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짐바브웨 수도인 하라레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WC(World Congress)라는 행사로 IPSF라는 단체에서 주관한다. 전 세계 약대생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는 행사이다. 앞으로 2주간 짐바브웨 대학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다양한 세미나와 대회에 참여하고 밤에는 다양한 주제로 파티가 열린다. 첫째 날은 비행기 편 문제로 참여를 못했었다.
행사 둘째날이 밝았다. 아침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어서 친구들과 시내로 나가기로 한다. 어제 운영진들이 해준 설명이 떠오른다. 시내는 승합차를 타고 가면 되고 1달러 이상 받으면 바가지이니 주의하란다. 승합차는 현지에서 버스 대신의 역할을 한다. 일단 타서 목적지를 말한다. 그리고 승합차가 가는 방향이면 타게 하고 아니면 다른 승합차를 소개해준다. 가격은 거리 상관없이 몇백 원 정도. 재밌는 게 뒷좌석의 사람은 앞으로 돈을 넘겨주면 조수석에 타있는 손님이 돈을 정리해준다. 짐바브웨는 당시에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그 유명한 짐바브웨 100조 달러 지폐. 빳빳한 짐바브웨 달러는 현지인들이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사람들은 미국 달러를 쓴다. 심지어 물물교환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음에 다루겠지만 도시락으로 나왔던 사과와 양말, 수건, 심지어 떨어진 신발까지 바꾸자고 한다.
각설하고 짐바브웨 도심은 생각보다 큰 건물도 많고 호텔도 많다. 하지만 깨끗함과는 거리가 있다.
먼저 나가 있던 친구는 벌써 아침으로 버거를 먹고 있다. 그러고는 우리를 보고 점심을 먹잔다. 참으로 그의 위에는 한계가 없다.
우리가 간 식당. 트립어드바이저의 도움으로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호텔 안의 식당이었는데 눈앞에서 다양한 고기를 구워준다. 심지어 무한리필이라 꼬지 채로 가져다주고 다 먹으면 원하는 고기를 물어보고 구워서 다시 가져다준다. 신선한 다양한 고기를 맛볼 수 있어 좋다. 불맛이 느껴지는 겉과 반대로 속은 야들야들한 살코기가 육즙을 머금고 있다. 싸자와 각종 야채를 곁들여 먹으니 금세 배가 불러온다.
하라레의 시내에는 KFC도 있다. 같이 간 친구는 만사가 귀찮다고 회의에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KFC에서 사 온 치킨 뜯으며 미드만 보고 있었다.
하라레의 교통체증은 심각하다. 신호들과 차선은 딱히 의미가 없어 보인다. 차라리 걸어가는 게 빠르다.
도심에 큰 주차장인 줄 알고 가봤더니 승합차 승차장이다. 우리나라의 버스 차고지 같은 느낌의 장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서 목적지를 외치고 있는 이 풍경이 참으로 재밌고 정감이 간다. 종종 여기서 학교로 가는 승합차를 자주 탔더랬지. 우리끼리 단체로 나와서 승합차 한대로 이동할 때면 주변의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고 사진을 찍는다. 동양인이 신기하긴 한가보다.
행사 마지막 날 찾은 플리마켓. 플리마켓은 치안이 좋은 부촌 내에 있는 곳이라 천천히 걸어 다녀왔다. 이날 괜찮은 기념품을 건져서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인 데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이 시장은 아웃렛 같은 매장들이 모여있는 지구에 있었다. 조용해서 걷기 좋은 길이었다.
플리마켓 걸어가는 중에 만난 수제 가구 공장. 엄청나게 많은 가구들을 진열해두었다.
짐바브웨 대학교의 도서관이다. 메인 행사장 바로 앞에 있는 곳이라 자주 구경을 갔었다. 아쉽게도 책을 볼 수는 없었다.
학교가 워낙 넓어 구경하는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공원에 가까운 학교의 공터는 피크닉 하기 좋아 보인다. 가끔 관리인의 차가 돌아다는 것 말고는 차도 없다. 그래서 밤에 자주 나가 별을 보곤 했다. 워낙 부지가 크다 보니 기숙사에서 강당까지 가는데 10분 이상 걸어가야 했다. 덕분에 운동은 제대로 한 것 같다.
우리가 토론도 하고 세미나도 듣던 강의동. 하도 넓어서 항상 장소를 찾는 것이 일이었다. 심지어 표시도 제대로 된 곳이 잘 없어 처음 가는 강의실은 찾는 게 일이었다.
