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던 알함브라 궁전의 관광 날이 밝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었다.
알함브라 궁전은 당일 가서 입장표를 구하려면 오래 기다리거나 표가 없을 수 있으니 미리 예매를 하고 가자. 사이트에서는 야간개장도 예매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면 그것도 예매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tickets.alhambra-patronato.es/en/
일반 입장은 Alhambra General(14€;나스르 궁, 여름궁전, 알카사바), 야간 입장은 Night visit to Nadrid Palaces(8€;나스르 궁 야간개장), Night visit to Gardens and Generalife(5€;여름궁전 야간개장), Dobla de Oro at Night(14.65€;나스르 궁 야간투어, 알바이신 지구) 등 중 마음에 드는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최소 2달 전에는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숙소에서 나온다. 알함브라를 가는 길은 길고 긴 산길이다. 그렇게 20분을 달렸을까 주차장이 나온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사람이 많다.
알함브라 궁전은 18세기 한때 황폐화되기는 했지만 19세기 다시 복원하여 그 수려함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에스파냐의 이슬람을 정복했던 가톨릭 신자들의 눈에도 아름답게 보이긴 마찬가지였나 보다. 덕분에 당시 이슬람의 탐미적인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처음 접하는 곳은 왕의 여름 별궁인 헤네랄리페이다. 녹음과 분수로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다. 이슬람 조경의 정수가 이곳에 있다. 알함브라 궁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올라간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다. 우리는 나스르 궁 예약이 오후라 예약이 필요 없는 공간을 먼저 본 뒤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하늘이 슬슬 밝아지기 시작한다. 나무들 사이로 부서진 햇살이 따뜻하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아침도 먹고 휴식도 취했으니 본격적으로 알함브라를 구경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다시 찾은 알함브라의 매표소에는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표를 미리 사고 아침에 바우처를 표로 바꾸지 않았으면 우리도 저 중 한 명이었겠지.
알함브라 입구에는 파라도르가 있다.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알함브라궁전 부지 안에서 1박을 하면서 정원을 산책한다니. 이슬람 왕국의 왕이 된 기분이 들 것 같다. 아버지가 몇 달 전에 예약을 하려 해보려 했으나 전 객실 마감이었다고 한다.
이제 나스르 궁으로 들어가 보자.
나스르 궁은 과거 왕의 집무실이자 생활공간이었다. 메수아르의 방에서 시작된 관광은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슬람 특유의 문양인 아라베스크들이 곳곳에 있다. 아라베스크란 아랍 문자와 더불어 식물 문양이나 기하학 문양을 배합한 것들을 말한다. 우상숭배를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답게 그림 대신 아라베스크로 성인들과 알라를 표현해 두었다. 신과 성인들을 표현하다 보니 이들의 문자는 하나하나가 걸작이다. 그들을 찬양하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알함브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문자나 다른 조각들은 매우 세밀하여 그들의 기술력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아라야네스 중정이다. 양옆으로 아라야네스(천국의 꽃)가 심어져 있어 이런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이곳을 모티브로 타지마할을 지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인도에 가고 싶어 진다.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사자의 정원이다. 이곳은 왕의 사적인 공간인 할렘이다. 사자의 정원에는 사자상 8마리가 분수를 업고 있다. 투박해 보이는 사자가 귀엽게 느껴진다. 여전히 물을 뿜고 있다.
분수 주변의 회랑이 정말 아름답다. 천장과 건물 벽면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들은 왕의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파르탈 정원과 귀부인 탑을 지나 나스르 궁전의 관광을 마친다. 이제 나스르 궁을 나와 알카사바와 카를로스 5세 궁으로 향한다.
알카사바는 알함브라 궁전 내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숙소, 창고, 목욕탕까지 갖춘 요새였다. 지금은 폐허로 남았지만 이 거대한 건축물은 이 고대 도시가 얼마나 큰 곳이었나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카를로스 5세 궁은 이 공간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따로 놓고 보면 그 자체로는 매우 아름답다. 16세기 초중반에 지어진 이곳은 카를로스 5세가 주변의 이슬람 건축에 대항해 지은 곳이다. 조화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부는 마치 투우장 같은 느낌을 준다. 건물 한가운데서 소리를 낸다면 스피커 없이도 궁 전체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그라나다 음악제가 열린다고 한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야간 투어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다시 숙소로 이동해 쉬기로 한다.
이제 야간개장 30분 전. 내비게이션을 켜고 출발을 한다.
근데 계속 내비게이션이 이상한 데로 안내를 한다. 아까는 잘했잖아...?
그렇게 도심에서 20분을 보내버렸다. 겨우겨우 길을 제대로 잡고 도착한 알함브라 입구는 굳게 닫혀있다. 너무 늦어버린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알함브라가 보이는 전망대로 이동하여 멀리서나마 야간개장을 경험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향한 니콜라스 전망대.
지는 해는 붉은 알함브라 궁전과 잘 어울린다. 스페인의 열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눈에 보이는 알함브라 궁전은 밤을 환히 밝힌다.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야간 투어에 못 간 점이 다시 한번 아쉬워진다. 혹시 밤까지 그라나다에서 묵을 일이 있으면 이 전망대에 한번 찾아가 보자. 근데 대부분 오전에 알함브라 궁전을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선택을 하기는 한다.
야경을 보고 그 유명한 그라나다 집시들의 플라멩코를 보러 간다. 저녁을 가볍게 먹고 나온 터라 공연만 볼 수 있는 데로 예약을 했다.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스탭과 그로 인한 구두 소리, 어지럽게 흩날리는 붉은 치맛자락. 가슴이 뛰는 춤 공연이다. 보통 공연하는 곳이 전망대 근처이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