속할 뿐이다.

보로네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라 늦잠을 잤다. 새소리도 못 듣고 깊이 잠이 들었다. 마지막 날인 만큼 시내 구경을 위해 길을 나선다. 캠핑장에서 나와 걸으면서 주변을 구경한다. 동네 아이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러면서 카메라 때문인지 “기자 아저씨! 저희 사진 찍어주세요!”란다. 마냥 귀여워 사진을 몇 장 남겨본다. 10여분을 걸었을까 택시가 경적을 울리며 손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길이 몇 없다 보니 방향만 맞다면 타서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합승은 기본이다. 오히려 같이 타는 사람이 있어 바가지는 거의 없다. 몇 번 해봤다고 나름 자연스럽다. 시내라 해봐야 딱히 할 건 없다. 마트 구경하고 환전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아차! 이번 택시는 목적지를 잘못 알아들어 이상한 곳으로 간다. 미안하다고 돈은 안 받는다. 다행히 숙소에서 먼 곳이 아니라 걸어가기로 한다. 외국에 나가면 항상 지도를 봐야 안심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리셉션에서 사진 작업을 좀 하다가 공항으로 이동한다. 고맙게도 주인아저씨가 데려다주신단다. 그의 승합차에 짐을 싣고 있으니 진짜 떠나는구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쉽다.


오늘도 공항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며칠 만에 비행기가 떠서 그런가 보다. 오늘 처음으로 동양인(일본인)을 한 명 봤다. 이 도시에 있는 동안 현지인들에게 나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신기하긴 할 테지.

잠시 기다리니 비행기 탑승시간이다. 저 멀리 붉게 타는 하늘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마운에서의 마지막 해가 이렇게 사라져 간다. 곧 이륙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이륙하니 기내식 대용으로 짭조름한 육포와 달달한 말린 과일을 준다. 맛이 괜찮다. 단짠의 조화가 훌륭하다. 벌써 바닥을 보인다.


그렇게 얼마 더 날아 가보로네 국제공항(Sir Seretse Khama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온다. 늦은 밤이라 공항은 텅 비어있다.
그런데 큰일이다! 호텔 예약은 해뒀는데 호텔까지 갈 현금이 없다! 하필이면 가보로네는 보츠와나 화폐인 Pula만 써서 택시는 달러를 안 받는단다. 택시에 카드가 되는 것도 아니고. ATM기를 찾아봤는데 그마저도 없다. 급하게 공항 내에 문이 열린 곳으로 달려간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호텔로 연락을 해준다. 그리고는 호텔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해준다. 호텔에서 택시비를 내줄 테니 체크아웃할 때 결제해달란다. 다행이다. 그리고는 공항직원이 택시를 잡아주기까지 했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친절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럼 지금 당장은 감사하단 말과 혹시 나에게 기념품이 있다면 그걸 주는 정도밖에 할 수 없지만 이들에게 최대한 감사를 표하는 방법은 만약에 내가 다른 여행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면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까지 곤란해하는 여행객을 만난다면 먼저 다가가곤 한다.

무사히 택시를 타고 가보로네 시내로 이동하는 길.
가보로네는 신기한 도시다. 도심은 고층건물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데 그 옆에는 노숙자들도 가득하다. 차는 많은데 신호등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 보니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심지어 도심 말고는 가로등조차 없다. 택시운전사도 가면서 별로 안전한 도시는 아니라고 말한다. 택시를 타고 한참을 갔을까. 건물 숲을 지나 매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다. 주변에는 버스가 한가득이다. 택시기사가 여기가 맞냐고 물어본다. 지도는 이곳이 맞다고 한다. 조금 더 이동해보니 고속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호텔이 보인다. 호텔 입구 밖에도 노숙자들이 한가득이다. 택시 운전사는 호텔 입구로 들어가 로비 바로 앞에 나를 내려다 준다.
감사해요!
로비로 택시운전사와 같이 들어가 택시운전사는 로비에서 돈을 받고 갔고 나는 체크인을 했다. 타지에서 호텔도 예약해놓고 공항에서 노숙할뻔했다. 그 몇 푼이 없어서...! 마운과 짐바브웨는 달러가 통하니 달러만 가져왔던 게 이렇게 발목을 잡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지쳐서 잠이 들어버렸다.

IPSF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 짐바브웨의 수도를 가야 한다. 비행기가 아침이라 아침 일찍 잠에서 깬다. 다시 가보로네 국제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호텔을 나선다. 택시를 타기 위해 미리 환전도 조금 했다. 호텔 입구를 나서니 노숙자들은 거의 없고 출근하는 사람들과 몇몇 여행객들로 분주하다. 아직 온기를 머금은 드럼통 안의 재들만이 어제의 상황을 말해준다. 길을 건너자마자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을 한다.

오늘 아침도 밀크티에 샌드위치. 살짝은 매콤한 양념을 한 다진 고기를 가득 넣은 샌드위치였는데 빵도 고소하고 양념도 훌륭했다. 제육볶음을 빵 안에 넣어두면 이런 맛이겠지. 한국음식이 벌써 그립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아프리카에서 먹는 마지막 밥다운 밥일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아프리카 내에서 이동할 때는 이런 조그마한 프로펠러 비행기를 주로 타게 된다. 좀 더 연비가 좋다는 말을 누군가 해줬다. 하지만 탑승감은 별로다. 어찌나 흔들리는지. 게다가 기체가 작다 보니 짐의 양에 좀 더 민감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기내식을 준다. 안에는 간단한 주전부리가 들어있다. 특별히 맛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리 식사를 하고 오길 잘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날아 하라레 국제공항에 내린다. 비행기 탑승 전에 했던 연락으로는 주최자 측에서 나를 데리러 온다 했다. 다시 연락을 해보니 출발했단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는다. 무료 와이파이가 시간제한이 있어 초조하기만 하다. 일단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한 시간이 더 지났다. 참다못해 택시를 타고 하라레 시내에 있는 짐바브웨 대학교로 이동한다. 학교를 왔는데도 안내판도 없다. 그래서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겨우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니 기숙사로 가보란다. 참으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차로 2분쯤 가니 기숙사가 나온다. 이름을 확인하고 방을 배정해준다. 다행히 나 혼자 쓰는 방이다. 안내를 맡은 사람이 방을 보여줄 겸 기숙사 내 편의시설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세탁기 대신 빨래터만 있는 세탁실(정확히는 실외에 세탁공간을 만들어둔 곳이다.)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빨래방을 찾아본다. 짐을 풀고 다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다들 벼룩시장을 가서 놀다가 이제 돌아오는 중이란다. 할 것도 없고 사람들이랑 친해질 겸 로비로 와서 체크인을 도와주었던 직원과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학교 주변 안내를 해주겠단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곳은 마트다! 그래 마트를 다녀오자!

다행히 학교가 부촌에 있어서 치안은 좋았다. 늦게 돌아다녀도 위험한 일은 없었다. 여기서 거의 2주를 있어야 하니 물과 간식거리를 사서 돌아온다. 아직 친구들이 오려면 시간 여유가 있어 로비로 향한다. 로비에서 혼자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다가온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친구가 됐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요르단에서 온 하젬이란 친구가 생각난다. 처음 다가와준 친구가 하젬과 오마르라는 친구였다. 3년 전 한국에도 와서 얼굴을 봤었다. 다음에는 꼭 요르단으로 놀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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