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새우와 초장
아침에 엄마가 아침 먹으라고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7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벌써 일어나 티브이도 보고 거실에서 장난감도 가지고 노는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어찌나 아이들에게 밥 먹으라고 성화였는지 비몽사몽 하던 중에 주방으로 나가 보니,
식탁 앞에서 작은 종지에 초장을 담는 엄마가 보였다.
그 옆에는 얼마 전에 튀김을 하려고 사둔 냉동새우가 그대로 냉동된 상태로 스티로폼 트레이에 담긴 채 놓여있었다.
이미 두세 마리는 먹은 듯 그 자리만 비어있는 걸 보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불같이 화가 치밀었다.
생새우인지, 냉동새우인지 구분도 못하고 그걸 초장에 찍어 드신 후
아이들에게도 그걸 먹으라고 밥상을 차리고 계신다는 게 너무 답답하고 황당했다.
그리고는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쳤다. 말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점점 더 화가 났다.
그러다가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내가 화를 내자 깜짝 놀란 아이들도 모래밭에 게처럼 슬금슬금 옆으로 기어가 티브이 앞에 조용히들 앉아 내 눈치를 봤다.
엄마는 전부터 초장을 좋아했다.
초장에 찍어먹는 거라면 어떤 거든 가리지 않고 사랑했다.
회는 물론 좋아했고(간장에 찍어먹는 회는 싫어했다) 데친 브로콜리를 초장에 찍어먹거나, 돌나물, 데친 쪽파 등 야채도 초장에 찍어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다.
지금도 새콤달콤한 초장을 먹을 때면 늘
“좋은 세상이다. 전에는 초장을 만들려면 식초, 설탕, 마늘 뭐 이거 저거 넣어서 만들어 먹어야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간편하니 쭉 짜서 담아 먹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하고 좋으냐”
하는 말을 늘 레퍼토리처럼 하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냉동새우를 익히지도 않은 채 회처럼 그대로 초장에 찍어 먹는 건 너무 했다.
한바탕 화를 내고 냉동새우를 정리해서 넣어두고 한참이 지나도 감정이 잘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래서 땀을 흘려가며 화장실 청소를 했다.
부글거리는 거품 속으로 솔질을 슥슥 하면 누런 땟국물이 나올 때 희열이 느껴졌다.
내 감정은 그저 이렇게 다스리지만, 엄마의 위험함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이 글을 쓰는 밤까지 엄마는 설사하는 기색이나 배 아파하는 기색이 없으니 천만다행이다.
아무리 회를 좋아하시기로 정말 그걸 꺼내서 초장에 찍어 드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치매라는 질병은 정말 무섭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을 늘 갖고 사는 것이 오늘따라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다.
내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무엇을 더 잘 컨트롤할 수 있을지 무기력한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