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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캐니 Nov 19. 2020

오늘의 엄마 이야기(20.11.18.)

엄마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나의 시간도 계속 흐르고 있다

엄마가 감기에 걸렸다.

아니, 시작은 승규였다. 

승규가 일주일 전에 감기에 걸렸고, 엊그제는 예진이었다.

어제부터 엄마도 콧물을 흘리더니 오늘은 코맹맹이 소리를 내고 기침도 조금 하신다.

우리 집에 있는 '노약자' 모두가 감기에 걸렸다.


코로나 때문에 가장 많은 제약을 받는 세명이 모조리 감기에 걸리다니. 

엄마는 평소에도 약을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감기는 약을 먹지 않고 버티려고 노력한다.


엄마가 낮에 소파 위에 놓여 있던 책을 들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젊어지는 샘물

어느 날 착한 노인이 산에 갔다가 그물에 걸린 파랑새를 구해주고 샘물을 발견하고 먹는다.

노인은 젊어져서 집으로 돌아온다.

옆집에 살던 욕심 많은 노인이 - 왜 늘 착한 사람의 옆집에 욕심 많은 사람이 사는 걸까 - 샘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샘물을 찾아가 양껏 먹게 된다.

돌아오지 않는 욕심 많은 노인을 찾아가 보니 거기엔 너무 샘물이 많이 먹어 아기가 된 욕심 많은 노인이 누워 있었고 젊어진 부부는 그 아기를 정성껏 키우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욕심이 많아 샘물도 많이 먹어버린 노인을 딱하게 여기며, 착한 부부에게 아기를 잘 키워서 착한 사람으로 만들라고 당부를 하며 엄마의 독서가 끝났다.



늙는 것, 병드는 것, 죽는 것은 누구나 두려워하는 일이다.

그 시간을 조금만 더 유예할 수 있다면 사람은 무엇이든 하려고 든다.

인생의 길에 달콤한 순간뿐만 아니라 늘 고통도 따르지만 조금 더 젊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동화책에 나온 욕심 많은 노인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의 마음일 거다.

젊었을 때는 몰랐던 젊음의 소중함을 늙고 나서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유한하고 누구에게나 죽음이 온다는 공평한 사실은 참 냉정하다.

엄마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나의 시간도 계속 흐르고 있다.

젊어지는 샘물 따위가 없으니 우리가 함께 살아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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