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부다페스트의 구수도. 에스테레곰.
오늘은 부다페스트 근교로 출발한다. 목적지는 에스테레곰으로 헝가리의 첫 수도였던 곳이다. 슬로바키아와 붙어있는 덕에 강만 건너면 다른 나라를 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조그마한 시골마을이다.
에스테레곰을 향하는 버스는 간이정거장에서 출발한다. 버스는 M3 Arpad Hid역에서 내려 E 출구로 나가면 과거 시외버스터미널이 나온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임시 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E 출구에 표지판이 있으니 참고하자. 참고로 버스 번호는 800번이다.
시내버스 같은 시외버스를 타고 덜컹이는 시골길을 가다 보면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 시간여를 달리다 보면 조그마한 버스정거장에 도착한다. 하루에 버스도 몇 편 없는 그런 조용한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부다페스트로 돌아가는 버스시간표를 확인한다.
버스정거장에서 나오면 시장이 나온다. 다양한 음식이 참으로 향기롭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덕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곧 에스테레곰 성당이 나온다. 겉은 소박해 보이지만 내부는 꽤나 화려하다.
저 앞에 보이는 그림이 성모 마리아의 승천이라는 작품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단일 화폭의 작품이라고 한다.
성당에서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야외로도 나갈 수도 있다. 저 강을 건너가면 슬로바키아이다.
좁은 계단을 따라 돔을 통해 나가면 에스테레곰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조용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참으로 맑은 풍경이다. 지금 내 눈에 담긴 이 풍경도 후에 찾아왔던 아내의 눈에도 담겼었겠지.
다시 계단을 내려와 가다 보면 지하 묘당도 있다.
내부는 딱히 볼 건 없다. 입구에는 거대한 석상이 지하 묘당의 입구를 가리킨다.
성당에서 나오는 길에 와인을 파는 가게와 카페테리아가 있다. 와인을 추천해 달라 하니 몇 병을 골라준다. 이것들을 소중히 가방에 넣고 다시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이 와인들은 이후 한국에서 시음을 하게 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깊은 맛과 달달한 맛이 공존할 수 있음을 알았다.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유럽 와인이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점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에스테리곰에서 산책을 하고 와인도 사고하니 돌아갈 시간이다. 아직 버스시간은 조금 남아있어 터미널 근처 가판대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나오니 완전 해가 졌다. 제일 먼저 부다왕궁으로 향한다. 부다왕궁과 어부의 요새에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즐기려 한다.
어부의 요새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바이올린을 보니 매우 반갑다. 섬세한 바이올린의 음색이 마음을 홀린다. 난 그 연주자의 앞에 앉아서 뒤로 보이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감상한다.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을까. 벤치에 앉아 올라오는 길에 사 왔던 맥주 한잔을 마신다.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린다. 다른 안주가 필요가 없다. 다시 한번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요새에서 걸어 내려오니 국회의사당이 눈앞에 보인다.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부다페스트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