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캐니 Nov 17. 2020

오늘의 엄마 이야기(20.11.16.)

나폴리 다방이 어디요? 

"나폴리 다방이 어디요?"

그 할아버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었다.

할아버지는 시장통을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갔다.

걸으면서 누가 듣고 있는지 모르게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폴리 다방이 어디요?"

"나폴리 다방이 어디요?"

서너 걸음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폴리 다방이 어디요?"

할아버지를 모두 비켜 지나갔다.

누구도 나폴리 다방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어느 남자가 능숙하게 할아버지의 팔뚝을 잡았다.

팔뚝을 잡고 성큼성큼 좁은 길을 걸었다.

개미집처럼 복잡하게 구부러진 시장의 골목길을 몇 바퀴 돌아 둘은 나폴리 다방 앞에 섰다.

아저씨는 그 길로 돌아가버렸고 혼자 남은 할아버지는 다방 안으로 더듬거리며 들어갔다.

카운터에 있던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늙은 여사장이 할아버지를 보자 서랍 안을 뒤졌다.

봉투를 꺼내어 할아버지를 드렸다.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듯이 봉투를 든 손을 휘휘 저으며 다방을 나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는 혼자 살았다. 

바닷가 근처의 마을은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처럼 언덕 위에 붙어 있었다.

항상 어두운 눈이라 어둠은 무섭지 않았다.

점점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

평생 어두운 바닷속에서 머구리를 해서 먹고살았다.

어떤 날은 딸이 다방에 옷을 맡기기도 했다.

집에 가서 딸이 맡겨둔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멀쩡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아버지를 돌봐줄 최선의 방법은 다방에 돈을 맡기는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이야기를 하며 그 말투를 몇 번이고 따라 했다.

"나폴리 다방이 어디요?"

먹고사는 게 바빠 돈이 떨어질 때에 맞추어 아버지를 찾아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거다.

게다가 한꺼번에 많은 돈을 쥐어주고 가기엔 너무 위험했을 것이고, 그럴 만큼 돈이 있지도 않았을 거다.

다방에 돈을 맡기면서 지난번에 잘 찾아갔는지를 확인하며 아버지의 안부를 확인했을 거고 안도의 마음으로 다시 돈을 맡기고 갔을 자식들을 생각하니 그 진심이 느껴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머구리를 왜 했을까.

가족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한 그 분의 선택지엔 그리 많은 숫자가 없었을거다.

가장의 무게가 어렵게 다가오고 자식의 아픔과 슬픔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엄마 이야기(20.11.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