항상 아침과 점심 사이에 이런 간식이 나왔다. 간식과 함께 먹는 밀크티가 참 좋았다. 오히려 아침과 점심식사보단 샌드위치가 더 훌륭해서 이걸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조금만 늦어도 남는 샌드위치가 없었기에 더 부지런하게 강의실로 이동했다.
임원들의 회의실. 난 저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IPSF의 중요한 결정들이 많이 내려진다고 한다.
학교 앞 승합차 탑승장이다. 저 승합차를 타고 하라레 시내 곳곳으로 이동했다.
학교 구내식당 음식. 추가로 음료수를 제공해줬는데 2주 내내 메뉴가 고정이다. 맛있어도 질릴 지경인데 맛조차 없다. 소갈비찜인데 맛이 없다. 닭고기구인데 맛이 없다. 생선구이인데 맛이 없다. 먹으면서 감탄할 정도로 맛이 없다. 맙소사. 라면을 더 챙겨 왔어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 저런 맛인 줄 알았는데 투어 중에 다른 식당에서 딱 저 메뉴로 음식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그냥 학교 기숙사가 맛이 없던 것이었다.
IPSF에서 주최하는 WC에서는 밤마다 다양한 주제로 파티를 했다. 이날은 짐바브웨 전통의상을 입고 파티를 했다.(내가 도착한 날 친구들이 시장에 간 이유가 이 파티를 위해 전통의상을 사러 간 것이었다.)
전통 공연도 보고
각자 나라에서 가져온 물품으로 경매도 했다. 우리는 안동소주와 부채를 가져왔는데 인기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술이라 그런건가. 낙찰받은 친구는 남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샀단다. 그날 밤에 프러포즈한다고 하던데 잘됐겠지? 몇 달 뒤에 낙찰받은 사람의 친구에게서 안동소주를 따로 구입할 수 없냐는 연락이 왔다. 갑자기 안동소주가 먹고 싶다.
이날 같이 갔던 친구가 생일이라 우리끼리 아지트에서 노는 중이다. 기숙사 꼭대기층에 방이 여러 개 있었는데 우리는 춤 연습을 할 겸 한 방을 잡고 놀았다. 점점 친구들을 초대하다 보니 결국 파티 뒤풀이 겸 2차로 노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날은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날이었다. 우리 모두 한복을 입고 유과, 막걸리, 불닭볶음면 등을 소개했다. 불닭볶음면은 외국인들이 먼저 와서 알아보더라. 불닭볶음면의 인기란... 그때까지 매워서 도전을 못해봤는데 다들 워낙 맛있게 먹다 보니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각자 공연도 했는데 우리는 부채춤과 강남스타일을 추고 추가로 친구 한 명이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강남스타일은 구경하던 사람도 다 같이 춤춰주었다. 이 맛에 공연을 하는구나 싶었다.
이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준 하젬이란 친구이다. 3년 전에 한국에 왔는데 그때 서울 구경을 시켜줬었다. 지금은 미국에 있다고 한다.
이날은 Glow night라는 파티였다. 각자 반짝이는 물건을 갖고 와서 노는 날이었다. 친구가 형광 물감을 가져와서 칠해주었다. 상당히 잘 꾸며서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와서 부탁했다. 그 친구는 친절히 그려줬다.
마지막 갈라 나잇. 이날은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고 모여 폐회식을 하는 날이다. 마지막 날까지 음식은 그대로였다. 참 일관적인 친구들이다.
전통공연과 함께 시상식, 폐회식이 열렸다.
단체사진도 찍고
친구와 사진도 찍는다. 이 친구가 처음에 말을 걸어준 오마르이다. 이번 행사에서 상도 하나 건져갔다.
다들 잘 지내는가 모르겠다. 몇몇 친구는 얼마 전에 한국에서 만났는데 다른 친구들은 연락이 잘 되질 않는다. 다시 보면 진짜 반가울 것 같다.
중간에 짐바브웨 의료기관에 견학을 간 적이 있다. 짐바브웨에서 가장 큰 병원인 짐바브웨 대학병원은 약이 너무 부족했다. 시설도 열악하다. 약은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기부받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한국에 태어난 게 감사히 느껴진다.
병원에 비해 지역약국의 경우 약이 많이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시내 한중간에 있는 곳이라 환자도 많다고 한다. 미국의 약국을 보는 기분이었다.
여기는 인슐린 이외의 주사제도 직접 취급한다는 게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