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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Extra. 추억이 흐르는 섬. 제주도

동기들과의 마지막 추억. 제주도

남아메리카에서 돌아오고 난 뒤 2달이 지났다. 45일간의 여행 탓에 집에만 늘어져있다 보니 벌써 개학이 눈앞이다.

이번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마지막 학기라 다 같이 졸업여행을 가기로 한다. 학교가 진주인 만큼 대부분 경남권에 사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해공항에서 모이기로 한다. 김해공항을 가기 위해 사상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사상 버스터미널에서는 김해공항까지 바로 연결되는 부산 김해경전철이 있다. 심지어 출발지라 사람도 별로 없다. 전철을 탄 뒤부터는 딱히 식사를 할 곳이 없다. 사상역 근처 버거킹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난 뒤 전철에 몸을 싣는다.


이른 시간이라 공항은 조용하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나 둘 동기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활주로에서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제주도에서의 첫끼는 돔베고기이다. 갓 삶은 흑돼지를 삶아 수육으로 만든 요리이다. 보통 나무 도마에 올려 나왔다 하여 돔베고기라고 한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도 방언이다. 역시 언제 먹어도 담백한 게 마음에 드는 음식이다.


첫 관광지인 용두암으로 향한다.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용 한 마리의 염원이 느껴진다.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든다.

한적한 시골길을 조금 걸어가다 보면 용연계곡이 나온다. 먼 옛날 용의 놀이터답게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푸르른 물이 흘러간다.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구름다리 하나에 의지해 건너간다. 언제 내려갔는지 동기들이 저 아래 계곡에서 나를 부른다. 나도 덩달아 손을 흔든다.


느지막이 제주도에 오다 보니 뭔가를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 그냥 숙소로 향해 우리끼리 수영장에서 놀기로 한다. 더위가 한풀 꺾인 9월의 어느 날답게 해 질 녘의 수영장은 시원하다 못해 싸늘하다. 그래도 우리의 열정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다 같이 물로 뛰어들어 밤이 되도록 시간을 보낸다.


이른 아침. 흐릿한 하늘이 걱정이다. 살짝 빗방울이 떨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과 생수, 간식을 챙겨 버스를 탄다.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한라산까지 갈 예정이다. 여행사에서 불러준 승합차를 타고 성판악 탐방안내소까지 이동한다. 한라산의 가을등반은 얼마만일까. 편안한 복장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성판악 코스로 올라갈 경우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완만히 올라간다. 울창한 숲 속으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메아리쳐 날아간다. 참으로 상쾌하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는 바람이 응원을 하는듯하다. 습도가 높기는 하지만 숲 속이라 그리 덥지는 않다. 한참을 올라갔을까. 탁 트인 관목 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진달래 대피소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보통 이곳에서 한번 쉬면서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백록담으로의 등반을 시작한다.

역시 라면을 놓칠 수 없는 것이 한국인인가 보다. 대피소의 매점 안에 수북이 쌓인 라면이 보인다. 우리도 지갑을 연다. 라면과 도시락을 먹고 있으니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APPS에서 만난 친구이다. 같은 날 같은 곳에 간다 했던 다른 학교 약대생이다. 정말 반갑다. 같이 사진 한 장을 남긴다.

잠시의 휴식이 꿀만 같다. 하지만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피로가 발을 잡고 늘어지는 기분이지만 털고 일어난다.

백록담이 있는 정상까지는 꽤나 경사가 높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관목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초원이 펼쳐진다. 어느새 구름도 발아래로 떠내려간다. 정말 많이 올라오긴 했구나. 서늘함이 뒷목을 쓸고 간다. 

얼마 만에 만나는 백록담일까. 볼 때마다 마음이 탁 트이는 풍경이다. 잠시 한라산의 풍경을 즐기며 땀을 식힌다.

한 마리의 사슴이 저 멀리 뛰어간다. 백록담에는 흰 사슴 대신 검은 까마귀만 가득하다.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이제 다시 내려가는 길.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기로 한다. 과거 관음사 코스를 따라 내려갔을 때 그 풍경에 매료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단점은 경사가 가팔라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다. 도저히 올라갈 용기는 안나 올라오는 건 성판악 코스를 선택했었다.

눈 앞에는 끝없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백록담 분화구의 옆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수많은 기암괴석과 고목들이 그 멋을 더한다.


신발을 잘못 신은 탓인지 발톱이 긴 탓인지 발가락 끝이 아파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숲이 울창한 데다 친구가 같이 있어 버틸만하다.


저 앞에 숲의 끝자락이 보인다. 힘들지만 황홀했던 한라산에서의 하루가 끝이 난다. 예약했던 고등어조림을 먹고 숙소에 돌아가 눕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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