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orge Chung Jan 31. 2021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성스러운계곡)

마추픽추로 향하는 성스러운 길.

오늘은 드디어 성스러운 계곡을 볼 수 있는 날이 밝았다. 갈 길이 멀기에 아침 일찍 파비앙 여행사에서 모이기로 한다. 우리는 일찍 가서 아르마스 광장의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을 먹자라고 갔는데... 예상보다 늦게 연다. 결국 어제 간식으로 사둔 에너지바를 꺼내 든다.

막 해가 뜨고 있는 쿠스코의 풍경. 어제 밤새 내린 비 덕분에 공기가 상큼하다.

배고파 보이는 콘셉트 사진이었는데 그냥 바보 같다. 내게 힘을 줄 에너지바!

우리는 투어버스를 타기 직전 눈앞에 보인 빵집에 들어가 빵을 샀다. 냄새가 너무 고소해 들어가서 산 빵. 냄새답게 매우 맛있다. 결국 다시 쿠스코에 돌아온 뒤 몇 번 더 사 먹었다.

버스는 산길을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몇 시간을 가면 성스러운 계곡의 첫 관문인 친체로가 나온다.

입구에는 전통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지만 마추픽추까지 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더 이상의 짐은 부담이다. 친체로는 과거 잉카제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축대도 그대로 남아있다. 전통 방식답게 돌을 깎아서 맞춘 뒤 쌓아가는 방식은 쿠스코의 12각 돌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이곳도 그러한 건축방식으로 지어서 매우 튼튼하다. 스페인인들은 잉카문명을 점령한 뒤 과거 왕들의 별장이 있던 장소를 허물고 그 축대 위에 성당(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Natividad)을 지었다. 그 뒤 수차례에 걸친 지진에도 축대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위에 있던 성당은 몇 번이고 무너졌다고 한다. 잉카인들의 건축술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란다. 단점은 이런 건축방식이 매우 까다로웠다는 점이다. 결국 왕과 신과 관련된 시설에만 사용되었다.

안데스 산맥에는 계단식 밭이 가득하다.

양 떼 한 무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그 와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마리가 우리를 경계한다.

친체로는 또한 전통염색으로 유명하다. 코치니아라는 벌레를 이용해서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곳에서 염색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념품을 사는 사람도 있었다. 옷감이 상당히 질이 좋다. 색도 매우 멋지니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한두 개 사 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념품점을 나오는데 옥수수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낱알이 큼직한 옥수수들이 찜기에서 쪄지고 있다. 벌써 몇몇 관광객들은 맛있다고 탄성을 지른다. 옥수수가 주식인 곳답다. 우리는 다음에 보이면 사자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는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보이면 꼭 사 먹도록 하자. 아직도 이 앞에서 팔던 찐 옥수수의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두 번째 목적지는 모라이이다. 과거 농업에 대해 여러 연구를 하던 장소라고 한다.

위에서 보면 이렇게 원들이 가득한데, 한층 내려갈 때마다 1도씩 차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각 기후에 맞는 농작물에 대해 연구를 했다고 한다.

세 번째 관광지는 살리네라스. sal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곳은 과거부터 소금을 채취하는 곳이다. 보통 염전은 바다에 있지만 이곳은 계곡 한중간에 있다. 먼 옛날 바다였던 곳이 땅이 융기하며 산맥이 된 탓이다. 산에 남아있던 소금이 지하수를 타고 흘러나오게 되는데 그 물들을 모아 소금을 만든다. 아직도 소금을 채취하고 있으며 이것이 그 유명한 잉카 소금이다.

중간중간 흘러가는 물들을 모아 소금을 만든다. 물의 맛을 보니 매우 짜다. 얼마나 염도가 높은지 살짝만 만졌을 뿐인데 온통 소금으로 하얘진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가이드는 우리를 뷔페로 안내한다.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있다. 밥을 먹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다. 샐러드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담는다. 특히 토마토의 맛이 훌륭하다. 친구와 야외에서 밥을 먹는데 비가 살짝 흩뿌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지나가는 비였는지 금방 그친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인 오얀따이땀보.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잉카 레일을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잉카제국의 마지막이었으며 마추픽추 여행의 시작점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잉카제국이 최후의 항전을 했던 요새(Inka Watana)로 들어간다.

입구에 알파카 한 마리가 우릴 반긴다.

저 앞에 보이는 산을 자세히 보면 작은 동굴이 있다. 저곳이 전략물자를 보관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요새를 한참 올라가면 태양의 신전이 나온다. 거대한 하나의 바위가 병풍처럼 서있다. 까마득히 높은 이곳에 이런 정교한 석조 건축물이라니. 당시 잉카인들의 기술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적은 이미 폐허이다. 페루에서 크게 느낀 게 하나가 있다. 바로 폐허의 아름다움이다. 비록 스페인에 무너졌지만 그들의 흔적은 몇백 년을 이어오고 있다. 폐허를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의 덧없음과 함께 무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절정이 바로 마추픽추가 아닐까 한다.

문명이 무너지면 그 땅은 원래 주인인 자연에게 돌아간다. 폐허 곳곳에 피어나는 꽃들은 자연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유적에서 나와 계곡 같은 느낌의 Patacancha강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눈 앞에 Urubamba강변으로 오얀따이땀보 역이 나온다. 잉카 레일이 시작하는 곳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역에서 제공해주는 따뜻한 코카잎 차를 마시고 있다 보니 기차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진다.

어느덧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기차를 타기 직전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유적을 둘러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제 저 기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향한다. 

기차를 예매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를 통하거나 사이트에서 예매를 하면 된다. 관광시간을 고려하여 예매하도록 하자.


www. incarail.com


기차를 타면 기내식으로 간단한 스낵과 함께 전통차를 제공한다. 몇몇 사람들은 기차 대신에 걸어서 사는 걸 선택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멋있다고 하니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하자. 기차는 우루밤바 강을 따라 이동한다. 강에 떠있는 거품이 안타깝다. 아구아스 깔리엔떼로부터 흘러온 폐수 탓이겠지. 

그렇게 한참을 달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 도착한다. 기차역 양 옆으로 게스트하우스나 식당이 즐비하다. 우리는 우선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도시 구경을 한다. 지도를 보니 노천온천도 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 2박을 하며 여유 있게 오후에 마추픽추를 올라가고 내려와서 온천을 즐기는 것도 좋을듯하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내일은 5시에 일어나야 하니 얼른 잠에 들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쿠스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