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HOLA SPAIN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의 하루.
by George Chung Jan 30. 2021
햇볕이 방안 창문을 통해 부서진다.
눈을 비비며 샤워실로 가 잠든 뇌를 깨운다.
체크아웃 준비를 하고 부엌으로 가보니 한식이 한가득 쌓여있다. 한국을 떠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한식의 익숙한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힌다.
아직까지는 외국에서는 현지식만 먹는단 주의였지만(그 후 몇 년 뒤 가게 된 아프리카에서 이 생각은 무참히 깨졌다) 한식이 나오면 마다하지 않는다.
든든한 아침을 먹고 맞이하는 마드리드는 상쾌하다.
첫 목적지는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12세기부터 초기 19세기까지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스페인 왕실이 15세기부터 수집한 회화와 조각이 많다.
처음은 자연사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훗날 미술관이 되었다.
1층은 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 스페인 회화 등이 있다. 2층에는 스페인 화가들의 작품을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곳은 대부분 회화위주의 미술관이다. 2층 3층은 고야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으니 1층을 보고 위층도 올라가 보자.
내부는 촬영 금지라 입구에서 한컷을 남겨본다. 미술관은 넓고 문이 많으니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자.
미술관에서 나와 보틴이라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보틴은 1725년부터 운영해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란다. 헤밍웨이가 좋아하던 식당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마침 Cochinillo asado(새끼돼지 통구이)를 예약해두신 덕분에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cochinillo는 젖을 떼지 않은 새끼돼지이며 asado는 구이를 말한다.
맨 처음 접한 Cochinillo는 부담스러운 모습 뒤로 향긋한 냄새가 퍼진다.
통으로 나온 새끼돼지는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다. 그걸 종업원이 먹기 좋게 잘라 내 접시에 놓아준다. 원래 Cochinillo는 세고비아가 본 고장인데 그곳에서는 접시로 자른다고 한다. 그 뒤 행운을 불러오기 위해 고기를 자른 그 접시를 깬다고 한다. 부드럽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퍼포먼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부드럽다. 게다가 맛있다. 야들야들한 살과 진한 육즙이 일품이다.
오래된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쉽게 물리는 맛이다. 계속 먹다 보니 많이 느끼하다.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꼭 먹어보도록 하자.
약간의 계단을 오르니 마요르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를 보며 즐거워한다. 광장 주변은 가게와 식당, 카페로 가득하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한때 공개처형 장소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광장을 지나 알무데라 대성당을 지나 왕궁으로 향한다.
알무데나 대성당은 100년 가까이 미완성이었다가 1789년 완공되었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왕궁 주변에 있으니 왕궁 가는 김에 같이 가면 좋을 듯하다.
17세기 지어진 왕궁은 당시 에스파냐의 저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화려하면서 웅장한 이 건물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양손 무겁게 들고 있는 짐들이 아쉽다.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마드리드 에스파냐 광장이 나온다.
에스파냐 광장은 돈키호테의 동상이 있다. 라만차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다시 택시를 타고 한인민박으로 돌아간다. 맡겨둔 짐을 찾고 장바구니와 함께 차에 싣는다.
톨레도로 떠나기 전 마드리드의 저녁을 보고 싶어 시벨레스 광장 근처의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시벨레스 광장에서부터 솔 광장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솔 광장 역시 많은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걸으면서 본 광경은 매우 신기했다. 건물의 외벽은 유지하고 내부를 현대적으로 바꾸고 있은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과거와 공존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본 것 같다.
솔 광장의 곰이 우리를 환영해준다.
솔 광장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고 나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이제 톨레도로 이동할 시간이다.
톨레도를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이다. 우리는 톨레도 파라도르에 예약을 해뒀다.
파라도르는 국영 숙소로 오래된 수도원이나 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다. 멋진 풍경과 훌륭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한 번쯤은 묵어볼 만하다. 주요 도시마다 있다.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다 보니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너무 늦으면 아쉬운 방만 남아있을 수 있으니 체크인을 먼저 한다.
파라도르 내부는 화려하다. 따스한 목조건물 천장에 반짝거리는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 마치 중세의 연회장과 같은 홀을 지나 방으로 향한다.
창문 너머로 톨레도의 야경이 보인다.
짐을 풀고 나니 아까 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올라오며 봤던 야경이 떠오른다.
다시 카메라와 삼각대를 집어 든다.
문득 그 말이 생각난다.
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은 야근하는 사람들의 피와 땀 이랬던가?
이곳은 서울의 그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었지만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반짝이고 있다.
이 또한 맘에 든다.
가로등만 있는 옛 톨레도의 거리를 잠시나마 걸어본다.
참으로 잠들기 아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