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까운 페루의 심장. 쿠스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창밖이 환해지기 시작하는 게 해가 뜨는듯하다.
어젯밤에 혹시 몰라 멜라토닌 한 알을 먹고 눈을 감았더니 정말 꿀잠을 잤다. 친구는 깊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시차 적응과 어제 비행기로 인한 어지러움, 배탈까지 한 번에 해결되었단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아직 누워만 있어서 그런가 특별히 고산병 증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후 승무원이 음식 박스 하나를 건네준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마실걸 준다. 아침으로 적당하다.
아침을 먹는 와중에도 버스는 달리고 있다. 한참이 지나고 버스는 쿠스코에 도착한다. 쿠스코는 해발 3500미터가 넘는 높은 곳이다. 감이 안 오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을 하자면 한라산의 높이가 해발 1947미터이다. 대충 한라산 2개 높이. 그래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을 느낀다. 증상은 보통 어지러움증으로 오는데 심할 경우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빠르게 마추픽추의 관문도시인 아구아스깔리엔테같이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자. 그곳은 해발 2000미터 정도로 대부분 고산병을 겪지 않는다.
쿠스코 버스터미널은 북적북적하다. 역시 유명 여행지답다. 우리는 우버를 타고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은 쿠스코 구시가지와 멀지 않아 걸어 다니기 적당하다. 우선 짐을 풀고 내일 성스러운 계곡 투어와 아구아스깔리엔테까지가는 기차를 예약하기 위해 구시가지로 향한다.
유명한 파비앙 여행사를 선택했다. 안에는 한국인이 상주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꼭 여행을 예약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문을 두드려보자. 물론 투어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약을 했으니 점심을 먹기로 한다.
쿠스코 구시가지 내에는 한식당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이유 노래가 우릴 반긴다. 매우 반갑다. 식당 주인도 한국인이라 동네의 한 작은 식당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우리는 라면 한 그릇과 김치찌개 한 그릇을 시킨다. 분명 인천공항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마지막 한식일 줄 알았다. 남미 음식이 이렇게 별로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가장 높은 랭크를 받은 곳에 가서 먹도록 하자. 가격을 신경 쓰는 순간 매우 힘든 한 끼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든든하게 한식을 먹고 나니 피로가 사라진다. 조금 걸었더니 매우 숨이 차다. 고산이라 산소가 적은 탓이다. 우리는 기념품을 사고 12 각돌 사진을 찍고 숙소로 향한다.
기념품으로 판초랑 후드티 티셔츠 인형 등을 샀는데 판초는 정말 유용했다. 쿠스코를 지난 뒤 본 판초들은 질도 별로 안 좋고 너무 얇아 따뜻하지가 않다. 그리고 디자인도 너무 획일적이다. 남미를 일주할 생각이라면 쿠스코에서 두툼한 판초를 하나 사보도록 하자. 우린 브라질의 무더운 환경으로 가기 전까지 매우 유용하게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이 정말 멋지게 나온다.
쿠스코 내에는 이렇게 새끼양과 알파카를 끌고 다니며 사진을 찍게 해 주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얼마를 주던지 큰 신경 쓰지 않았다. 남는 동전으로 기념사진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숙소에 돌아오니 살짝 흩뿌리던 비도 그쳤다.
잠시의 휴식으로 컨디션을 되찾은 우리는 쿠스코의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아르마스 광장은 쿠스코 관광의 시작점이다. 이곳에 있는 스타벅스는 수많은 여행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와이파이가 매우 잘 터진다.
기념품 골목. 이곳에서 비니쿤카 투어를 떠나기도 한다.
밤에 다시 찾은 12 각돌. 판초가 매우 마음에 든다. 아직도 캠핑할 때 챙겨가는 아이템이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아르마스 광장의 9대 잉카 왕인 파차쿠텍(Pachaecutec) 동상 주변으로 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산을 따라 지어진 집들이 쿠스코를 아름답게 밝히고 있다. 오늘은 축제가 있는 날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하느라 시끌벅적하다. 우리는 인파를 헤치고 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쿠스코에 왔으니 꾸이(기니피그 구이)를 한번 먹어보기로 한다. 처음 시키면 저렇게 모자를 쓰고 나온다. 종업원 이사진을 찍으란다. 사진을 찍고 나면 모자는 가져가고 꾸이를 해체해준다. 맛은 튀긴 닭고기랑 비슷한데 양이 매우 적다. 그냥 한번 정도 맛보기 좋다. 배가 차지는 않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 여정을 대비해 간식거리를 산다. 드디어 성스러운 계곡을 지나 아구아스깔리엔떼로 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