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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마추픽추)

마추픽추. 폐허의 아름다움이여.

새벽 5시 숙소를 나선다. 우리는 7시 반에 와이나 픽추를 예약해놨기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첫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나왔는데... 벌써 줄이 엄청 길다. 버스 타는데만 한 시간 정도 기다린듯하다. 버스 줄 옆으로 매점이 있다. 거기서 버거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기에 점심식사대용으로 하나씩 산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 마추픽추 매표소까지 가는 방법은 2가지이다. 버스를 타고 가거나(30분 정도 걸린다) 걸어서 가거나. 후자를 선택할 경우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심지어 차도로 올라가다 보니 버스와 겹치기도 한다.

마추픽추에 대해 조금 알아보도록 하자.

마추픽추는 우루밤바 강이 휘감은 기암절벽 위에 고고히 서있다. 까마득한 천 길 낭떠러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당시 잉카인들의 처절함마저 느껴진다.

 이 공중도시는 매우 정교하게 바위를 쌓아 만들었다. 계단식 밭은 그들이 이곳에서 경작을 했음을 보여준다. 한때 1만 명이나 되는 잉카인들이 살던 이 도시는 한순간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후 1911년 하이람 빙엄에 의해 다시 발견될 때까지 잃어버린 도시가 되어버렸다.


“Few romances can ever surpass that of the granite citadel on top of the beetling preipices of Machu Picchu, the crown of Inca Land(잉카 땅의 왕관, 마추픽추의 들쭉날쭉한 벼랑 위에 우뚝 선 화강암 도시의 낭만보다 더한 낭만은 없을 것이다)” - 하이럼 빙엄


내부에는 정확한 나침반과 해시계, 정교한 수로, 정교한 석조건축 등이 당시의 잉카인들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와이나 픽추를 갈 경우는 더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다. 마추픽추를 보호하기 위해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마추픽추의 경우 하루 2500명, 와이나 픽추, 몬타냐 마추픽추는 하루 400명씩 제한하며 마추픽추의 경우 최대 4시간까지 볼 수 있으며 재입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www.machupicchu.gob.pe에서 예매를 할 수 있다.

줄에서 기다리며 바라보는 마추픽추. 저 산을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비가 와서인가 마추픽추에는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뿌연 것이 가득하다. 불안함이 몰려온다. 설마 이대로 마추픽추를 못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와이나 픽추를 예약했으니 계속 길을 간다.

와이나 픽추 입구이다. 우리말고도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이제 저 문을 통과하여 등산을 시작하면 된다. 살짝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와이나 픽추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마추픽추 사진에서 뒤편에 있는 빵 모양 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산이 바로 와이나 픽추이다. 보통 일출을 보거나 마추픽추의 전경을 바라보기 위해 올라간다.

오늘은 바닥이 젖어있는 게 매우 위험하다. 이곳은 가파르다 못해 절벽에 가까운 곳이 많아 거의 기어서 올라가는 곳이 많은데 난간과 같은 기본적인 보호장비조차 없다. 그래서 매년 낙사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고 한다. 필자도 걸어가는 내내 바닥에 가득한 습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을 정도다. 실제로 미끄러질뻔한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이 구간은 그나마 난간이라도 있지... 심지어 왼쪽은 낭떠러지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길을 사다리 타는 기분으로 기어올라간다.

드디어 올라왔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꽤나 쌀쌀한 날씨임에도 온몸은 땀과 구름의 물기에 젖어버렸다.

꼭대기까지 올라오니 일출을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근데 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큰 바위 위에 걸터앉아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기로 한다. 해가 뜰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로 한없이 기다리는 동안 이미 일출시간이 지나버렸다. 사람들도 포기했는지 하나 둘 자리를 털고 하산을 시작한다. 결국 와이나 픽추에서의 일출 보기는 실패이다. 아쉬운 마음을 끌어안고 하산을 한다.

그러는 와중에 꽤 괜찮은 전망대를 찾았다. 지도로 마추픽추 위치를 파악해 둔 뒤에 타임랩스를 찍기로 한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디자인 회사를 다닌다는 스위스 친구가 기억난다. 문득 다가오더니 언제쯤 구름이 걷힐것같냔다. 그걸 어찌 알겠니. 대충 10분이라고 말했더니 10분 뒤에 다시 물어본다. 친구와 그 스위스 친구를 10분 빌런이라 이름을 붙어주었다.

드디어! 구름 한중간에 마추픽추가 살짝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그 뒤로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구름만 가득하다. 결국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중에 한국인 한 명을 만난다. 같이 내려가며 이야기하다 보니 나랑 대학이 같다! 반가운 마음에 쿠스코에서 다시 보자고 약속을 잡는다.

산 중턱에서 다시 마추픽추 쪽을 바라보았다. 기적처럼 구름이 걷히고 있다. 드디어 마추픽추가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기쁜 마음으로 마추픽추로 향한다.

마추픽추에 다시 돌아왔을 때 구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저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니 스스로도 놀랍다.ㅂ

잠시 매표소를 나가 점심을 먹고 오기로 한다.

우리 때까지만 해도 마추픽추 입장권이 종일권이라 표 하나로 재출입이 가능했다. 근데 남미에 있을 당시에 그다음 해(2018)에 오전권 오후권으로 나눠 판다는 말이 있었다. 2020년 찾아본 바로는 이제 4시간의 시간제한이 있으며 재입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찍 다녀오길 잘했다. 그래도 4시간이면 충분히 마추픽추를 볼 수 있는 시간이기는 하다. 남미 여행의 특징은 다른 사람이 올린 관광지 가격을 믿을 수가 없단 점이다. 몇 주 전에 다녀온 사람보다도 입장료가 올라있기도 하니 항상 입장료 및 투어 가격은 바뀔 수 있단 점을 염두에 두자. 보통은 오르는 방향으로 바뀌긴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들어와 바로 경비병들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이곳은 마추픽추의 전경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곳으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아름답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우리는 멍하니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폐허가 주는 아름다움은 신비하면서도 묘한 기분이다.

마추픽추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다시 나온 매표소. 이제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쿠스코로 돌아갈 시간이다.

버스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줄을 보고 걸어갈까 생각해보았지만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버스가 빠를듯하다. 이미 한참을 걸어 다녔었기에 힘들기도 하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에 도착했을 때 아직 기차 시간은 2시간가량이 남아있다. 우선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싶어 매점마다 돌아다닌다. 페루는 시원한 음료 사 먹기가 쉽지가 않다. 냉장고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꺼놓은 데가 부지기수다. 결국 아직 영업 중인 식당에서 시원한 콜라 한잔 마실 수 있었다. 이제 쿠스코로 돌아가자.

잉카 트레일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심히 배가 고프다. 그렇다고 무언가 사 먹자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그때 혹시 몰라 챙겨 온 봉지라면이 떠오른다.

그래. 부숴먹는 거다!

부스럭 소리와 함께 향긋한 라면수프 향이 퍼진다. 근처에 있던 다른 한국인도 맡은 모양이다. 슬쩍 다가오기에 기꺼이 몇 조각을 내어준다. 정이 가득한 한국인들이다.

쿠스코로 돌아가는 길. 저 멀리 노새에 짐을 싣고 걸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이 보인다.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과거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정감이 간다.

오얀따이땀보에 내려 어제 헤어진 가이드와 다시 만나 쿠스코행 버스를 탄다. 얼른 집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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