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예술의 도시. 프라하.
오늘은 체코의 프라하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기 위해 뉴가티역으로 이동한다.
아침이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너무 일찍 온 탓인가 기차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역내 천장의 큰 창 너머로 불그스름한 태양빛이 비친다. 예스러운 역과 일출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략 7시간 정도 가야 하는 먼 거리라 우리는 간단한 간식거리와 마실거리를 챙겨서 기차를 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중앙역은 생각보다 컸다. 숙소를 가기 위해 우버를 부른다. 우버가 활성화된 곳답게 전용 탑승구역이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집주인이 마중을 나온다.
체크인을 하고 친구가 알아둔 맛집으로 향한다. 고풍적인 인테리어가 이 식당의 내공을 말해준다. 음식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만족스러운 한 끼이다. 식사와 함께 맥주도 한잔 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납작 복숭아를 산다. 이걸 왜 이제야 먹은 거지. 진작에 알았다면 과거 프라하에 왔을 때도 먹었을 텐데. 프라하에 있던 3일 동안 하루 1 봉지씩 먹은듯하다.
천천히 걸어가는데 뉘엿뉘엿 해가 넘어간다. 바츨라프 광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야경을 보러 간다길래 꼭 비셰흐라드를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난 숙소로 이동한다.
그동안 여행이 너무 길어서인가 몸과 마음 모두 지치기 시작한다. 숙소에서 푹 쉬 기로 한다.
오늘은 팁 투어를 참여하기 위해 아침에 길을 나선다. 약속 장소는 화약탑 근처에 있는 시민회관 앞이다. 시민회관 안에 있는 카페(Kavárna Obecní dům)는 유서 깊은 카페이다. 이곳의 커피가 맛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한잔 즐겨볼 걸 그랬다.
첫 목적지는 프라하대학교. 한때 아인슈타인이 교편을 잡기도 했었다. 프라하대학교 본관은 이곳이지만 캠퍼스는 도시 도처에 퍼져있다. 뉴욕대학교 같은 느낌인가 보다.
그 근처에는 스타포브스케 극장이 있는데 모차르트가 돈 조반니를 처음으로 공연한 곳이라고 한다. 아직도 공연을 즐길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예매를 해보자.
이제 바츨라프 광장을 지나 카를교로 향한다. 바츨라프 광장은 신시가지에 속하며 과거 마 시장과 사형대가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바츨라프 기마상이 광장의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광장은 체코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민주화의 상징이기도 하며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선언, 프라하의 봄, 벨벳혁명이 일어난 역사적 현장이다. 지금은 신시가지의 중심지답게 수많은 호텔, 식당, 가게 등이 가득하다.
오전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인 올드타운의 천문 시계탑. 프라하 구 시청사에 붙어있다. 1410년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시간, 일출, 일몰, 월출, 월몰을 정확하게 표시해주고 있다. 매 시각 정시에 인형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에는 혼자 돌아다녀서 설명이 부족했는데 팁 투어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
이제 각자 식사를 하고 오후 팁 투어에 참여하기로 한다. 오후 모임 장소는 올드타운 광장의 얀 후스 동상 밑이었다. 요즘은 루돌피눔 계단으로 바뀐듯하다. 팁 투어 가이드와 만나 루돌피눔 계단으로 이동한다. 루돌피눔은 아직도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혹시 기회가 된다면 가보도록 하자.
루돌피눔. 투박하지만 절제된 멋이 있다.
이후 블타바 강을 따라 걷다가 카를교를 건넌다.
카를교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성 요한 네포무크의 순교 장면을 부조로 묘사해둔 조각상이다. 이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도 하고 다시 프라하를 찾을 것이라고도 한다. 몇 년 전에 만져서 그런가 난 또 이곳에 와있다. 그 옆에 강아지 조각도 만지면 반려동물에게 행운이 온다 하니 만지고 가자.
강을 건너 조금 걸어가면 존 레넌의 벽이 나온다.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곳이다.
이곳은 과거 몰타 공화국 대사관의 담이었다.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젊은 혁명가들이 자유를 외치며 존 레넌의 가사를 벽에 적고 다녔다. 당시 몰타 공화국은 표현의 자유라 인정해 지우지 않았고 체코 입장에서도 치외법권에 해당하는 대사관 벽이라 건드리지를 못했다. 그렇게 이곳은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체코 관광청은 텅 빈 하얀 존 레넌 벽을 본다면 각자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한다. 우리도 평화를 바라며 빈 곳에 조그마한 글을 적었다. 우리 인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이제 등산을 시작한다.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면 프라하성 지구로 접어든다. 전에는 완전 반대로 돌았었다. 프라하성에서 시작해서 구시가지로 가는 방향으로 구경했었는데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덜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혹시 팁 투어가 아니라 개인 투어라면 프라하성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려가는 걸 추천한다.
프라하성을 향해 올라가면 가장 먼저 대통령궁이 우리를 맞이한다. 입구에서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가면 성 비투스 대성당이 나온다.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뽑히는 이 성당에는 가톨릭의 성인 중 한 명인 성 비투스의 팔이 모셔져 있다.
내부도 매우 화려하다. 혹시 일요일에 온다면 미사 시간에 맞춰오도록 하자. 미사 시간에 맞춰서 왔었을 때 들었던 찬송가의 웅장함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프라하성에는 비투스 성당 외에도 다양한 성당, 수도원 그리고 오래된 건축물이 많다.
프라하성 지구가 마음에 들었던 건 프라하 시내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집들의 지붕은 모두 같은 색이다. 일관된 주황색 지붕이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든다.
과거 이곳에서 조정래 작가님을 만났었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아버지는 바로 같이 사진을 찍고 싸인을 부탁하셨었다.
팁 투어는 프라하성에서 마무리된다.
프라하성에서 내려가는 길. 계단 옆으로 조그마한 카페들과 갤러리가 있다. 카페에서 보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우리는 개인 시간을 더 갖고 난 뒤 숙소로 돌아온다. 조금 쉬다 보니 해가지기 시작한다. 프라하는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숙소에서 블타바 강까지 멀지 않아 산책 겸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저 멀리 카를교와 프라하성이 보인다.
카를교는 밤인데도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 부다페스트의 밤보다 프라하의 밤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