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정의 마지막
병원에서의 실습이 끝나고 약국에서 실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첫 주말이다. 금요일 근무가 끝나자마자 5호선에 뛰어든다.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반년만에 찾은 제주공항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향한다. 일행들은 이미 도착해서 맛난 것을 먹고 쉬는 모양이다. 숙소에서 들리는 파도소리가 운치 있다.
아침이 밝았다. 오늘부터는 렌트를 하기로 했다. 근처 렌터카 업체에 가서 차를 인도받는다. 꼼꼼하게 차 이곳저곳을 살펴본 뒤 운전대를 잡는다. 첫 목적지는 거문오름이다. 졸업여행 때는 급하게 지나가다 보니 제대로 즐기지를 못해 다들 다시 들리고 싶은 모양이다.
아직은 겨울의 서늘함이 남아있는 봄이다.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만큼이나 차가운 바람이 스쳐간다. 태양이 따스한 것을 질투하는 모양이다.
나무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걷기 좋은 날이다. 한결같이 맑은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즐거운 산책이 끝났다. 혹독한 겨울을 버틴 억새들이 인상적이다.
안내소에는 제주도 관련 풍경 전시회와 해양 동식물 사진전을 하고 있다. 볼 때마다 아름다움이 넘치는 섬이다. 오래도록 이 풍경을 간직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미세먼지로 가득하던 서울을 벗어났음이 실감이 간다. 탁 트인 풍경 저 멀리로 한라산이 위풍당당히 서있다. 겨우내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하얀빛으로 가득하다. 드라이브하며 보기 딱이다. 문득 칠레에서 보았던 만년설이 떠오른다.
이번 목적지는 제주도립미술관이다.
겉부터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 얕은 물이 모여있는 인공연못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미술관의 정문이 나온다.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눈이 즐겁다.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점심은 몸국을 먹기로 한다. 몸국은 모자반 국의 제주 방언이다. 돼지고기, 내장 등을 삶고 난 그 국에 모자반을 넣는다. 일종의 국밥이다. 과거부터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은 유서 깊은 요리이다. 마지막으로 메밀가루를 조금 넣어 걸쭉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몸국에 성게 미역국, 고사리육개장에 고등어구이를 추가했다. 얼큰한 육개장에 시원하고 깊은 몸국, 살짝 비릿한 성게 향이 가득 찬 미역국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다. 양파를 가득 얹은 고등어구이는 밥반찬으로 완벽하다.
배를 채웠으니 바다를 보며 서귀포로 향하기로 한다. 다시 찾은 협재해수욕장의 물빛은 여전히 환상적이다.
찬 바람 탓인가 바다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친구들과 조용한 바다를 즐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함이 밀려온다.
제주도의 3월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다.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멋진 곳이 많다.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색 파도가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관리를 잘한 덕분인가 꽃망울이 화사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내선을 따라 유채꽃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
하늘이 유채꽃의 노란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다시 찾은 노을 명소.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노을은 언제 보아도 찬란하다.
서귀포로 향하는 길. 올레시장에서 회를 사기로 한다.
고등어와 갈치에 이것저것 추가한다.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게 구매한 뒤 숙소로 향한다. 알찬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