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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Aug 04. 2020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해보고 싶어 지는 '죽음'에 대하여

[한달브런치] 시 할머님의 장례식

일요일 오후. 병원에 계신 시 할머님의 호흡이 고르지 않아 위독하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으로 면회도 금지가 된 지 몇 달 째이다. 임종을 지켜볼 수 있는 가족 수도 두 명으로 제한되었다. 오랜 병원생활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옆에서 직접 챙기신, 유일한 딸이기도 한 시고모님과 막내 작은아버님 두 분이 곁을 지켜드렸다. 저녁 8:24 임종하셨다는 메시지가 급히 만들어진 손자 손녀 세대 단톡 방에 올라왔다. 


상주는 70대 중반을 넘긴 시아버님 이시다. 평생 등산과 조정을 즐겨하시며, 누구보다 건강관리를 잘해 오신 분이신데, 최근 무릎 수술 이후 컨디션도, 그리고 멘탈도 급격히 약해지셨다. 시어머님도 상주로서 장례를 지낼  아버님의 건강 걱정부터 하셨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고, 체력적인 부담도 감안하셨던지, 아버님은 조문객을 받지 않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길 원하셨다고 한다. 다른 형제분들과 논의 끝에, 일반 장례로 진행된 3일을 지내고 보니, 그 간 들었던 여러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싶어 졌다. 


시 할머님의 사망 직후, 가족들은 장례 준비에 들어갔다. 머무시던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이동을 하고, 신랑과 사촌들 몇 명 손자들은 장례식장에 모였다. 장례식장의 규모와 절차를 정하느라 서류를 읽고 사인하는 작업의 연속이었고, 그 날(비 오는 일요일 밤) 따라 돌아가신 분이 많으셔서 장례식장이 무척 분주했다고 한다. 장례 절차를 정하는 과정도 진지한 고민이나 가족 간 상의를 거치지 못하고 그냥 불교식으로 정해졌다고 이후, 듣게 되었다. (자녀 넷 중, 두 분은 기독교, 두 분은 불교이시다.) 고인에 대한 추억이나 회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신랑의 말이 무척 황량하고 적막하게 들렸다.


 내가 결혼했을 때 할머님 연세는 70대 후반이셨다. 장남인 시아버님의 첫째 아들이 신랑이어서, 할머님의 극진한 사랑을 무척 많이 받은 첫 손자였다고 한다. 29세에 결혼한 나는 종종 신랑과 주말에 혼자 아파트에 거주하시던 할머니 댁에 찾아뵙곤 했다. 당시만 해도 매우 건강하셨던 할머님과 가끔 단지 내 산책을 할 때면, 그 빠른 걸음을 따라가기가 숨 가빴다.(워낙 걸음이 빠르셔서 20대 남자 손자들도 당시 할머님 걸음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함) 시사, 연예, 예능은 물론, 경제, 재테크 뉴스에도 워낙 해박한 지식과 이해도를 갖고 계셔서 할머님과 대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만큼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에도 종종 찾아뵈었던 터라, 이번 장례를 치르며 아이들은 오랜만에 뵌 할머님의 사진으로 당시를 기억하며,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떡볶이를 사 먹던 이야기며, 할머님 치매 예방용으로 가지고 계시던 맥포머스나 퍼즐 등의 장난감을 주셨던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했다. 증손자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시 할머님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게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유난히 총명하시고 건강하셨던 할머니가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신 건 3년 9개월 전 즈음이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입원하셨다가 퇴원 후, 예전처럼 혼자 생활하시는 게 더 이상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식들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관리와 시설이 훌륭한 곳이긴 하였지만, 간병인과의 생활의 시작이기도 하셨다. 딸인 시고모님만 매일 어머님을 만나러 병원에 출퇴근을 하셨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간병인에 대한 속상한 기억을 많이 갖고 계신걸 이번 장례를 치르며 듣게 되었다. 그동안 알던 간병인분에 대한 좋고 감사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고 나 역시도 참담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며 다시 한 번 삶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시 할머님의 장례를 지내며 내게도 숙제 같은 키워드가 남았다.


웰다잉과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 존엄사. 그리고 임종노트와 부고기사.

한 번에 모든 것을 준비하기에 꽤 깊은 고민의 시간과 생각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죽음'을 키워드로 읽어보고 싶었던 책 세 권이 떠올랐다. 부분적으로 읽고, 들춰보던 책들인데 이번 기회에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려고 한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102368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46791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729072



그리고, 몇 해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유치원, 초등 저학년이던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죽음' 관련 그림책도 메모해둔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20867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31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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