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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5장. Shall we begin?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의 산책.

오늘은 본격적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의 시작이다. 친구들은 버스투어를 한다기에 난 걷는 길을 선택한다. 갈길이 먼 만큼 해뜨기 전에 길을 나선다. 

온천이 유명한 헝가리이니 첫 번째 목적지는 세체니 온천이다. 도심에 있는 온천인 데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안에서는 다양한 욕장뿐만 아니라 마사지도 즐길 수 있다. 5시간 기준이며 그보다 일찍 나온다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영복은 필수니 참고하자.

부다페스트의 아침은 여름이더라도 쌀랑하다.  숙소에서 세체니 온천이 있는 시립공원(varosliget)으로 걸어간다. 조용한 도시의 정취를 즐기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눈 앞에 회쇠크 광장 뒤로 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시립공원 안의 호수는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그 외의 계절에는 조정경기장으로 쓰인다고 한다.

세체니 온천에 도착할 즈음 해가 뜨기 시작했다. 온천에서 보는 일출도 느낌이 새롭다.   

세체니 온천의 입구. 온천이 아니라 미술관 같다. 표를 구매하고 온천으로 들어간다.

수많은 탕을 지나 문을 열고 나가니 노천탕이 나온다. 대욕장은 미지근한 물, 따뜻한 물 두 가지로 나뉘어있다. 수영장으로 착각할만한 크기의 대욕장에 앉아 온천을 즐긴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조금 있으니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같이 일어나서 가자더니 다들 늦잠이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먼저 온 탓이다. 난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마사지를 받은 뒤 온천을 나선다.    

세체니 온천 바로 옆에 있는 버이더후녀드성으로 향한다. 아까 세체니 온천으로 향하면서 성이 있길래 궁금해서 걸어와봤다. 이 성은 판노니아 평원 정복 1000주년 기념으로 1896년 축성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되지는 않은 성이다. 지금은 농업박물관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조그마한 성이지만 꽤나 아름답다. 공원의 푸르름에 취해 천천히 걸어간다. 온천 후 산책은 참으로 상쾌하다.

내부를 둘러보는 건 금방이라 후딱 돌아보고 숙소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에 호수에서 외치는 응원소리가 들린다. 조경경기 중인 모양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땀 흘리는 모습이 멋있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조용하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도 별로 없다. 조깅하는 사람들만 지나다닌다.      

숙소에 짐을 두고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중앙시장(그레이트 마켓 홀)으로 향한다.

중앙시장은 하나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기차역으로 착각할 만큼 고풍스럽다.

내부로 들어가면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힌다. 1층은 과일과 다양한 식재료가 있고 2층에는 기념품점이 있다. 안타깝게도 기념품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게 게 없어서 과일만 가득 들고 나온다.

시장 맞은편 버거킹에서 커피 한잔을 산 뒤 근처 벤치에 앉아 과일과 함께 늦은 아침을 먹는다.

배도 찼으니 리버티 다리를 건너 gellert 언덕으로 향한다. 

gellert언덕은 이 언덕에서 이교도들에게 암살당한 Gerard성인(이곳 이름으로 Gellert이다)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에 지배받던 시절 독립운동이 있었고 그 후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시타델이 지어졌다. 이곳에서의 포격은 Buda지역과 Pest 지역 모두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와 1956년 헝가리 혁명 당시의 상처도 남아있다고 한다. 많은 상처가 있던 슬픈 언덕이다. 전쟁박물관에서는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철제 다리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다양하게 부다페스트를 즐기고 있다. 서로를 찍어주는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 처음 만나는 곳은 gellert hill cave라는 암굴 성당이다. 동굴을 이용한 이 성당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과거 동굴 안의 천연온천수를 이용해 병자를 치료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 후 19세기 한 농민의 안뜰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1920년대 Pauline 수도사들이 입구를 만들었고 그 후 1951년까지 예배당과 수도원, 나치의 야전병원 등으로 쓰였다고 한다. 1951년 소련에 의해 봉쇄된 후 1989ㄴ 8월 27일 소련의 붕괴될 때까지 사람의 접근이 금지됐었다. 1992년 예배당이 복원되었고 지금까지 잘 관리되고 있다. 수많은 아픔을 이겨낸 장소여서인지 더 아름답다.

조금 더 올라가면 부다페스트 시타델이 나온다. 요새였던 곳으로 부다페스트를 조망할 수 있다. 야경 명소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아픔이 남은 곳이기도 하다. 억압받던 그들의 역사에서 우리의 과거가 떠오른다.

산길을 따라 공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벤치에 앉아 부다페스트의 풍경을 즐긴다. 지나가는 바람이 땀을 훔쳐준다.      

숙소로 잠시 돌아가 쉬기 위해 엘리자베스 다리를 건너 바치 거리를 걷는다. 그렇게 계속 가다 보니 테러 하우스가 보인다. 내부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에 대해 알 수 있다.

집에서 잠시 쉬고 나니 힘이 좀 생긴다. 성이슈트반 대성당으로 향한다. 오늘 성당 안에서 공연이 있다고 티켓을 팔고 있다. 표 한 장을 구입한다. 유럽은 이런 것이 좋다. 성당 같은 명소에서는 밤이면 공연을 연다. 고풍스러운 성당에서의 바이올린 소리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공연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국회의사당 쪽으로 걸어간다. 강가에는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 국제행사가 있다고 한다. 과거 홀로코스트에 관한 행사이다. 꽤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동유럽에서 홀로코스트에 의한 아픔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일본에 의해 핍박받았던 우리의 과거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국회의사당은 야경도 예쁘지만 낮에도 아름답다. 정교하고 화려하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있고 세계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성당에서의 공연은 후회한 적이 없다. 섬세한 앙상블은 나를 신에게 가까이 데려가는 기분을 선사한다. 성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이런 경험은 굳이 공연을 보러 가지 않더라도 미사에만 참여해도 느낄 수 있다. 시간에 맞춰서 성당에 가면 성가대와 함께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함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일요일에 유럽이라면 그 도시에서 가장 큰 성당의 미사 시간을 알아보도록 하자.       

공연을 보고 나오니 완전 밤이다. 저 멀리 부다 왕궁이 보인다. 내일 야경은 저기서 봐야지 란 생각을 하며 맥주 한 캔을 사서 강가를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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