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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5장. Shall we begin?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와의 첫 만남

이야기의 시작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로 돌아간다.
새로 신입생으로 3학년들이 들어오고 동아리 가입도 마무리했으니 추억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아리에서 지원자를 모아 동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아프리카에서 바로 올 예정이었다.(이때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크로아티아까지 만 하루가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거리가 가까운(가까워 보이는) 크로아티아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체코 프라하에서 귀국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아무래도 일찍 표를 예매하다 보니 왕복 70만 원 정도로 비행기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동유럽은 물가도 매우 싼 편이라 숙소도 인당 1 ~ 2만 원 사이로 해결했다.(숙소는 항상 전날 예약했다) 몇몇은 미리 유럽에서 놀다가 두브로브니크에서 합류하기로 해서 만나는 날만 정해두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다 보니 어느새 하라레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아쉬움을 삭히고 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부분 짐바브웨에서 출국하는 비행기는 비슷한 시간이라 출발 시간이 다른 친구들과 아프리카 여행을 더 하는 친구들(이들은 남아프리카로 이동해서 트럭킹을 하기로 했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남아프리카로 이동한 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아직은 이른 새벽. 어제 밤늦게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노숙하다시피 시간을 보냈다. 벽에 기대서 자다 일어나다를 반복했다. 쪽잠을 자다 보니 비행시간이 다가왔다. 비행기를 타려고 게이트로 향한다. 저 멀리 동이 트고 있다.
두브로브니크에 내렸을 때는 이미 낮이다. 거의 만 하루를 씻지 못해 매우 찝찝하다. 공항 안내센터에서 혹시 공항 내에 샤워할만한 공간이 있나 물어본다. 그들이 화장실에서 샤워하란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다시 들은 내용을 물어보니 제대로 알아들었단다. 아무리 야생에 익숙해졌지만 사람들이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는 차마 못할 것 같다. 그냥 세수만 하고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으니 먼저 산책 겸 도시 구경을 하기로 한다. 올드타운으로 이동한다. 두브로브니크는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사실 크로아티아를 여행지로 잡은 건 도시들이 예쁜 것도 있지만 왕좌의 게임에 영감을 받은 것도 있다.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좌측으로 두브로브니크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림과도 같은 풍경에 순간 말을 잊는다. 푸르른 하늘을 담은 바다에 새하얀 도시가 떠 있다. 꿈에서 그리던 그 도시가 눈 앞에 있다. 버스 곳곳에서 감탄이 터진다. 급히 셔터를 누른다. 렌트를 했다면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 한번 들러보자.

올드타운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문 앞에는 짐을 맡기는 곳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짐을 맡기고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한다.

구시가지 정문인 필레게이트. 필레게이트 앞의 광장에는 다양한 투어상품을 광고하고 있다. 흥미로운 게 많다. 개인적으로 선셋 카약을 추천한다. 만약 왕좌의 게임 팬이라면 왕좌의 게임 투어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나 혼자 돌아다닐 예정이라 그냥 산책하듯이 돌아다니기로 한다.

왕좌의 게임에서 봤던 그 우물 맞다! 이름은 오노프리오스 분수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다. 아직도 물을 마실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수 주변에 걸터앉아 있다. 바로 앞이 성벽 입장권을 사는 매표소와 화장실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입장권을 구매 후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플라자 대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보니 항구에 다다른다. 물빛이 너무 아름답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바닷가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문어가 유명한 곳인 만큼 문어요리를 시킨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왔으니 맥주를 놓칠 수 없지! 추가로 크로아티아의 맥주를 주문한다. 맥주에는 레몬이 들어가 있다는데 상큼한 게 딱 내 취향이다. 시큼한 레몬향이 더운 날에 청량감을 안겨준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두브로브니크에 대해 공부를 한다.

삶은 문어를 올리브유에 버무려놨다. 음! 맛있다. 신선한 문어를 삶아서 그런가 매우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올리브유의 고소함은 문어 특유의 맛을 살려준다. 얼핏 느끼해질 수 있는 요리를 양상추가 상큼하게 잡아준다. 역시 요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선한 재료인 듯하다. 밥도 먹고 휴식도 취했으니 다시 움직여볼까.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 구시가지를 탐방한다. 딱히 목적지를 정해둔 건 아니다. 그냥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돌아갈 길을 잃지 않을지 약간의 불안감과 눈앞에 펼쳐질 미지의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걷다 보니 익숙한 계단이 나온다. 성 이냐시오 성당 앞 계단이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드라마에서 서세이라는 캐릭터가 수치의 행진을 했던 곳이다. 그 장면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다.

성당 내부는 다른 유럽 성당에 비해 단출하지만 단아한 멋이 있다.

계단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지금은 노천식당으로 가득한 골목이지만 드라마 촬영 당시에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이제 성곽으로 올라간다. 아까 분수대 앞에서 미리 사둔 표를 꺼낸다.

내 눈앞에 드라마에서 보던 킹스 랜딩이 펼쳐진다.
킹스 랜딩이나 다른 도시들은 CG로 완성되긴 했지만 그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다.

성곽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노천카페들이 있다. 난 레몬주스를 시켰다. 그러니 진짜 레몬을 갈아준다. 레몬 특유의 상큼함과 달달함이 매우 강렬하다. 더위를 잊게 만들어주는 맛이다. 석벽 위의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행복감이 몰려온다.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여독이 날아간다.

성벽을 돌다 보니 아까 점심식사를 한 곳도 보인다.

성벽을 내려와 구시가지를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필레 문을 나와 다리를 건너 광장을 지나 조금 들어가니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절벽 위 벤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밑에는 조그마한 해수욕장이 있다. 벤치에 누워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잠시 잠이 든다. 아직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이 잊히지 않는가 보다. 아프리카는 보니 좋은 풍경이 있고 누울 곳이 있으면 누워서 풍경을 바라보다 잠들곤 했다. 한 30분 지났을까 이제 일행들 모두 비행기에서 내렸는지 연락이 온다. 나도 짐을 찾고 숙소로 이동한다. 오늘은 체크인하고 장보고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그간의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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