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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5장. Shall we begin? 크로아티아

한여름의 꿈. 두브로브니크

오늘은 함께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저녁에 선셋 카야킹을 할 예정이다.
어제 오랜만에 닭볶음탕을 해 먹어서인지 마음까지 든든하다. 오늘 여행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다들 성벽 투어를 먼저 한다기에 나는 도심을 좀 더 구경하기로 하고 선셋 투어 전에 만나기로 한다. 구도심 초입에는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은 프란체스코회 수도사들이 1317년 지은 수도원이다. 입구에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인 피에타상이 세워져 있다. 내부는 아름다운 정원을 끼고 있는 회랑과 박물관이 있다. 수도원 입구에는 약국이라는 표시가 있다. 말라 브라체라는 이 약국은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약국이라고 한다. 내일 부원들이랑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장미 크림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무엇보다 오래된 약국이란 점이 마음에 든다.

내부도 아름답다. 산책하기 딱이다. 회랑을 걸으며 병풍처럼 바라볼 수 있는 중정을 즐기는 산책은 참 특별하다. 중정의 나무들이 지중해의 아침햇살을 머금고 반짝이고 있다.

수도원을 나와서 이번에는 스르지 산 전망대로 향한다. 가는 방법은 걸어가거나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택시도 가기는 한다. 난 왕복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스르지 산 전망대는 두브로브니크를 조망하기 적당하다. 어제 공항에서 오는 길에 보던 풍경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 푸르른 아드리아해에 안긴 붉은 도시는 포근함마저 느껴진다.

라벤더가 유명한만큼 곳곳에 라벤더가 보인다.

전망대 근처에는 전쟁박물관이 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를 기억하기 위해 남겨둔 요새이다. 전쟁에 썼던 무기와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당시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90년대 초에 이런 전쟁이 터졌었다니 안타깝다. 이후 선셋 투어 당시에도 바다에서 보이는 이곳을 바라보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그는 전쟁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한다. 아픔을 이겨낸 그들이야말로 이 멋진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주역이 아닐까.

전망대에는 카페도 있다.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다. 두브로브니크를 내려다보며 먹는 차 한잔은 참으로 운치 있다. 카페 옆에는 나무 그늘이 있었다. 그 아래 바위가 눕기 딱 좋게 생겼다. 바위에 기대 멍하니 두브로브니크 시내와 바다를 바라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해가 살짝 기울 무렵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정처 없이 걸어 다니다 보니 왠지 모를 해안가에 다다른다. 다들 해수욕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시킨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숟갈과 꿀 같은 여유를 즐긴다.

이제 선셋 투어를 참여할 시간이다. 서둘러 모임 장소로 이동하니 친구들도 서둘러 날 향해 걸어오고 있다. 알고 보니 어제 내려다봤던 해안가가 출발지다.

섬을 한 바퀴 돌며 노을을 보고 다시 돌아와 마무리로 와인 한잔을 하는 코스다. 다들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2인 1조로 카약에 몸을 싣는다. 잔잔한 파도 덕에 노를 젓는데 큰 무리는 없다.

섬을 한 바퀴 돌며 노을을 보고 다시 돌아와 마무리로 와인 한잔을 하는 코스다.

로크룸 섬안에 있는 가려진 조그마한 해변가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기도 한다.

저 멀리 바다가 태양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렌즈에 튄 물조차 한 장의 작품이다.

다시 돌아온 두브로브니크. 한여름밤의 꿈을 꾼 기분이다. 팔은 좀 아프긴 하지만 그때 본 경이로운 풍경은 꼭 다시 경험하고 싶게 만든다. 다음에는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와야겠다.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 저녁은 뭐 먹지라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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