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의 추억. 제주도
오랜만의 등산 탓인가 허벅지가 아프다. 발톱도 아직은 약하게 통증이 남아있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버스에 몸을 구겨 넣는다.
첫 목적지는 천지연 폭포이다. 천지연폭포는 계곡이 참으로 멋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주변으로는 아열대성, 난대성의 각종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폭포 아래 물속에는 무태장어도 서식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표를 사서 들어가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온다. 조그마한 계곡을 따라 나있는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다. 중간중간 징검다리가 정감이 간다. 얼마간 걷다 보니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폭포에 거의 다온 모양이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서 보던 거대한 폭포에 비하면 귀엽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과하지 않고 소박하다. 압도적이지 않고 포근하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든다.
다시 돌아나가는 길.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며 사진을 찍는다. 문득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새연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다리라고 한다. 서귀포항의 랜드마크인 만큼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멋진 곳이다. 최남단의 최장 보도교인 새연교는 새섬 산책로까지 연결이 된다. 살짝 흐린 날씨 덕에 시원하게 산책하기 좋다. 눈앞에 너른 바다가 펼쳐진다.
점심식사를 해결할 겸 올레시장으로 향한다. 제주도의 특산품과 그것들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가 넘치는 멋진 곳이다. 군것질을 하다 보니 벌써 배가 불러온다. 교수님과 함께 떡볶이와 전을 먹는다. 떡볶이 국물과 전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시장과 떡볶이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간단히 배를 채운 우리는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향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곳은 다양한 차와 녹차 관련 제품을 즐길 수 있다. 녹차 한잔을 시켜 들고 문을 나선다.
박물관 옆으로는 꽤나 넓은 녹차밭과 잔디밭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며 쉬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벌써 제주도의 마지막 밤이다. 오늘은 다 같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 한잔을 걸칠까 한다. 장을 보러 갔던 팀이 돌아온다. 인원이 많아서인가 짐이 양손 가득이다. 펜션에 도착해 각자의 방으로 이동한 뒤 식사 준비를 한다.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와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퍼져간다. 아쉬움이 깔린 웃음소리이다.
마지막 날. 오후 비행기인 만큼 다들 늦잠을 잤다. 몇몇은 수영장에서 늦게까지 놀아서인가 눈을 못 뜬다. 라면 끓이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쓰라린 속을 쥐고 공항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협재해수욕장을 지난다. 바다는 에메랄드빛을 가득 머금고 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정화된다. 속 쓰림도 어느새 사라진듯하다. 이곳에서 마지막 단체사진을 남긴다. 이제 다시 진주로 가면 마지막 수업을 듣고 각자의 실습장소로 찢어질 것이다. 동기들이 모두 모이는 건 언제쯤일까. 그날까지 모두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